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땅" 관람이 끝난 뒤, 김동령, 박경태 감독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는데, 흥미롭고 재밌는 얘기를 많이 들려주어 따로 기록해 둔다. ^^;; 

거미의_땅_포스터

출처 : DAUM



영화제목은 영어제목인 "Tour of Duty"가 먼저 결정된 후, 우리말 제목인 "거미의 땅"이 지어졌다고 한다. 영어제목은 기지촌 관련 자료를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영어로 씌여진 댓글 중에 "Tour of Duty"를 발견하고 의미심장한 연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판단되어 선정했다고 한다.

우리말 제목은 영화에 출연하신 '바비엄마' 박묘연 할머니께서 평소 기지촌 사람들은 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져간다라고 하시는 말씀에서 따왔다고 한다.

'바비엄마' 박묘연 할머니와 박인순 할머니 그리고 안성자 할머니를 주인공들로 선정한 이유와 표현방식이 달랐던 이유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들을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시킬 때 감독들이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영화가 상영된 이후에 받아야 할 주목이나 평가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신가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김동령, 박경태 감독은 여러 해동안 각자의 이유로 기지촌에서 활동했는데, 다행이 평소 자주 만나고 좋아하던 분들이 모두 그런 준비가 되어있다고 판단하여 상의드리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 후, 할머니들의 성품에 따라 촬영의 성격도 다르게 적용시켰다고 한다. 감독들의 기본적인 의도는 공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땅에 지그시 고정시켜 안정감을 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박묘연, 박인순 할머니까지는 이 규칙이 적용되었으나, 안성자 할머니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박묘연 할머니는 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있어 자기표현에 주저함이 없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화면에 대고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종종 나왔으나, 박인순 할머니의 경우에는 단편적이고 돌출적으로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어서 행동과 별도의 나레이션을 준비했단다. 영화에 등장하는 걸음걸이는 기지촌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하는데, 무리였다고 본다. ^^;; 기지촌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유령같은 모습에는 공감이 같지만서도..

안성자 할머니의 경우에는 "인간극장 - 애니의 사랑"을 통해 이미 방송경험이 있으셨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촬영을 당했던(?) 당시의 기억으로 인해 "거미의 땅"을 진행할 때는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의견을 내셨고, 두 감독이 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영화의 성공에는 세 분 할머니의 기여도 컸다는 걸 두 감독은 굳이 감추지 않는 듯 보였다. ^^;;

박경태 감독은 기지촌 사람들을 미화하는 데에 대한 약간의 우려를 표시했는데, 그냥 담담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기지촌 혼혈인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어머니가 외국의 못된 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자신을 낳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가련한 희생자로 간주하려는 암묵적인 시선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일반인들이 너무 과장해서 해석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기지촌 혼혈인들은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좌절과 부모들에 대한 자기위안적인 추측으로 인해 알콜중독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거미의 땅"은 제 13회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되어 특별상을 수상했다.

아래 링크에서 심사위원의 총평을 읽을 수 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3493

박경태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미국에서도 존재했던 기지촌(?)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고 언급했다. 특이하게도 한국의 기지촌 형태가 미국으로 옮겨간 경우라 그곳이 어떤지 조명해 보고 싶단다.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전에 활동한 한국군들로 인해 태어난 혼혈인들에 대해서도 확인해 삼부작으로 완성했으면 싶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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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기지촌에 관한 영화였다. 오래 전에 흑백사진들과 기사 혹은 관련 홍보물을 통해서만 접했던 곳을 스크린 화면을 통해 보니 아주 이질적이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낯선 동네가 여태 있었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거미의_땅_이미지

출처 : DAUM

 
미군부대 근처에서 유흥을 제공하고 댓가를 받아 삶을 꾸려가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 기지촌이라고 알고 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군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거나 군부대에서 나온 물품들을 몰래 거래했던 곳이다.

"거미의 땅"은 그곳을 기억하기 위해 찍혀졌고, 3명의 여인들을 등장시켰다. 
'바비엄마' 박묘연 할머니, 박인순 할머니 그리고 흑인혼혈 안성자 할머니가 그들이다. 

