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아들인 조 힐이 쓴 "Horns"라는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공포와 스릴러 장르에서는 제법 인지도가 있는 알렉산드르 아야가 감독을 맡았다. 이런 조합치고는 영화가 너무 밋밋한 편이다.

원작소설의 아우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드물게 잔인한 장면이 나오긴 한다.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하기에는 영화음악이 너무 산만했고, 그나마 특수효과는 봐줄만 했다. 영화의 여러 구성요소가 약간씩 어긋나는 분위기임에도 오히려 잔인한 장면이나 특수효과들은 좋아서 호러영화 전문감독이 제작자나 원작자와 너무 타협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유명인의 2세들이 겪는 그들만의 성장통을 조 힐 역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곳곳에서 스티븐 킹의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인데, 현실적인 사회에서 초자연적인 세계로 넘어가는 전환을 아주 자연스럽게 묘사한다든지, 인간의 약점들에 대해 과도하게 비난하며 배설하는 듯한 대사들이 그렇다. (스티븐 킹은 이런 식의 비틀어진 쾌감을 주는 식의 소설을 자주 쓰면서도 자신은 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영화 속 아버지가 유명인이라든가 음악을 한다든가 하는 부분들 역시 스티븐 킹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스티븐 킹은 작가들과 함께 밴드활동을 하기도 했다.)

혼스_장면

출처 : DAUM 영화





"혼스"는 감독인 알렉산드르 아야의 스타일보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쳐 놓는 데 능수능란한 스티븐 킹의 아들 조 힐의 고찰이 더 진하게 담겨 있다. 다름 아닌 이 세상의 진정한 악이란 무엇이며, 악마란 존재 어떤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소년과 소녀의 순수했던 사랑, 주변 사람들의 억압받은 개인적인 욕망들 그리고 이기적인 욕망을 위해 타인을 주저없이 희생시키는 위선이 영화의 주된 축을 이룬다.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자연 속에서 둘 만의 사랑을 키워가던 소년은 소녀가 사라지자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뿔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가식을 엿보게 되고, 현실세계의 가장 큰 악은 "위선(僞善. 착한 척 꾸미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진짜 범인은 다른 캐릭터와 사뭇 다르다. 억눌린 욕망으로 인해 괴로워하지도 않고, 속내가 드러났음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선(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이 자연스럽게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는 기회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원하는 선의 이미지를 손쉽게 꾸며낸다. 

순수한 정신상태였던 주인공은 에덴동산의 아담처럼 선(善)과 악(惡)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다가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당황하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죄를 저지르면서 이 둘을 분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악마의 모습으로 진정한 악의 존재와 대결을 펼친다. 영화에서 뿔과 악마의 형상은 가식과 위선의 크기에 따른 환상이다. 

흥미로운 주제와 재미있는 스티븐 킹식 혹은 그의 아들 조 힐식 구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지만, 호러전문인 알렉산드르 아야가 표현해 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심리적인 배경을 필요로 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다니엘 레드클리프의 노력은 주목받을 만 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남자주인공 역의 본래 캐스팅이 샤이아 라보프였던 점을 보자면 주인공은 분명 어린 외모의 청년을 원했던 건 확실해 보이니 동안이 문제였던 건 아닌 것 같지만, 초반의 연기력은 별로 자연스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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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씨의 행복여행"(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을 보게 된 건 순전히 사이먼 페그와 로자먼드 파이크때문이었다. 원본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는 것도 몰랐고, 꾸뼤씨 시리즈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Shaun of the Dead)와 "뜨거운 녀석들"(2007, Hot Fuzz)에서 보여준 사이먼 페그의 친근한 코믹연기가 좋았는데, 그후로는 블럭버스터급 헐리웃 영화의 조연등으로만 접해서 아쉬워하던 차에 반가운 얼굴이 포스터에 보여 낼름 영화를 접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평소 이쁘고 착하게 생긴 여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를 찾아줘"(2014)에서 엄청난 연기변신을 보여줘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었다. 이제 평소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탈피했으니 오만가지 스타일의 배역을 맡을 것 같았기에 왠지 평소의 어리버리하면서 착하고 이쁜 스타일의 연기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단지 호감가는 두 배우가 다시 평소 좋아하던 스타일의 연기로 조화를 이룰 것 같아 보이는 영화를 한 편 감상했다. ^^;;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행복을 찾아 떠나려는 파랑새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안일함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적절해 버무려 놓은 힐링 무비다. 얼마나 힐링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학교에서 가르치던 도덕교과서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의 메시지를, 전철에서 무료일간지 만화보다는 훨씬 재밌는 수준의 코믹함과 아기자기함으로 포장해 보여준다. 단순하면서 따뜻하다. 

