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즐기는 방식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든 감독조차도 왈가왈부하지 않는 요즘의 분위기 때문에 어떤 영화들은 본래 의도가 비교적 분명해 보임에도 동떨어진 해석이 주류를 이뤄 저평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바웃타임" 역시 그런 영화들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아주 추천할 만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영화로 치면 지루한 편이지만, 드라마영화로 보자면 꽤 유쾌하고 밝은 인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워킹타이틀과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자주 만들어왔다. "어바웃타임" 역시 영국적인 배경에 미국의 발랄하고 매력적인 여배우를 등장시키는 익숙한 설정을 담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간여행"이라는 SF적인 요소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어바웃타임" 역시 업그레이드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고 예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은 로맨스를 많이 담고 있는 인생성찰에 관한 드라마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영화가 들려주는 메시지를 경청하려는 자세를 권하는 바이다. 영화 포스트에 나오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아름다운 미소보다는 "About Time"이라는 제목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걸 염두에 뒀으면 한다. ^^;;

"어바웃타임"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과 시간에 관한 영화다. 단지 주인공에게 과거의 실수나 마음에 들지 않은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여행능력을 줌으로써 영화가 유쾌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이 능력은 코미디를 더 웃기게 만들 수도 있고, 영화 "나비효과"처럼 아주 비비꼬아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인공과 시간여행 능력이 있는 캐릭터들은 아주 소극적으로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인공과 레이첼 맥아담스가 맺어지기까지 벌어지는 영국식(?) 코미디에 정신이 팔리지 않았으면 한다. 중반이 넘어서면서 아주 지루해질 수 있다. 둘의 연애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의 로또번호를 알아내서 오늘 사두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여행능력을 단지 아버지가 돈에 눈이 먼 부자들이 불행하다는 충고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팀이 시간여행능력을 사용하는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에 있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 의외로 가치있고 빛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게 느껴질 것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이미 경험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순간을 즐기려는 자세만 있다면 삶이 얼마나 행복질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 보라고 한다. 

영화는 어설픈 점이 많다. 시간여행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왜 미미한지도 알려주지 않고, 시간여행의 결과는 대개 주인공에게 좋은 쪽으로만 결론지어진다. 그럼에도 영화는 훈훈한 웰메이드 영화의 표본을 보여준다. 단순히 가족이 최고다라든가 좋은 게 좋은 거다가 아닌 "시간"이라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인생의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훈훈한 영화들은 대개 추억팔이의 느낌을 떨쳐내기 힘들어 이 영화가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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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경에 39만원(혹은 그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에 구입한 HP노트북이 2년쯤 지나자 키보드 쪽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Ctrl키, F10키, T, Y 키 등이 입력되지 않는 것이었다. CQ57-111TU 모델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주로 "NumLock" 키 설정 변경으로 해결하라는 식의 설명이었고, 윈도우를 새로 설치해 보거나, 가끔 잔류전류 때문일 수도 있으니 방전시켜 보라고도 했다. 그리고 USB 키보드를 연결해서 정상 동작하면 키보드 고장이니 AS센터에 가져가라고 했다. 뭐 여기까지는 컴퓨터를 어느 정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상황일 것이다. 

해서 HP 홈페이지와 DAUM 지도 서비스를 검색해 가까운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수리점을 방문했더니 키보드 수리비를  9만3천원을 불렀다. 조금도 주저없이 일단 가져가겠다며 돌아섰다. 구입비가 37~39만원대였는데, 키보드 수리하는데 9만3천원이면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 ㅡㅡ;; HP 노트북의 저가형 판매에 고가 수리비 정책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격대로 봐서는 별로 성공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노트북에 4천원짜리 W3 USB 키보드를 꼽고 무난하게 사용하면서 HP 고객지원과 관련해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 정리해 둔다. 이제 HP CQ57-111TU 저가형 노트북은 들고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ㅋㅋㅋ

우선 HP 대표연락처인 1588-3003번으로 문의하면 개개의 수리비는 각 지점에 문의해 보라고 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마 지역에 따라 수리부품을 배송하는 비용에 따라 수리비의 차이가 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방문했던 곳에서는 현재 재고가 없는 상태라 가격이 비싸다고 에둘러 말했다.

