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9회까지 진행되어온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 대한민국 창작만화공모전 " 의 1회 수상작품집이다. 2003년의 우리나라 만화계도 꽤 수준있었다고 느껴진다. 크게 공감되지는 않지만, 고우영님의 창착만화부문 심사평이나 조관제님의 카툰부문 심사평이 간략하게 수록되어 있다. 탈락한 작품에 대해서도 몇 마디 언급해 둔게 흥미롭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대상 : 77년생 ( 원제 : 그녀, 너, 나 혹은 우리... ). 장수진.

원래 수상작품집에는 대상작품명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저자와 협의하여 77년생이란 제목으로 바꿨단다.

여성만화가의 작품은 취향이 아니라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 그녀, 너, 나 혹은 우리... " 라는 나열하는 분위기의 제목인 이 만화는 의외로 흡입력이 있었다. 

고우영님의 심사평에 따르면 문학적 소양이 대단하게 느껴졌다는데, 나 역시 공감한다. 만화라기 보다 소설에 삽화를 넣은 듯 한 느낌이었다. 문학적 가치와 형식의 파괴, 완성도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고는 하는데, 만화가 가져야 할 함축성, 그림 표현이 어려웠기에 취한 협상결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79년생인데, 등장인물들을 77년생 아가씨 3 명이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아가씨들의 고민과 사건을 통해 성장통을 그리고 있는데, 스토리 전개가 말끔하고, 텍스트(?)에서 아마추어를 벗어난 무게와 필력이 느껴진다. 그림이 좀 아마추어틱할 뿐이다. ㅎ

배경묘사를 치밀하게 하지 않아 칸과 칸 사이를 까맣게 만들어 둔 듯 하다. 
" 클라인레빈증 " 이라는 희귀한 수면병(?)이 언급된다. 한번 자면 몇개월씩 자기도 한다는 데, 기면증 못지 않게 황당하다. 

여자들의 우정이 참 리얼하게 그려진 재미가 있다. 



창작만화 - 우수상 : 아픈 날의 회상. 강원구

78년생이면 이런 소재를 다루기에는 좀 어리지 않은가 싶은데, 광주쪽에서는 꽤 오랫동안 치열한 분위기가 유지됐을테니 아마 저자가 실제 경혐한 것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은 땅덩어리는 작아도 의외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인간의 내면심리를 깊이 다루지 못했다는 데서 점수가 깎였다는데,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말 몇마디와 상황만으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감안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닫힌 구조가 아니라 경험을 최대한 살려 의문들을 나열한 후 독자에게 스스로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스타일이다. 

장수진 씨의 작품보다 이 작품이 대상이 됐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내용의 무게는 비슷한데, 형식에서 이 작품이 만화에 더 가깝고, 만화의 형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대사와 컷에서 전경들의 세계가 아주 리얼하게 그려진다. 
" 무엇 때문에 그곳에 있어야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사람들의 그 차가운 시선만큼은 참아낼 수 없었던 것 같다. " 라는 마지막 대사에서 많은 여운이 남는다. 



창작만화 - 장려상 : 순환선. 유현호

수채화를 다소 어둡게 그려 작품의 분위기를 많이 드러내도록 했다. 차가운 도시 속에서, 방황하는 여고생들과 어떤 청년 사이에 엇갈림이 주테마다.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과 고민하는 여고생, 전철에서 만났던 여자를 마냥 찾아헤매는 청년들을 통해 젊은이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환한 대낮에 푸르른 개천가 양 쪽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조차 화사함보다는 창백함이 느껴진다. ( 개천을 정말 수족관처럼 만들 셈인가 보다 ) 



카툰 - 우수상 : 누디툰 외. 홍성일

카툰 - 장려상 : 당구매니아 외. 김흥수

행성들을 당구공 삼아 큐대를 잡는 그림이나 눈사람이 녹으니 뼈가 드러나는 상황 등 아이디어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것 뿐이다. 그림은 전문적인 수준이다. 테크닉(?)이나 컷 구성은 나무랄 데 없었다. 뭐 이정도.. 
 
77년생(제1회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수상작품집)
카테고리 만화 > 웹툰/카툰에세이
지은이 장수진 외 (넥서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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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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