할머니들의 사연이 각각 한 챕터처럼 구성되어 있는데, 다큐멘터리임에도 의도된 설정들이 있어 뒤로 갈수록 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150분의 긴 상영시간이 부담스럽지만, 관람하면서 할머니들의 기억을 곱씹을 수 있는 점도 좋다. 감독이 보여주는 기지촌의 이미지들을 바라보다가 들려오는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 이하 영화 내용이 나오니 참고 바랍니다. ^^;;




처음 등장하는 '바비엄마' 할머니에 등장하는 공간은 주로 골목이었는데 왠지 막혀있거나 갇혀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감독들(김동령, 박경태)과의 대화 시간에도 "거미의 땅"은 기지촌 공간들을 찍기 위해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런 부분이 의도적이었는지 물어보려다 허리가 아파서 참았다. 상영시간까지는 버틸 수 있었으나, 그 이후에도 장시간 못 일어날 줄은 몰랐다. ㅡㅡ;; 

그에 반해 두번째 등장하는 박인순 할머니의 경우에는 어둠 속에서 희미한 조명 하나가 화면의 이쪽 저쪽에 희미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 묻혀졌어야 할 공간들이 힘없이 버티고 서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밝은 대낮에 갇힌 듯한 골목길들과 미미한 빛조차 차가울 듯한 밤의 모습으로 기지촌의 모습을 대변하려는 듯 보인다. 이는 다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안성자 할머니의 환상 속 공간과 대비를 이룬다고 보여진다. 

할머니들의 목소리로 듣게 되는 사연들은 여운을 갖게 하지만, 신파적이지 않아 좋다. 피해여성인냥 포장되지 않고 과장되지도 않고 어려웠던 시절에 내팽겨쳐진 공간에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두운 저녁 산동네 같은 곳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헬리콥터 소리가 나고, 각 가정마다 마루에 불이들어와 작은 불빛들을 이룬 장면이었다.

헬리콥터(?)는 조금 후 산 뒤쪽에서 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가는데, 당시의 기지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은 소리만 들릴 뿐 보이지 않았고, 산등성이를 가득 채운 집들과 불빛들은 자기들만의 사연을 나누는 듯 보였다. 미군은 삭막한 소리를 내며 떠나가 버리지만 저녁의 모습은 고요하기만 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안성자 할머니의 장면에서 얼굴없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미 어디선가 사용한 설정같은 데 당최 기억이 나지 않아 적어만 둔다. ^^;; 하지만, 그 흑백사진 속에 어머니 모습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며 들려주는 나레이션은 지금도 효과적인 표현이라고 판단된다. 




기지촌은 우리나라 사회가 잊고 싶어하는 기억 중 하나일 것이다.

대통령이 방문하여 외화벌이에 기여하고 있으니 애국자라는 식의 황당한 발언을 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로 편입되지 못한 많은 혼혈 한국인들을 양산해 낸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기지촌에 관한 기억들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사람들을 몰지각한 이유로 외면하고 배척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이 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살아온 세월과 환경이 다르고, 너무 이질적이어서 쉬울리 없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접해 간다면 적어도 남이 만들어 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일은 적어지지 않을까 싶다. 바로 'Tour of Dut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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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든 감독조차도 왈가왈부하지 않는 요즘의 분위기 때문에 어떤 영화들은 본래 의도가 비교적 분명해 보임에도 동떨어진 해석이 주류를 이뤄 저평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바웃타임" 역시 그런 영화들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아주 추천할 만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영화로 치면 지루한 편이지만, 드라마영화로 보자면 꽤 유쾌하고 밝은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워킹타이틀과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자주 만들어왔다. "어바웃타임" 역시 영국적인 배경에 미국의 발랄하고 매력적인 여배우를 등장시키는 익숙한 설정을 담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간여행"이라는 SF적인 요소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바웃타임" 역시 업그레이드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고 예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은 로맨스를 많이 담고 있는 인생성찰에 관한 드라마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영화가 들려주는 메시지를 경청하려는 자세를 권하는 바이다. 영화 포스트에 나오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아름다운 미소보다는 "About Time"이라는 제목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걸 염두에 뒀으면 한다. ^^;;

