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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웬만한 영화팬들이라면 무비 트레일러만 봐도 팀버튼의 스타일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분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운 상상력, 다양한 감성의 엽기적인(?) 조합, 뛰어난 색채 감각 그리고 장인급의 완성도로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팀 버튼과 그의 단짝 조니 뎁이 " 다크 섀도우 " 로 돌아왔다. 그런데.. 영화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미드문화의 한계.. 

마치 " 비틀쥬스 " 와 " 아담스 패밀리 " 의 새로운 조합처럼 보이는 " 다크 섀도우 " 는 소재에서 생경함이 느껴진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은 무척 좋아했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알지 못했던 미국 인기 고전 TV 드라마를 한편의 영화로 재탄생 시킨 것이라 그 인기코드 ( 혹은 개그코드 ) 를 모르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뱀파이어, 마녀, 귀신, 영매, 늑대인간 등은 전혀 낯설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는 일본영화 " 춤추는 대수사선 " 과 비슷한데, 일본 TV 시리즈를 보고 영화를 관람한 사람과 보지 못하고 영화를 관람한 사람은 그 재미가 사뭇 다르다. 본 사람들에게는 끝나버린 아쉬움에 대한 완벽한 보상이었지만,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냥 제법 괜찮은 유머 장르의 폴리스 영화였을 뿐이었다. " 다크 섀도우 " 가 딱 그 전철을 밟고 있다. 

히피 등의 1970년대 미국문화를 바탕으로 한 복고코미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니 뎁이 부활하자마자 목에 건 목걸이는 또 뭘까? 게다가 앨리스 쿠퍼라니.. ㅎ 


출처 : DAUM 영화





팀 버튼의 약점.. 스토리..

팀 버튼은 공포영화에 매료되어 성장했기에 이미지에 중점을 둔다. 그러니 자연스레 스토리 혹은 내러티브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편이고, 어떤 때는 시놉시스없이 촬영에 임하기도 한다. 그나마 " 다크 섀도우 " 는 이미 방영된 에피소드들 중 몇몇을 골라 각본으로 만든 건데, 아무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얼기설기 엮은 느낌이 든다. 이유는 역시 TV 시리즈를 접하지 못했다는 것.  ( 팀 버튼이 스토리를 크게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고 해서 주제나 설정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촬영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즉흥성도 좋아하기에 굳이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 

대표적인 게 딸이 늑대인간이었다는 점인데, 분명 TV시리즈에서는 재미있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했기에 넣은 부분일테지만,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들은 저게 뭐지? 싶은 느낌이다. 굳이 이해하려고 하자면, 딸이 주변 사람들 특히 동생에게 삐닥하게 구는 숨겨진 이유가 밝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가족이 위기상황에 처하자 용감하게 비밀을 밝히며 힘을 보탬으로써 캐릭터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하려는 의도일 수 있겠다. 남아있는 가족 ( 삼촌은 떠나버림 ) 들 간에 애정을 확인하는 씬으로 보이는데, 어쨌거나 쌩뚱맞은 느낌은 있다. 

뭐죠? 이거?




업그레이드일까? 컨트롤브이 ( Ctrl+V ) 일까?

꽤 여러 편의 팀 버튼 영화들을 봐왔는데, " 에드우드 ", " 스위니 토드 ", " 배트맨 ", " 혹성탈출 " 등은 확실히 변주이거나 발전하는 모습이었다고 판단되지만, " 다크 섀도우 " 의 경우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기술적으로는 색감과 이미지가 더 강렬하면서도 화려해졌고, 약간은 보수적인 주제의식 역시 분명해졌지만, 한층 더 성장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이에 관해서는 로랑 티라르가 지은 "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 ( 2007 ) 에 가장 좋은 인터뷰가 나온다. 

다시 놀라지는 않을, 놀라운 예술

...
한편으로, 나는 어떻게 보면 늘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만들고 또 만들고 있다.
사람은 다 다르다. 한 개인의 성격은 자신이 지내온 어린 시절의 결과이며,
사람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하나의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계속 재탕하며 평생을 보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고, 예술가는 더더욱 그렇다.
어떤 소재를 다루든, 결국 마지막에는 똑같은 집착을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한 것으로 끝난다.
이것은 꽤 화나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결코 끝나지 않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풀어야 할 저주인 셈이다.
-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팀 버튼편 중에서. 212쪽 ( 가독성을 위해 줄바꿈을 넣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 인터뷰가 " 다크 섀도우 " 의 많은 것을 대변해 준다. ( 더 분명하고 적확하게 표현할 능력이 없다. ㅡㅡ;; )

재밌는 건 이 저주에 걸린 관객들도 있다는 점이다. 의례 팀 버튼의 영화가 나오면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있고, 차마 모두에게 '와! 누가 봐도 재밌는 영화야'라고 말은 못해도 내심 만족해 한다. 그런 이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뭔가 항상 비슷한 이미지와 느낌이 오는데, 매번 흥미를 느끼는 묘한 저주같은 것이 있다. ㅋㅋㅋ

난장판이 되도 벗어날 수 없는..




에바 그린의 발견

" 다크 섀도우 " 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에바 그린의 변신이다. 개인적으로는 " 와치맨 " 에서 그토록 잔인했던 로어 셰크가 멍청한 문지기로 등장하면서부터 웃겼지만, 청순하고 착한 이미지였던 에바 그린이 사랑에 미친 마녀 역을 이렇게 섹시하게 표현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표독할 땐 표독하게, 서글픈 땐 서글프게 다양한 표정 연기로 영화의 재미를 살려준다. 이는 조니뎁의 연기와 잘 어울리는데, " 바나바스 " 캐릭터는 무표정한 잭 스패로우 스타일 ( " 캐러비안의 해적 " 참고 ) 이다. 스캔들이 날 만도 했다. 대개 팀 버튼표 영화는 여자들이 더 선호하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남자들도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 

이런 모습도 매력적인 에바..

 


조니 뎁과 팀 버튼은 딱 기대치만큼 능청스러워졌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줬다. 그런데 왠지 팀 버튼과 조니 뎁은 " 다크 섀도우 " 를 그들만의 시선으로 만든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눕고 있는 게 아닙니다.

 


덧붙이기 : 팀 버튼은 영화 속 캐릭터에 배우를 캐스팅할 때, 자신이 관찰한 배우의 내면이 등장인물과 얼마나 잘 어우러질까 살펴본다고 한다. 예를 들면 조니 뎁과 처음 작업했던 " 가위손 " 에서 주인공 에드워드는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려 몸부림치면서도 비관하고 있는 역할이었는데, 당시 조니 뎁의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고 한다. 그때의 조니 뎁은 지금처럼 실력파 인기영화배우가 아니라 TV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괴로와하고 있었단다. 
이런 캐스팅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에바 그린의 연기를 떠올려 보는 것도 흥미롭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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