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녀석이 말을 배우게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하루는 둘이 마주 앉아 어머니께서 깎아 놓고 가신 사과를 먹고 있었는데, 양이 조금 작았다.
사내녀석이라 몇 살되지 않았어도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기에, 조카가 사과 두 쪽을 먹을 때, 반쪽이나 한 쪽 정도를 먹고 있었다.
사과를 다 먹어갈 때쯤 이를 수상히 여긴 조카가 물었다.
" 큰아빠는 사과 왜 안 먹어? "
왠지 궁금하다는 눈빛이었다.
말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는데, 큰아빠는 순간 이게 노래가사에서나 볼 법한 그런 상황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 버렸다. 마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시면서 안 드셨는데, 자식이 나중에 커서 진상을 알게 되어 감동하는 그런 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에 잠시 젖어 있었다.
" 으..응, 큰 아빠는 이따가 먹을거야.. "
" 왜? "
" 응, 큰 아빠는 나중에 먹어도 돼 "
" 그래? 음.. "
적어도 이때까지는 내심 행복했었다. ^^;;
그런데, 갑자기 현실을 깨닫게 하는 한 마디..
" 어디서 먹을 껀데? "
큰아빠는 당황해서 눈을 껌뻑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빛이 이상해지기 시작하면서 따져 묻기 시작하는 조카 녀석.
" 그러니까 큰 아빠는 나중에 어디서 먹을 껀데~~~ "
그렇다. 조카는 큰 아빠가 못 먹어서 궁금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어디선가 혼자 먹을까봐 궁금했던 것이었다. ㅡㅡ;;
웃으면서 엄지와 검지로 양 볼을 꽉 잡고 양 쪽으로 최대한 늘려줬던 때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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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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