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 방정식'에 해당하는 글 2건




미국에서 유명한 만화들 중 과학적으로 접근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몇몇 소재들을 선정해 만화의 기원과 간략한 흐름을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설정들을 탐구해 보는 책이다. 과학얘기가 나온다고 하기에 딱딱할 것 같은 우려가 있었으나, 만화에 대한 얘기가 풍부(?)하고 진지한 내용들은 간결하게 마무리지어 제법 읽을만 했다.

다행이 대부분의 슈퍼영웅들이 이미 익숙한 상태라 흥미진진했으나, 몇몇 슈퍼영웅들 - 서브머리너, 앤트맨, 애텀 등 - 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들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만화를 소재로 한 책을 발간할 때는 제발 삽화 좀 넉넉히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뒷부분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로 했던 사이트 주소들이 충분히 들어 있어 좋았다. 몇 군데를 눈요기하듯 방문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뒷부분에는 미국의 만화가들과 책의 저자들이 인터뷰하는 내용도 있는데, ( 전문가의 말 편 ) 생각해 볼 것들이 눈에 띈다. 만화의 스토리와 과학적 사실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한지, 혹은 판타지 만화와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만화들 간의 차이라든가 하는 부분들인데,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지은이들은 슈퍼영웅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 세계를 여러 모로 탐구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며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여진다. 뭐 탐구하고 싶은 전혀 들지 않아 아쉬워할 것 같아 보이지만, 과학적 상식이 늘어나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만족감을 주기는 한다. ^^;;



일러두기 - 법칙에 관하여

간단하게 진실을 말하자면, 이론이란 무수한 시험과 검증을 거쳐서 아직까지 틀렸다고 증명된 적이 없는 개념을 뜻한다. 이론에는 가끔 사소한 수정이 가해질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근본 원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이론이 무수한 증명을 거쳐 더 이상 의심을 받지 않는 단계에 이르면, 그것은 마침내 열역할 제 3 법칙 같은 법칙으로 간주된다.
- 16쪽 발췌.
과학에서 법칙이란 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각 챕터마다 다룰 주제들마다 과학적인 이론과 법칙들이 등장하기에 미리 정리해두고 시작한다.



1. 달리는 기관차보다 더 강한 자 : 슈퍼맨

슈퍼맨이 외계인임을 다시 드러낸 뒤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짚어본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드레이크 방정식 ( 은하에 있는 외계 문명의 수를 찾는 공식 ) , 지구외 문명 탐사 계획 (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 ), 칼 세이건의 소설이자 영화 제목이기도 한 콘택트 등에 관해 나온다. 슈퍼맨의 엄청난 힘과 중력에 관한 얘기도 들어있다.

슈퍼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개인적으로 흥미를 많이 잃은 슈퍼영웅이다. 너무 세고 고지식하다. ㅡㅡ;;



2. 광선 - 우주선과 감마선 : 판타스틱 포와 헐크

헐크는 아주 재밌어 하지만, 판타스틱 포는 좀 구닥다리같은 느낌이다. 아마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박사 때문으로 보이는데다 악당 캐릭터들 중 기억에 남는 게 한 두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헐크는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 드라마때문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

감마선에 의해 헐크가 탄생하고, 우주선에 의해 판타스틱 포가 탄생했는데, 이런 감마선과 우주선이 실제 존재하는 방사선의 일종이라고 알려준다. 대개의 만화 속 과학이 그렇듯 실제로 그만큼의 방사선을 사람이 맞게 되면 죽는다는 얘기도 곁들여진다.

테크노배블 ( Technobabble ) 이라는 단어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비전문가들에게는 무의미한 전문 용어가 포함된 모든 정의를 지칭하는 어휘로 널리 받아들여져 있다. ( 특히 컴퓨터 분야에서 ). 정치가들은 컴퓨터 전문가들이 태크노배블을 남발한다고 비난을 퍼붓곤 한다. 가장 일반적인 용도에 따르면, 테크노배블은 ' 과학적 횡설수설 ' 을 뜻한다. 그것은 찬사로 사용되는 말이 아니다.
- 63쪽 발췌.
이 책에서 중요한 단어들 중 하나인 " 테크노배블 " 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3. 어둠의 기사 : 배트맨

일인용 비행기구 제트팩이 나오고, 배트맨은 벨트가 아주 인기있었다고 한다. 뉴욕시에도 큰 지진이 두 번 정도 일어났었고,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 정도는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주 좋아하는 캐릭터지만, 이미 너무 많이 접했고 이 책에서도 별다르게 다룬 부분이 없었다.



