2009년 마이클 만 감독은 의외로 1930년대의 갱스터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갱스터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영화의 재미를 만끽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갱스터 ( 존 딜린저 ) 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영화를 본 적이 있어 제게는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혹시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이 계시면 약간(?)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보시면 조금이나마 낫지 않을까 싶어 적어봅니다.


내가 처음 존 딜린저에 대해 알게 된 건 케이블TV 에서 우연히 보게 된 [ 딜린저 ] 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좀 오래된 영화였는데, 웬지 유쾌하길래 검색해 봤더니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범죄자였고,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는 인물임을 확인했습니다. 사실 영화 볼 때보다 에피소드들을 알게 됐을 때가 더 웃겼다고나 할까요?

노컷뉴스 기사
( 에피소드 관련 기사 )

기사에 나오지 않은 에피소드로는 검사와 어깨동무하는 사진을 찍으며 붙잡힌 뒤로 탈옥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2009년판 조니뎁, 마이클 만의 영화 " 공공의 적 ( Public Enemies ) " 에서는 나무조각(?)을 깎아 총모양을 만들어 탈출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제가 본 웹문서에서는 비누를 깎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배짱하나는 정말 두둑했습니다.

돌아와서 제가 본 1973년판 " 딜린저 " 라는 영화와 마이클 만의 2009년판 " 공공의 적 " 이라는 영화의 차이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1973년판의 존 딜린저는 일단 유쾌했습니다. 영화도 B급 영화라 가볍고 경쾌하게 나갑니다. B급 영화치고 매우 흥행에 성공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영화배우 캐스팅도 실제 인물인 존 딜린저와 가장 닮은 배우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워렌 오티스라는 영화배우는 " 내가 알프레도의 머리를 가져다 다오 " 라는 영화에서 인상깊게 봤는데, 여기서도 제 몫을 해 줍니다.

영화 주인공 사진

출처 - DAUM

배우 : 워렌 오티스

워렌 오티스

출처 - 위키피디아
실존 인물 : 존 딜린저


이에 반해 2009년판 " 공공의 적 " 에 등장하는 조니 뎁의 " 존 딜린저 " 는 사뭇 투사같은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감독의 차이 때문인데, 마이클 만 감독은 존 딜린저에 자신의 색깔을 입혔다기 보다 아예 잡아먹어버렸다는 게 더 적절해 보입니다. 영화로 존 딜린저를 표현하려면 에피소드를 살려야 좀 더 즐거울 것 같은데, 이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냉정하고, 실제적인 느낌을 중시한 점이 ' 역시 마이클 만이구나 ' 싶습니다.

웹문서에서 본 내용인지 1973년판 영화에서 본 내용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존 딜린저를 잡으려고 포진해 있던 경찰들이 차를 타고 쫓아가다가 분통을 터뜨렸던 일이 아주 유쾌했습니다. 뻥 뚫린 대로에서 여러 대의 경찰차가 은행강도의 차를 쫓아가는데, 시간이 갈수록 눈 앞에서 유유히 멀어져가버려 경찰은 죽을 맛이었다는 겁니다. 사실 2009년판에서도 이런 장면을 기대했었습니다만.. 쩝..

조니 뎁 역시 " 캐러비안의 해적 " 스타일로 연기할 줄 알았더니 " 가위손 " 스타일로 연기하더군요. 저한테는 너무 생경했습니다. 관련 웹문서들을 살펴봐도 어느 정도는 유쾌한 인물이었을 텐데 완전 실전경험 만랩의 범죄자로 그려놓는 바람에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의 여운은 봐줄만 했습니다. FBI 의 한 고참 요원이 존 딜린저의 연인과 만나는 장면에서야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참 좋아하기 어려운 영화이긴 합니다만..

감옥 안의 면담실이 그렇게 선명한 느낌을 주는 건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뭐랄까 참 볼품없는 자리에서 한 여인에게 가장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을 살려냈다고나 할까요?

영화를 보시기 전에 " 존 딜린저 " 에 관한 약간의 내용을 미리 알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지나가는 장면들이 사실은 에피소드나 존 딜린저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회상과 실제 무기들의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한 나머지 부잡스런 장면들처럼 느껴집니다. 마이클 만은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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