표지2



이런 평범하고 뻔한 영화들은 특이하게도 소수의 열혈팬들이 있다. 착해지고 싶은 사람들, 어려운 영화에 지쳤던 사람들, 평소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들과 손잡고 영화 보고 싶은 사람들이 그렇다. 평론가들로부터는 온갖 잣대로 낙제점을 곧잘 받지만, 겨울철 차디찬 공원에서 뜨겁고 조그만 고구마를 즐기는 조용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옹기종기 유쾌한 꼴찌에게 응원을 보내게 만드는 영화다. 

표지3


우주비행사가 인류를 위해 먼 우주여행을 떠나고, 옛날 전쟁터에서 힘들었던 전사들을 다시 추억하는 훌륭한 영화들 사이에서 사이먼 페그의 순수하면서도 억울한 표정과 로자먼드 파이크의 이쁘고 얼뜨기같은 미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작은 행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마틸다를 구해주던 레옹 아저씨는 여전히 단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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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오프닝은 어떤 전투 상황이 소리로 진행되는데서 시작한다. 오프닝 크래딧이 등장하는 동안,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곧 시대적 상황이 짤막하게 자막으로 등장한다. 이런 소리들이 나중에 "퓨리"의 부대원이 어떤 수준의 고참병들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후,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평원에서 햇빛을 등진 한 인물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하얀 말을 탄 군인임을 알게 될 즈음에는 주변환경 역시 전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전쟁터임을 알게 된다. 아직 화약연기가 가시지 않은 채 곳곳에 탱크나 전투의 잔해들이 널부러져 있다. 

군인이 한 탱크 옆을 지나는데 갑자기 누군가 튀어나와 그를 습격한다. 단칼에 군인을 죽인 또다른 군인은 익숙한 솜씨로 말의 안장을 걷어내고, 말을 전장 밖으로 돌려 보낸다. 그는 워대디이고 자신의 탱크 위로 다시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잠시 서 있는다. 곧 탱크 안으로 들어간다.

이 도입부는 워대디(브래드 피트)가 노먼 앨리슨(로건 레먼, 하얀 말)을 전쟁 밖으로 살려서 돌려보낼 것이고, 자신은 전장에 남은 채 그대로 역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본다. 노먼 앨리슨을 묶고 있던 허위의식과 군인의 의무 같은 것은 무자비하게 걷어내고, 자유인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재밌는 장면으로는 노먼 앨리슨이 처음 탱크를 타고 이동하던 중 여인을 자전거를 세운 채 탱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어여쁜 아가씨를 발견하는 장면을 들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퓨리"의 부대원들은 여자와 회포를 푸는 일에 갈급해 하는 캐릭터들임에도 그 순간, 탱크 바로 옆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는 이는 노먼 뿐이다. 다른 고참병들이 그 여인에게 집중했다면 훨씬 요란스러웠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얘기는 거의 진실에 가깝다. 이 장면에서 노먼은 아직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는 신출내기라는 걸 잘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애타게 여자를 찾던 고참병들이 신비롭게도(?) 그녀를 그냥 지나친다. 노먼은 숲 속에 있는 독일군 소년병에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가 아군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탱크는 부대원들의 상하관계가 잘 드러나도록 화면을 잡는데, 워대디(브래드 피트)는 항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도록, 바이블(샤이아 라보프)은 바로 비스듬한 곳에서 살짝 아래쪽으로 볼 때가 많다.

가장 재밌는 액션장면은 독일 티거 탱크와의 전투씬이지만,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브래드 피트와 로건 레먼이 가정집에서 머무는 장면이다. 브래드 피트의 내적 갈등이 잘 드러난다. 전쟁이 끝나고 신참병처럼 살고 싶은 바램과 지긋지즉하면서도 떨쳐낼 수 없는 고참병들 사이를 봉합하지만, 실제로 그 갈등을 억지로 씹어삼키는 건 워대디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곳은 엔딩 부분인데, 훨씬 더 품격있고 감정이입이 되도록 찍었어야 되지 않나 싶다. 영화 내내 유지해 왔던 리얼리티 때문인지, 아니면 액션이 부족했다고 느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막판에 탱크에서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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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HBO 미니시리즈) 이후, 전쟁영화들은 웬만한 리얼리티를 구현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부담감을 갖게 됐다. 이 무언의 압박들은 전쟁터의 현장감을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제공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다는 비슷비슷한 주제로 오해받아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이런 불운한 영화 목록에 추가될 영화 중 하나가 "퓨리"다. 준수한 리얼리티를 구현했고, - 비록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전차(탱크)들이 다시 싸울 준비를 하는데에는 이틀이나 걸리지만, 영화에서는 몇 시간만에 완료시켜 버리는 것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 - 액션영화로써의 박진감도 있지만, 기존의 전쟁영화들과 차별화된 작품으로 간주하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소수의 인원이 임무를 수행하는 설정은 많은 전쟁영화나 액션영화에서 흔하게 나오는 패턴이다. "퓨리"는 이런 설정을 깊이있게 변주해내려 노력했다. 영화가 이런 설정을 필요로 했던 건 감독의 주제의식과 관련있다고 보는데, 감독은 미국에게 위대한 승리의 전쟁으로 알려진 제 2 차 세계대전에서 실제로는 미군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정신적으로 나약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퓨리_한장면