만일 전 지점을 찾아봐도 재고가 없을 경우에는 어쩌려고 그랬는지 궁금하거니와 노트북을 켜자마자 USB 메모리를 꽂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혹시 메인보드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려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아마 자체적으로 보유한 점검 프로그램이 들어있을 거라 믿기로 했다. ^^;;

AS기사분들을 종종 봐서 대개 USB 메모리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는지 눈동냥으로 알고 있는 수준이다. 친절한 분들은 컴퓨터 관련 고장 증상 중 여럿이 바이오스 관련 패치, 업데이트만 진행해줘도 해결된다고 설명하면서 보여주기도 한다. 

HP 홈페이지에 보여진 수리점과 DAUM 지도에 보여지는 수리점의 개수가 많이 다른데, 한 AS센터가 그 지역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닌 건지 아니면 여러 개가 있던 AS센터가 대폭 줄은건지 홈페이지에 명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통으로 보여진 AS센터를 찾아가긴 했지만, 지도 서비스에 나온 더 방문하기 쉬운 곳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삼성컴퓨터(프린터, TV 포함)기사들과 HP 프린터 기사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는 편인데, HP는 예전처럼 품질이 확실하지 않은 편이라 AS정책에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삼성의 경우에는 오래된 제품의 부품비에 상한가나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할인율을 적용해 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용자들의 많은 문의와 항의 덕분(?)에 생긴 제도라고 한다. ^^;; 

참고 : Compaq Presario CQ57-100 Notebook PC series - 키보드 분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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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문득 친구가 내뱉은 우연한 한 마디가 "변호인"의 느낌을  그렇게 잘 대변해 줄 수 없었다. 어떤 느낌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 역시 후끈 달아올라버린 상황이었기에 "덥다"라는 말이 절로 입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에 아주 나중에 입소문이나 매체를 통해 확인한 후에 보려고 생각했었지만, 크리스마스에 마땅히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표까지 예매한 친구 덕에 훈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후끈 달아오르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치기어리고 섣부른 이들이 갑자기 박수나 치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도 잘 뽑아냈고, 희미해진 우리나라 전통의 정서들도 다시 일깨우는 연출도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기대치 이상이었지만, 송강호만은 딱 기대치만큼이었다. (송강호는 평소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흠이다. 관상에서나 여기서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

워낙 완성도가 높아 어떤 감독인지 찾아보니 양우석이란 사람의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다. 첫 데뷔작을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다면 앞으로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명작이라고 하기에 조금 아쉬운 건 역시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거나 이전의 비슷한 영화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전에 이런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가장 제대로 구현해 냈을 뿐이다. 그 중에서도 배우들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김영애님의 관록있는 연기는 정말 오랜만인데다 곽도원이라는 배우의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였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도 들어있다고 밝힌 후, 엔딩부분에서 그 분의 대통령 재직시절의 잘잘못을 언급했다면 아마도 새로운 정치영화나 그 비슷한 혁신으로 명작계열에서 논의될 수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 우리나라에서 대중성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정치인 관련 영화를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미 나왔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접하지 못했다. ^^;; 

감독의 관련 인터뷰를 보니 "살아가는 치열함"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좀 동떨어진 느낌인 것도 아쉽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의미들이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학교 시절 -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뀌었지만 - 저녁 무렵에 어떤 음악이 나오면 국기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어야 했던 기억이 조금 있다. (영화에서는 아주 희극적으로 멋지게 등장한다!) 커서는 그게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뭔가 엄청난 동질감내지는 무게감을 느끼곤 했었다.

국가가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 수 있는지를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증명하는 이들이 있다. "변호인"은 그런 부분을 치열하게(!) 드러내고 있다. 당시 어머니들의 모습과 섣부른 청춘들의 모습과 나약했던 아버지들도 함께.. 아쉽게도 지금의 어른남자 대부분도 그러고 있다고 보여지고.. 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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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퇴근길에 어머니 댁에서 놀고 있던 조카를 챙겨오라는 특명(?)을 받고 곧장 노원으로 향했다. 