"어바웃타임"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과 시간에 관한 영화다. 단지 주인공에게 과거의 실수나 마음에 들지 않은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여행능력을 줌으로써 영화가 유쾌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능력은 코미디를 더 웃기게 만들 수도 있고, 영화 "나비효과"처럼 아주 비비꼬아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인공과 시간여행 능력이 있는 캐릭터들은 아주 소극적으로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인공과 레이첼 맥아담스가 맺어지기까지 벌어지는 영국식(?) 코미디에 정신이 팔리지 않았으면 한다. 중반이 넘어서면서 아주 지루해질 수 있다. 둘의 연애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의 로또번호를 알아내서 오늘 사두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여행능력을 단지 아버지가 돈에 눈이 먼 부자들이 불행하다는 충고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팀이 시간여행능력을 사용하는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에 있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 의외로 가치있고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게 느껴질 것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이미 경험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순간을 즐기려는 자세만 있다면 삶이 얼마나 행복질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 보라고 한다. 

영화는 어설픈 점이 많다. 시간여행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왜 미미한지도 알려주지 않고, 시간여행의 결과는 대개 주인공에게 좋은 쪽으로만 결론지어진다. 그럼에도 영화는 훈훈한 웰메이드 영화의 표본을 보여준다. 단순히 가족이 최고다라든가 좋은 게 좋은 거다가 아닌 "시간"이라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인생의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훈훈한 영화들은 대개 추억팔이의 느낌을 떨쳐내기 힘들어 이 영화가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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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문득 친구가 내뱉은 우연한 한 마디가 "변호인"의 느낌을  그렇게 잘 대변해 줄 수 없었다. 어떤 느낌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 역시 후끈 달아올라버린 상황이었기에 "덥다"라는 말이 절로 입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에 아주 나중에 입소문이나 매체를 통해 확인한 후에 보려고 생각했었지만, 크리스마스에 마땅히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표까지 예매한 친구 덕에 훈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후끈 달아오르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치기어리고 섣부른 이들이 갑자기 박수나 치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도 잘 뽑아냈고, 희미해진 우리나라 전통의 정서들도 다시 일깨우는 연출도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기대치 이상이었지만, 송강호만은 딱 기대치만큼이었다. (송강호는 평소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흠이다. 관상에서나 여기서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

워낙 완성도가 높아 어떤 감독인지 찾아보니 양우석이란 사람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다. 첫 데뷔작을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다면 앞으로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명작이라고 하기에 조금 아쉬운 건 역시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거나 이전의 비슷한 영화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전에 이런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가장 제대로 구현해 냈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배우들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김영애님의 관록있는 연기는 정말 오랜만인데다 곽도원이라는 배우의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였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도 들어있다고 밝힌 후, 엔딩부분에서 그 분의 대통령 재직시절의 잘잘못을 언급했다면 아마도 새로운 정치영화나 그 비슷한 혁신으로 명작계열에서 논의될 수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 우리나라에서 대중성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정치인 관련 영화를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미 나왔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접하지 못했다. ^^;; 

감독의 관련 인터뷰를 보니 "살아가는 치열함"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좀 동떨어진 느낌인 것도 아쉽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의미들이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학교 시절 -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 저녁 무렵에 어떤 음악이 나오면 국기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어야 했던 기억이 조금 있다. (영화에서는 아주 희극적으로 멋지게 등장한다!) 커서는 그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뭔가 엄청난 동질감내지는 무게감을 느끼곤 했었다.

