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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생활의 역사 " 1 권 ( 로마 제국부터 천 년까지 ) 를 읽다가 도저히 어려워서 더 이상 못 읽겠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이건 결코 일반인이 그냥 읽을 만한 수준의 책이 아니다. 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20 대 초, 중반의 시절이었다면 재미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가며 부족한 인문교양을 채워가며 읽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일단 1권의 1부인 " 로마 제국 " 까지 읽고 일단락 짓기로 결정했다. 1권은 1부 로마제국 ( 폴 벤느 ), 2부 후기 고대 ( 피터 브라운 ), 3부 로마 제국 시대 아프리카 지역의 사생활과 가옥 구조 ( 이봉 테베르 ), 4부 서방의 중세 초기 ( 미셀 루슈 ), 5부 비잔틴 제국 10 ~ 11 세기 ( 에블린 파틀라장 ) 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기 어려웠던 점을 좀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고 다시 읽을 여유가 생겼을 때 참고해야겠다. 

주요 저자들이 프랑스 쪽이거나 유럽 쪽 인물들이고, 많은 철학, 인문학적인 내공을 쌓고 있어 어려운 사조나 낱말들이 곧잘 등장한다. 프랑스 앙시앵 레짐란 단어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ㅡㅡ;; 게다가 웬놈의 계급 갈등과 스토아 철학 - 그래도 이 단어는 들어봤다. -, 무슨무슨 철학사조가 나오는데, 모르면 유머나 문맥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그리스 철학 사조에 대해서는 언젠가 읽고자 했는데, 하루바삐 읽어둬야겠다. 경제학, 맑시즘 등등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읽은 후에 다시 도전해 볼 일이다.


다시 읽을 기회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이 책의 좋았던 점도 기록해 둔다.

이 책을 잡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언제나 확 깬다. 기존의 역사학이 아니라 완전 새로운 시각에서 사람이라는 동물을 중심으로 역사적 유물들을 토대로 저자가 분석한 내용들을 주장해 간다. " 눈을 위한 화려한 축제 " 라는 광고카피에 걸맞게 아주 재밌고 역사적인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기존의 역사관련서적들이 보여주는 훌륭한 건축, 인물, 장면들 못지 않게 서민들의 모습, 생활상이 담긴 석관, 장사하는 가게의 모습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솔한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 가끔 므훗한 그림도 나온다. ^^;; )


2부인 후기 고대 부터 기독교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즉, 1부의 사생활들은 전혀 기독교의 영향을 받지않고 순수하게 로마적이거나 그리스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시오노 나나미가 " 로마인 이야기 " 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던 로마의 제국적인 모습을 폴 벤느는 모두 풀어헤쳐 마당에 펼쳐놓는다. 폴 벤느는 시오노 나나미와 달리 로마가 결코 법치국가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폴 벤느의 경우, 로마가 법의 어머니적인 존재인 건 맞지만, 실생활에서는 오늘날의 법치국가처럼 사회가 동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회적은 차별받는 계급이나 인물은 결코 법적인 호소가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당시의 법체계라는 것이 우리의 막역한 상상과 얼마나 달랐는지 보여준다. 재밌는 건 고소, 고발 등의 법적인 사건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 더 많은 대중을 모으려 했고, 모인 사람들의 반응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배심원 제도의 모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출생, 결혼, 노예 ( 해방 노예 ), 뇌물, 체면, 일, 여가, 세습 재산, 여론, 즐거움, 마음의 안정 등등 챕터별 제목만 봐도 이 책의 시선이 어디서부터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제 각 챕터들을 읽으면서 감탄이나 신선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는데, ( 물론 읽을 당시 머리가 맑았을 때 얘기다 ) 모아서 정리해두겠다고 넘어간 게 아쉽다. 이 책을 두 번이나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읽게 된다면 바로바로 기록해둬야겠다.

261 쪽의 중간쯤을 보면 " 샤리바리 (charivaris ) " 라는 단어가 나온다. 공동체 대중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위를 한 개인에게 소란스러운 행동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어딘가 써먹을 데가 있을 법한 단어다. 오늘날 야구 스포츠 세계에서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본다. ( 옛날부터 그랬어~ )

끝으로 유언과 무덤에 관한 부분이 많이 여운을 남긴다. 로마 시대에는 유언이 상당이 큰 의미를 가졌다는 데, 되새겨 볼 만 하다. 무덤에 비명을 새기는 일은 1 세기에서 3 세기까지 유행했다고 한다. 복고풍이 다시 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 거대한 번역 작업을 한 분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읽기도 버거운 책을 되도록이면 읽기 쉽도록 번역하느라 보낸 시간과 역량을 떠올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죄송하지만 다 읽지 못하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이 책은 보통 사람이 읽으려 도전한다면 작은 피라미드를 하나 쌓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 같다. 하나라도 돌이 빠지면 전혀 감도 못잡겠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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