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sades 가 십자군이란 뜻이었군요. 왠지 십자군, 중세라고 하면 마녀사냥, 마법같은 것만 떠올렸는데, 이 책을 통해 역사의 한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2010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하고, 모두 3권으로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현재 2권까지 나온 상태고 1권만 읽은 상태지만,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객관적이고, 설득력있는 시선이 묻어나와 기대해 볼만 합니다.

1권은 1095년 클레르몽에서 교황 우바르누스 2세가 성전을 호소하면서 1차 십자군이 형성되어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십자군 국가가 성립되는 상황까지 진행됩니다. " 신계서 그것을 바라신다 ( Deus lo vult ) " 라는 군중의 환호가 인상적입니다. " 선한 사람으로 하여금 사람을 죽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종교 " 라는 인터넷에서 발견한 내용이 새삼 떠오릅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고, 어떤 다큐멘타리의 캡쳐 장면 같았습니다. ^^;; 

장장 200 년간 계속 됐고, 역사상 가장 엄청난 2 개의 종교 세력 간의 싸움이었음에도 그간 모르고 지냈네요. 간단하게 듣기로는 재물에 눈이 어두운 유럽 기사들이 종교를 핑계로 이슬람 지역을 침탈한 것으로 듣고 있었는데, 역시 역사는 알고 보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종교, 경제, 정치, 민족, 명예욕 등이 어우러진 드라마 속에서 역사의 혼돈이라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좋아할 만한 인물이 몇 등장하지만, 크게 티를 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 3권에서 무난히 끝날 것 같습니다. 가끔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한 인물들에 대해 지나치게 할애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 

역사 속에 있는 듯한 생동감은 잘 모르겠지만, 압도적인 필치는 여전했습니다. 생동감이 " 로마인 이야기 " 에 비해 떨어지는 건 아무래도 로마시대보다 수준은 떨어지고 잔인해진 전쟁들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건 뭐 새롭지도 않고, 절묘하지도 않은 무난한 전술에 생떼쓰듯 달려드는 군대들이라 그냥 턴방식의 전략게임보다 못한 느낌입니다. ^^;;

십자군이야기.1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문학동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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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평화주의자가 되길 바라며 썼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말처럼 종교의 광기에 휩쓸려 자신들이 하는 행동에 어떤 윤리적 가치, 인간의 존엄성도 부여하지 못했던 비극적인 중세 기사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패전국이며, 그 다음 피해자는 승전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기다 전쟁을 벌인 이가 수습하지 못한 채 지겹게 계속될 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 우리는 평화주의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됩니다.

간만에 " 카놋사의 굴욕 " 사건이 어떤 것인지 다시 확인한 게 좋았습니다. 왠지 멋진 역사적 사건일듯한 제목이라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게 들여다 보니 정말 역사적으로 큰 재앙을 일으키는 복선이 됐었네요. 종교와 황제의 암투라니요.. ㅎ

" 에반게리온 "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 롱기누스의 창 " (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옆구리를 찔렀다는 예수의 피가 묻은 성스러운 창 " 이 성물로 등장하는 게 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였다는 건 새로 알게 된 재밌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 후 4 개로 분화된 등장했다고 하네요. 어째 종교적 성물들치고 확실한 건 많지 않은가 봅니다.

킹덤 오브 헤븐
감독 리들리 스콧 (2005 / 독일,미국,영국,스페인)
출연 올랜도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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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킹덤 오브 헤븐 " 이라는 영화가 얼마 전에 개봉했고, 케이블을 통해 봤었는데, 당최 뭔 내용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네요. 2권에 등장하는 살라딘과 문둥이 왕 보두앵 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나 봅니다. 

번역은 무난했던 것 같은데, 239쪽 상단에 등장한 문단은 좀 난해했습니다.

...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 인간 안에 ' 선 ' 과 ' 악 ' 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나 철학이나 윤리를 통해 교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아직도 그 성과는 신통치 않다. 엣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 고 말했다.
- 본문 239쪽 발췌.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에 관한 소견을 피력한 문장 같은데,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 라는 게 원래 이런 뜻으로 사용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ㅎ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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