국가가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 수 있는지를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증명하는 이들이 있다. "변호인"은 그런 부분을 치열하게(!) 드러내고 있다. 당시 어머니들의 모습과 섣부른 청춘들의 모습과 나약했던 아버지들도 함께.. 아쉽게도 지금의 어른남자 대부분도 그러고 있다고 보여지고.. 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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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영화 "친구"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곽경택 감독의 "친구2"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설령 장동건이 빠지고, 유오성이 한물갔다고 짐작하고, 김우빈이 아직 영화판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다. 영화 개봉후 이런저런 맥빠지는 얘기가 들려와도 마침 볼만한 영화가 없어 결국 한가한 극장 하나를 골라 고딩때부터 친구인 녀석과 같이 관람했다. 고딩때부터 친구인 녀석과 "친구2"를 본다고 별다른 감흥이 오는 일은 결코 없다. 왜 나는 여성인간과 극장에 오는 일이 없는가에 대한 고찰이 있을 뿐이다. 

그간 곽경택 감독님의 흐름을 조금은 변화시킬만큼의 재미는 있었지만, 전작인 "친구"에 비하면 아주 형편없었다. 스토리는 산만하고, 김우빈은 혼자 튀고, 정우성은 여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이없었던 건 은기(장동건 옆에 잠복해 있던 유오성의 오른팔 조폭)의 양아치화였다. "친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유오성과 장동건 옆에 있던 넘버2들이 얼마나 과묵하고 일처리가 확실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유오성이 은기를 처리하고 부산을 접수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해도 이런 모습때문에 "친구2"는 갱스터영화의 무게감이 사라졌다. 새롭게 주인공과 맞짱 뜰거라 예상된 캐릭터가 없어서 아쉬울 건 없지만,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캐릭터를 망가뜨린 건 실수라고 보여진다. 

영화 홍보할 때, 김우빈이 죽은 장동건의 아들로 등장한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길래 최성훈(김우빈 분)이 뭔가 복잡한 사고를 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별다른 긴장이나 반전의 요소가 되지는 못했다. 이런 건 원래 꼭꼭 숨겨뒀어야 했다. 

이준석(유오성 분)의 아버지 이철주(주진모 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시간대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그렇고, 최성훈의 죽은 친구 얘기까지 끼워넣는 것도 그렇고,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다가 너무 어수선해졌다. 이철주가 3번 정도 등장하는데, 낭만주먹의 시대에서 끝장을 보는 주먹의 시대로 넘어오는 걸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주고 있다. 이준석의 시대가 점점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신세대 그룹인 최성훈 쪽으로 가는 걸 암시한다고 본다. 그 반면 최성훈의 친구 얘기는 신세대 속에 들어있을 법한 구시대와의 공통분모를 짚어내려고 보이는데, 둘 다 수박 겉핥기식의 표현으로 보여진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엔딩에서 이준석의 한마디가 "친구2"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고 보여진다. 부하가 "어디로 모실까요?" 물어보자 "어디 내보고 반갑게 오라는 데가 있나?"(대강 이런 말투였고, 직접 들어보면 그 느낌을 알 것이다.)라는 한 마디에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많은 것이 묻어났다. 나이들어 개인택시 하나만 운전하면서 먹고 살아도 만족하다고 생각했던 준석은 이제 부산을 장악했지만, 몸과 마음이 머물곳 없는 신세가 됐다는 걸 느낀다. 감옥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왔으나 예전의 오른팔은 자신을 없애려 하고, 그나마 정을 주고 한식구처럼 살려했던 동생(?)은 자신이 죽인 친구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좋은 시절을 함께 했던 회장님(?)마저 떠난 준석의 모습에서 저물어가는 한 세대를 추억할 수는 있었다. 

결론은 뭐.. 이제 40대의 아저씨가 되고 보니 저런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는 것다. ^^;; 어디가도 반겨주는 이가 없는 때가 오고 몸에서 냄새도 많이 난다. 흠.. ㅡㅡ;;

이렇게 영화가 끝나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느닷없이 "special thanks to 장동건"이 나온다.

도대체 왜?

설마 자필로 "친구2" 성공하라는 편지를 써서 그런 것인가? 


"친구2" 만들 때 제작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김우빈이 장동건 아들 역을 맡을 때 연기지도를 해주거나 하는 등의 급이 아니면 굳이 엔딩크레딧에 이런 부분을 넣는 건 좀 오버다 싶은 느낌이다. 혹시라도 이런 부분에 넣고 싶었다면 스탭진들이 나온 다음에 넣어야 했던 것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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