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빈란드를 향해 떠나자는 씬이 등장했다.

이전까지는 토르핀이 신세계로 출발하는 이유를 왕과의 관계로 추측했는데, 13권에서 대뜸 노예제로 인해 죽어가는 여러 사람들을 보고 슬픔에 못 이겨 떠나려는 상황으로 그려져 실망감이 크다. 왠지 무기력해 보인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어떤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물론, 왕의 군대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니 소수의 사람들을 이끌고 대항해 봐야 별 의미도 없고 위력도 없을 것이라는 건 자명하지만, 그동안 "빈란드사가"를 이끌어 왔던 건 상황을 뒤엎는 소수의 막강한 전력들와 통쾌한 액션들이 아니었나? 13권은 이런 것들을 다 버리고 "빈란드"라는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것 같은데, 재미적인 요소들 어떻게 유지할 지 궁금하다.

13권에서는 농장주의 큰아들 토르길이 왕에게 호된 일격을 가하는 재미가 있다. 

예상으로는 토르핀 일행이 빈란드를 향해 떠나는 사실을 알게 된 왕이 뒤쫓다가 실패하고, 토르핀 일행은 마침내 새 땅에 도달하면서 작품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토르핀 및 주변의 전사들이 멋진 액션을 펼쳐주면서 재밌는 요소들을 유지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을 틀리게 하면서 더 재미를 주는 작품을 만드는 만화가를 좋아한다. ^^;;

그러고 보니 빈란드사가는 끊임없이 같은 스타일의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 소수의 일행이 언제나 다수의 무리들에게 쫓기는 패턴이고, 대개 소수의 일행에는 막강한 전사들이 있다. 그리고 뜻을 가진 주인공 일행들은 모진 추적을 따돌리고 탈출에 성공한다.

혹시 만화가가 이런 패턴을 좋아해 신세계로 떠나는 작품을 골라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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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말경에 13권까지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2005년경부터 시작했으니 발간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스토리나 완성도는 높다.

"빈란드 사가"라는 바이킹의 서사시를 모티브로 실존인물인 "토르핀"의 일대기가 그려지고 있다. 로마시대 이후 11세기경의 영국과 덴마크가 주무대이고, 크리스토퍼 콜롬부스보다 수백년 전에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바이킹의 전승이 주요 스토리다. 

빈란드사가_1권_표지

출처 : 학산문화사

빈란드사가_12권_표지

출처 : 학산문화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팩션물(?)이고, 그림체가 수준급이다. 작가인 마코토 유키무라의 다른 작품으로 "플라타네스"가 있다고 한다. 제목은 익히 봐왔지만 왠지 땡기지 않았으나 "빈란드사가"로 인해 급호감 상태다. 

** 이하 만화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둡니다. 

주인공은 "토르핀"은 아버지 "토르즈"에게 어릴 적부터 훌륭한 가르침을 받지만, 타고난 투사의 본능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충격으로 인해 복수에 전념하게 된다. 이런 토르즈가 우여곡절 끝에 노예상태로 전락해 있고, 신분제 타파에 대한 정신적인 각성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 "토르즈"를 죽인 "아셰라드"('재투성이'라는 뜻)는 토르핀에게는 원수이면서 사실상의 스승이기도 하다. 토르핀이 어리기에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싸움을 하는 방법에 관한 많은 조언과 전략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본의 아니게 가르쳐주는 것도 있는데, 바로 무리를 이끄는 자의 도리에 관해서다. 아셰라드는 10여년간 함께한 용병집단에게 배신을 당하는데, 아셰라드 스스로 동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이 한 몫 했다. 10여년간 꼴보기 싫었다는 대사와 함께 동료들과 칼을 섞는 아셰라드를 토르핀이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스토리 전개상 앞으로 많은 동료들을 얻어야 할 토르핀으로써는 깨우쳐야 할 부분이다. 