출처 : DAUM 영화




비록 전쟁터에 있어도 나만 착하면 된다는 허위의식에 가득찬 신병과 군인으로써 숭고한 목표를 가지고 임무를 다한다기 보다는 그동안 살아남았으니 앞으로도 살아남겠다는 본능만 가득찬 고참병들, 그리고 두려움을 억누른 채 책임감으로 무장한 전투의 베테랑 리더는 관객들에게 감독이 일깨워주고 싶었던 미군의 제 2 차 세계대전 속으로 안내한다. 

미군의 주력이었던 탱크는 독일의 그것에 비해 아주 열악했고, 군인들을 악에 받쳐 살아남기 위해 적을 죽였다. 살의에 불타지 않는 동료는 인정받지 못했고, 전쟁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것은 별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분노에 타들어간 전쟁영웅들과 막 적개심이 타오르기 시작한 신병이 탱크 안에서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탱크는 그들의 분노를 분출해 주기에도, 담아내기에도 부족했다. 단지 이곳저곳으로 실어나르며 작은 안식들을 제공하다 마침내 구원의 현장에서 멈춰서 버린다. 함께 탱크를 탔던 팀원들은 책임을 다하려는 인간으로써, 군인으로써 지긋지긋한 복수의 사슬들을 끊어내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독일군과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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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오프닝은 배불뚝이 크리스챤 슬레이터(어빙 로젠필드 역)가 호텔 방에서 머리에 가발을 공들여 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뒤 같은 호텔 안에 있는 FBI의 도청작업실로 이동한다.

곧이어 에이미 아담스(시드니 프로서 역)가 들어오고 둘은 잠시 눈빛을 교환한다. 이때 두 사람의 눈빛은 감정의 골이 깊은 적대감인지 뭔가를 꾸며놓고 초조해하는 유대감인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다시 브래들리 쿠퍼(리치 다마소 역)가 들어와 크리스챤 슬레이터에게 불만을 터뜨리고, 둘은 티격태격하기 시작한다. 브래들리가 크리스챤의 가발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둘의 다툼은 극에 달하고, 에이미가 중간에서 마무리해준다. 사태가 진정된 후, 셋은 나란히 용의자가 있는 방으로 이동한다. 

이 오프닝은 어빙 로젠필드가 얼마나 소박한 사기꾼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배불뚝이인데다 탈모가 심하게 진행된 중년이지만, 공들여 가발을 쓰는 것으로 만족하고 준비를 마친다. 이에 반해 FBI요원 리치 다마소는 욕구불만에 차 있고, 일을 어그러뜨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로젠필드와 가장 대립되는 캐릭터가 될 것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가장 중요한 맥락인 어빙과 시드니의 관계는 눈빛만으로 많은 것을 짐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화의 진행으로 모르고 보는 상황이라 둘의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운데다 연이어 등장한 다마소의 진상짓때문에 적당히 오해하기 쉽게 만든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그의 스타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오프닝이다. 어빙의 뒷모습을 뒤따르는 건 영화의 스토리가 어빙의 입장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주인공 세 명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야기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옥의 티를 남발하는 재미도 준다.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영화의 완성도나 유머수준으로 볼 때 의도적인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

"Some of this actually happend"  (어느 정도는 실화임)

"APRIL 28, 1978
PLAZA HOTEL, NEW YORK" (1978년 4월 28일 뉴욕, 플라자 호텔)

이라고 화면에 띄워주고는 5분 뒤에 CCTV 카메라 위쪽에 찍힌 날짜는  "04-07-78 05:12:43"이다. 1978년 4월 26일로 나온다. ^^;; 

그 뒤의 장면에서도 리치 다마소가 서투르게 일처리를 하는 바람에 어빙 로젠필드가 뒷감당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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