조카녀석을 근래 들어 응석과 투정이 늘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와 있으면 더욱 심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데리러 갔더니 TV에서 나오는 만화를 다 보고 가겠다며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되도록이면 화를 내지 않는 게 좋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응석받이가 될 조짐이 보이니 아무래도 엄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

몇 번 주의를 주고, 한 두시간 쉬면서 기다려 줬지만 태도에 변화가 없어 결국 풀이 죽은 녀석을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이 온순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습관이 잘못들면 대책없이 엇나갈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데리고 가는 내내 실망과 비난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전철을 타자마자 졸려고 하는 조카의 모습에서 그냥 끝내서는 안되겠다 싶어 꾸벅거리는 녀석을 일부러 서서 가게했다. 물론 옆에서 붙잡아주기도 하고, 자지 못하도록 깨우기도 했다. 

자꾸 뭉그적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눈치가 너무 빤히 보여 끝내는 마을버스 타는 곳을 지나쳐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비록 날씨는 추웠지만, 바람이 불지 않았고 둘 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데다 배도 든든하니 한 40여분 정도 걷는다고 큰 탈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중간에 제법 높이가 있는 언덕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쯤에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거나 힘들다고 징징댈 때 적당히 마무리 짓고 싶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거기까지 걸어가는 동안 조카가 생각을 좀 많이 하길 바랬다.

마을버스를 타버리면 앉아서 대책없이 졸아버리는 비장의 기술을 조카녀석이 가지고 있어서 그냥 넘어간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이번에는 좀 오래 기억되도록 얼굴에 찬바람을 맞게 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정거장 서너개 거리를 지나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데, 눈을 마주칠 때마다 얼굴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어떤 때는 '이제 그만하죠?' 하는 식이고, 어떤 때는 '졸린데 언제까지 걸어갈꺼야?' 하는 식이었다. 

결국, 언덕길을 다 올라와서 바람이 조금 불기 시작하자 울먹이며 춥다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이제는 됐다 싶어 훈계를 시작했고, 지켜지지는 않을 약속이지만 그래도 오래 기억에 남도록 조곤조곤 뱉어내도록 했다. 

그뒤로는 안아주기도 하다가 같이 걷기도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 출근하니 다리가 좀 피곤한 편이고 감기기운이 약간 도는 듯 했는데, 조카 녀석은 별 탈없이 쌩쌩했다는 점이다. 하는 짓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 더 오래 기억되도록 혼내주겠다고 찬바람 맞으며 같이 걸었는데, 징징대던 조카보다 더 피곤하니 뭔가 허망했던 하루였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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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함께 오랜만에 목욕탕에 다녀왔다. 

예전에는 주로 대낮에 가서 끝나는 시간에 관심이 없었기에, 문 닫는 시간이 9시려니 했다. 

목욕탕에 도착해서야 8시까지 영업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하필 시간도 애매하게 7시 15분정도였다. 

약간은 즉흥적으로 왔기에 내친 김에 후딱 해치우겠다는 생각에 표를 끊고 들어갔으나..

역시 조카 녀석이 만만치 않았다. ㅡㅡ;;

장난감 늘어놓고 한바탕 마당놀이를 할 기세였다. 

그 와중에 목욕탕에서 일하시는 분은 이미 청소를 시작해 버려 큰 탕의 물들은 다 비워진 상태. ㅡㅡ;;

주인아저씨께서 오셔서 청소를 너무 일찍 시작했다고 한 소리 하시니.. 

일하시는 분은 다시 중간 크기의 탕에 따뜻한 물으로 반쯤 다시 채워주셨다. 

버스를 혼자 탈 때는 기분이 아주 편하지만, 목욕탕 마감시간에 손님이 우리 뿐이고 옆에서 청소를 시작한 상황일 때는 나오던 때도 숨을 분위기였다. ㅡㅡ;;

혼자 부랴부라 수선을 떨고 놀다가 쫓겨나는 듯한 기분에 칭얼대는 조카도 달래고 보니 이미 목욕탕을 제외한 다른 곳은 불이 꺼져 있었다. 

앞으로 조카녀석과의 목욕시간은 족히 2시간을 예상해야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일하시는 분은 굳이 새로 물을 채워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해도 굳은 얼굴이 풀릴 줄 몰랐다. 아무래도 시켜서 채우신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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