토르즈와 아셰라드는 현실적으로 실패한 두 명의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는데, 토르즈의 경우에는 너무 순수하고 이상적이기에 실패했고, 아셰라드는 그 반대로 너무 이기적이고 현실적이었다. 토르핀은 이 둘이 죽어갈 때마다 엄청난 충격만 받고 하나도 깨우치질 못하는데, 이제 서서히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잔인하면서도 전투적인 데인인들(오늘날 덴마크쪽 사람들)을 아주 호감있게 그린다는 점이다. 일본의 사무라이 로망을 반영한 것으로도 보이는데, 추측으로는 토르핀이 노예제의 부당함을 극복하는 대안이 신분제 타파가 아니라 신세계 항해로 선택하는 배경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는 덴마크의 왕이 된 크노트와도 연관이 있을 것 같고, 아버지 토르즈의 가르침은 "적은 없다"라는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여러 전개들이 신세계 탐험이라는 큰 설정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

"빈란드사가"가 제법 인기있는 이유는 역시 마초적인 로망일 것 같다. 강한 힘을 꿈꾸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잔인하고 강하면서도 쿨한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시원시원하고 사고들을 쳐 얘기를 재밌게 만든다. 주변의 단순무식한 전사들은 가끔 동정을 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아셰라드 용병집단의 오른팔격인 비요른의 죽음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단순무식의 엑스트라급 캐릭터로 보였는데, 별 스토리도 없이 꿋꿋하게 등장하다가 아셰라드의 칼 아래 죽어가면서 "친구가 되고 싶었어.."라는 명대사 한마디와 함께 현실에 찌든 아셰라드에게서 뜨거운 눈물이 솟아나게 만든다. 아마 아셰라드가 유일하게 우는 장면으로 기억되는데, 이건 거의 마른 오징어를 움켜쥐어 물을 짜내는 급으로 보인다. ^^;;


12권에서 노예가 된 토르즈의 농장주인의 큰아들인 토르길과 농장의 두목급 보디가드인 로알드(뱀)이 차세대 매력마초남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 다 현실의 불합리함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피가 끓고 있다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렇게 재밌는 만화를 그리는 마코토 유키무라라는 작가에게 한마디 할 말이 있다면.. 

제발 좀 빨리 그려주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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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관한 깊이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혹은 평소 즐기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방문해 볼 곳들이 이제 우리나라에도 꽤나 생겼다.

초반치고는 잘 꾸려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고, 어찌보면 너무 늦게 시작한 듯도 하지만, 어쨌거나 방문해 볼만한 곳들이 방문자들이 늘어야 하는 곳들이라 생각되는데 나이탓인지 자주 까먹고 지내고 있어 기록해 둔다.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홈페이지 : http://www.komacon.kr/main/index.asp

트위터 : https://twitter.com/manhwa_love

얼마 전에 7호선 부평구청 방향으로 " 삼산체육관역 " 이 생겨서 만화박물관으로 가기 편해졌지만, 여전히 서울에서는 멀다. ^^;; 만화박물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 몇 곳이 같이 있었다.




남산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홈페이지 : http://www.ani.seoul.kr/potal/index.jsp

서울 남산, 명동 근처에 있거 가기 편하다.



상암DMC한국콘텐츠 ( 상암dmc, 디지털 미디어시티 )

홈페이지 : http://dmc.seoul.go.kr/index.do

여기도 제법 먼데,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이 있다. 한국영상진흥원의 극장에서 고전명작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기 좋았던 곳으로 기억된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 도서관

홈페이지 : http://library.kocca.or.kr/index.jsp

가 본적은 없던 것 같은데, 무슨 백서 같은 것을 가끔 봤던 곳을 기억된다. ^^;;


지금 살펴보니 관련된 다른 기관들이 서로 링크를 맺고 있어 시간을 들여 더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일단 메모지에 적혀 있는 내용을 기록하는 차원이라 이후에 조금씩 더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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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 에반게리온 " 에 대해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글쓴이는 TV판 중 하나와 극장판 중 몇 개를 봤었다. 그래서 " 에반게리온 " 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만화책들은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애니메이션을 그냥 만화로 다시 그린 줄 알았기 때문이다. ^^;;

