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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스포츠는 기초상식을 어느 정도 알고 보게 되면 그 수준만큼의 서스펜스가 느껴진다. 그런 스포츠들 중에서 알면 알수록 더 다양한 종류의 긴박감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프로야구다.

서스펜스 ( Suspense ) : 영화, 드라마, 소설 따위에서, 줄거리의 전개가 관객이나 독자에게 주는 불안감과 긴박감. ‘긴장감’, ‘박진감’으로 순화. - 출처 : DAUM 국어사전

야구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널리 퍼졌는데, 아마 스포츠 종목 중에 가장 많은 규칙의 변화가 생긴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그런 변화의 기준은 바로 팽팽한 균형감과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스트라이크과 볼의 갯수, 각 포지션의 역할, 구장, 투수와 포수 사이의 거리 등등 찾아보면 거의 모든 요소가 초창기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심지어 투수의 경우에는 100년 이전의 아주 초기에 야구에서 투수의 역할은 타자가 공을 치도록 던져주는 역할이었지만, ( 그래서 강하게 던진다는 의미의 throw 가 아닌 목표에 가도록 보내준다는 뜻의 pitch 란 단어로부터 pitcher ( 투수 ) 라는 단어가 선택됐다. ) 지금은 타자가 되도록이면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이 되었다.

이런 긴장감을 잘 즐길 수 있는 건 역시 프로야구가 턴방식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서로 번갈아 가며 상대팀의 3명의 타자가 아웃 판정을 받을 때까지 수비를 하고, 다시 우리 팀의 3명의 타자가 아웃 판정을 받을 때까지 공격을 해서 기본적으로는 9번의 공격과 수비의 기회를 갖는다. 이렇게 공수가 교대되고, 투수가 준비 자세를 갖춘 후에 공을 던지는 그 짧은 순간마다 야구에 대해 뭔가 지식을 가진 팬들은 양 팀의 전술에 따른 준비과정을 아는 만큼 눈치챌 수 있다. ( 물론 몰라도 멋진 유니폼을 입고 햇빛에 그을린 성실한 얼굴을 한 선수들이 뛰어나오거나 심호흠을 하면 눈빛을 이글거리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

각 상황에 따라 포수가 어떤 방향으로 공을 유도하고 있는지, 투수는 수비 위치들을 확인하며 포수와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수비수들은 평소와 달리 다른 위치에 가 있는지, 주자는 벤치의 지시를 주의깊게 듣고 있는지 등을 눈여겨 관찰해 보면 서서히 긴장감을 느껴지기 시작한다. 물론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상황이나 팽팽한 상황에서라도 한 명의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고 갑작스레 구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긴박감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야구에서 흐름은 엄청나게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 흐름의 시작이 어디가 될지 더 빨리 눈치채거나 그 가능성을 알고 있는 팬들은 다른 팬들보다 훨씬 야구를 스릴있게 즐길 수 있다.

야구플레이는 단지 투수가 공을 던지면서 시작되고 던진 공에 대한 판정이 나거나 타자가 공을 때려서 안타를 치거나 아웃이 되면 플레이가 멈추지만 프로야구는 그런 플레이 사이사이에서도 항상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현재는 133 경기라는 엄청난 숫자의 경기를 치루면서 이전 경기의 자료를 모으고 다시 분석해서 오늘에 대한 준비와 이후에 있을 게임들에 대해 항상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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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나 축구나 모두 좋은 스포츠다. 즐기는 팬의 방식에 차이일 뿐이지만, 축구는 정말 넘치는 에너지와 스피드로 인해 관중들이 뭔가를 예상하기 보다 막연히 기대하면서 경기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양쪽 합쳐 20명 ( 골키퍼 제외 ) 이나 되는 선수들이 제각기 이러저리 열심히 뛰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를 발견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만큼 예상 밖의 상황도 연출되지만, 사실 경기 전에 어느 정도 예측된 상황과 선수들의 움직임 외에는 뭔가 관찰해서 알아낼 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야구는 조금이라도 배우게 되면 머리 속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중들이 참여(?)할 부분이 더 있다. 자기 팀의 파울볼을 잡으러 오는 상대팀 대신 공을 잡아버리는 관중들도 있지 않은가?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기본적인 상황을 예를 들자. 투수가 공을 던지려고 하고 있다. 전광판에는 투 스트라이크 노볼이다. 당연히 볼에 가까운 유인구를 던질 가능성이 아주 높고, 적어도 타자가 치기 쉽지 않도록 아예 빠져도 상관없다. 투수가 엄청 유리한 상황이다. 관중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투구를 기다린다. 느닷없는 삼진이면 허를 찌른 게 누구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포수가 리드한 걸까? 아님 실투였을까? 아님 투수가?

좀 어려운 상황을 예를 보자면 무사에 1루와 3루에 주자가 있다. 타자의 스윙에 따라 주자도 생각을 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그들은 머리 속으로 여러 상황을 가정해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기본적인 생각은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타자가 발이 느린 데, 3루쪽으로 평범한 내야 땅볼을 쳐냈을 경우에 3루 주자는 홈으로 달려들어야 할까? 팀마다 기본지침은 다르겠지만, 이런 때가 어렵다. 왜냐하면 3루쪽 땅볼이고 타자가 발이 느리면 더블플레이가 당연시 되고 3루 주자가 가만히 있으면 졸지에 2사 3루 상황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3루 주자가 홈으로 달리면 3루 수비수를 홈을 공을 던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타자가 웬만큼 발이 느리지 않고서는 더블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즉, 1사에 1, 2루가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3루 주자는 어떤 상황을 선택할 것인가?

위의 경우외에도 고려할 요소는 더 많지만, 요지와는 동떨어지기에 이쯤에서 마치자.

내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통계나 자료들이 꽤 넉넉히 준비돼 있고, 알면 알수록 체험하면 할수록 더 긴장감있게 경기시간 전체를 즐길 수 있다. 뭇 남정네들은 경기내내 치어리더들을 즐기기도 한다는 출처불명의 유언비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간간이 즐긴다를 인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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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서서히 들어가면서 치매 예방으로 블로그를 하고, 스포츠도 되도록이면 머리로 즐기려 아둥바둥한다. 게다가 갑자기 올해 들어 MBC 청룡 시절부터 지지하는 야구팀이었던 LG 가 회춘한 모양이다. 비교적 작은 경기수라 미지수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좀 더 자주 보게 된다. 몇년간 어느 야구팬이세요 라는 질문에 담배피며 대답했다.

올해는 좀 나아졌으면 하는데, 우승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허무하게 지지 않았으면 하고, 다 이긴 경기에 코만 빠뜨리지 않았으면 하고, 괜히 이겨가는 경기에 퍼진 상대팀을 이 악물고 두드리지 않았으면 한다. 제발 이해할 수 있는 작전과 선수들의 성실함을 바랄 뿐이다. ( 참고로, LG 의 광팬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말이 길어져서 혹시라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기우에 적어둔다. 그냥 팬이다. 욕하기보다 그냥 외면하고 멀리서 지켜보다 잘하는 것 같으면 박수나 쳐주는 단지 팬이다. 정말 성실히 야구장에 가셔서 땀흘리며 응원하고 행복한 모습을 돌아오시는 분들이 진정한 LG팬이라고 본다.
종종 500원 넣고 하는 야구배팅장을 가서 LG 선수인냥 스윙을 하곤 한다. 물론 헛스윙이 반이다. ^^;; )

추신 : 헉, 스포츠 조선 쪽에서 나온 사진인가부네. 실수다.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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