그런데, 강철의 걸프렌드니 학원타천록이니 하는 서너가지의 다른 제목에 비슷한 그림체로 등장인물이 똑같이 나오는 걸 보고 이상해서 살펴보니 애니메이션을 완전히 재구성한 만화책들이었다. 어떤 대규모 프로젝트에 의한 건지 아니면 공모전 같은 것들을 통해 정식발매되는 동인지같은 것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 하나인 " 학원타천록 " 을 짧고 재밌게 읽었다. 모두 4 권밖에 되지 않는데다, 스토리를 거의 군더더기없이 짜임새있게 재구성했다. 단지 초호기, 1호기 등등의 거대한 생체병기가 나오지 않는게 좀 아쉬울 뿐이었다.

에반게리온학원타천록.4
카테고리 만화 > SF/판타지
지은이 Gainax (대원씨아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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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이해하기 쉽고 굳이 미스테리한 요소들을 등장시키지 않는 대신 카오루와 신지의 관계가 묘하게 전개되는 게 동인지의 흔적이 아닐까 추측됐다. 주요 배경이 학교이고, 사도와 감시자 ( 신지, 카오루 등등 ) 의 대결로 에피소드가 진행되 스토리를 더 길게 가져갈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간결하게 마무리해 편하고 좋았다. 에반게리온이나 이런 일본식 SF물의 만화책에 거부감이 없고 짧게 머리를 식히고 싶은 만화책 애호가들에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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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태권브이의 김청기 감독님이 추천의 글을 쓰고, 블로그 칼럼리스트로 유명하신 페니웨이님이 우리나라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관해 정리한 책이다. 이전에 읽었던 " 슈퍼로봇의 혼 " 이라는 책과 같이 읽을만 하다.

지은이 블로그 : http://pennyway.net/

지은이 분과 대략 비슷한(?) 세대라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고, 페니웨이님은 그 시절은 따뜻하게 감싸주시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지만, 일본문화를 접한 후 느꼈던 배신감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슈퍼로봇물의 역사라는 건 단지 기록이라는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 힘들다. 사회상이 어두웠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의 무분별한 저작물 침해나 먹튀식 제작 - 흥행에 성공하면 재투자보다는 이윤이 더 많은 곳으로 가버리거나 한건 했으니 쉬어버리는 식 - 행태를 눈감아줘서는 안된다고 본다.


한국슈퍼로봇열전태권브이에서우뢰매까지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만화/애니메이션
지은이 페니웨이 (한스미디어, 2012년)
상세보기



최근 데즈카 오사무의 자전적인 에세이를 두 편 정도 읽었고, 그밖에 몇몇 자료를 접한 결과 일본 역시 암울하기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추측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페니웨이님의 " 한국 슈퍼 로봇 열전 " 은 이런 흑역사를 만화, 애니메이션 애호가의 입장에서 비교적 담담하고 애정어린 기록으로 남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

크게 4 개의 파트로 나눠 개봉 연대순으로 정리했는데, 잊고 지냈던 많은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뭐 별로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이런 작품에도 정신을 홀랑 빼앗긴채 즐겁게 지내던 시절이 그리웠던 건 사실이다. ^^;; 

아쉬운 건 파트를 나누는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이다. 물론 모두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파트를 나눴다면 로봇물 애니메이션 흑역사에 뭔가 변환점들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짚어냈으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 제작방식이라든가 제작업체들과 주요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파트를 나눠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출처 : DAUM



책품질도 좋은 편이다. 특히 풍부한 일러스트가 눈요기꺼리인데, lennono 라는 분이 담당하셨다고 한다.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분들과 그 이전 세대들이시라면 기억날 것이 많을 것 같지만, 그 이후 세대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태권브이 프로젝트는 어쩔건지 싶다. 아직도 관계자들이 정신 못차린 사람들이 여럿 있어 보인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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