슈퍼영웅의과학
카테고리 과학 > 교양과학
지은이 로이스 그레시 외 (한승,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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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다 밑에서 : 아쿠아맨과 서브머리너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괜히 얘기를 꺼내 오늘날 신화가 된 아틀란티스 전설과 물 속에서 인간이 숨을 쉴 수 있을까하는 주제로 접근하는데, 인간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액체 호흡, 압력, 페로몬에 관해 얘기한다. 아쿠아맨은 어릴 적 " 슈퍼특공대 " 에서 몇 번 봤지만, 서브머리너는 처음 들었다.



5. 거미와 함께 :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이 거미의 능력과 어떤 부분이 비슷하고 얼마나 많은 부분이 다른지 들춰낸다. 실제로 영화나 만화에서 보여주는 대부분의 능력이 거미와 별 상관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한 스파이더맨 캐릭터가 실패하면서 성장하는 슈퍼영웅이었다는 점에도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나약한 의지와 동물적인(?) 움직임 때문에 좋아했는데, 미국팬들의 시선과는 많이 달랐다.



6. 그린 랜턴과 블랙홀 : 마법, 과학, 두 명의 그린 랜턴

미국 시트콤 " 빅뱅이론 " 에서 유별나게 몇 번 등장한 적이 있어서 알게 된 그랜 랜턴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닥 재밌어 보이지는 않았다. 반면 " 블랙홀 " 에 관한 설명이 재밌다. 그 기원이 아주 오래됐는데, 이미 18세기에 ' 검은 별 ' 이라는 단어로 사용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개념과 발전은 아인슈타인이 1916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난 뒤에 정립된 것이라고 한다.



7. 원자, 개미, 거인 : 앤트맨과 애텀

크기나 면적에 관한 과학적인 설명이 나오는데, 낯선 슈퍼 영웅인 앤트맨이나 애텀은 아주 거대해지거나 아주 작아지는 캐력터인 모양이다. 사람이 크기가 커질 때 받는 부담을 계산하면 이런 슈퍼영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하, 원자핵, 전자에 관한 얘기가 재밌게 설명되는데, 하나는 원자 구조가 태양계와 비슷하다는 인터넷 루머에 대한 것이고, 하나는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의 원리다. 1913년에 닐스 보어란 사람이 원자구조의 기본적인 사항들을 발견해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비유를 든 것이 태양계의 구조인데, 이는 실제로 비슷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설명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까지도 확대해 보면 작은 우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이 자연스레 떠돌고 있다. 이런 얘기를 뒷받침하는 게 1927년에 독일 과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주장한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의 원리다. ( 불확실성이 아니고.. ㅋㅋ ) 원자에 있는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얘긴데, 태양계의 별들은 그렇지 않기에 원자구조와 태양계는 분명히 다른 존재들이다. 참 비과학적으로 들리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대해서는 이 이상 아는 바가 없다. ㅋㅋㅋ



8. 빨리, 빨리, 더 빨리 : 플래시

좋아했던 캐릭터 중에 하나였지만, 별다른 에피소드가 기억나지 않고 단지 속도가 빠른 것 이외에는 아는 게 없다. ^^;; 속도가 무지하게 빠르면 받게 되는 막대한 질량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9. 선, 악, 무심한 돌연변이 인간 : 엑스맨

초반에 울버린은 엑스맨에서 미미한 존재였음이 드러난다. ㅋㅋㅋ 웬지 초반에 인기없던 엑스맨이 나중에 훌륭한 작가들을 만나면서 탈바꿈(!)되어 오늘날 인기 슈퍼영웅으로 변모한다. 울버린까지 덤으로..

유전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당연히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해 다루고 있고, 은근히 진화론을 옹호하는 뉘앙스가 깔려있다. 1996년에 로마 교황이 " 새로운 지식에 비춰볼 때 진화론이 단지 가설에 불과한 것이 아님이 인정된다 " 라는 공식 교서를 발표했으면 이제 진화론에 대해 그만 갈궈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괜히 딴지 거는 족속들이 있다.



10. 우주의 수수께끼 : SF 속의 슈퍼영웅

다소 뜬금없이 가이아이론과 시간여행에 관해 나온다. 그 중 가이아이론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는데, 이는 지구가 사실상 목적을 갖고 행동한다는 생각을 퍼뜨리는 과학자들의 비판때문이었다. 1979년 제임스 러브록이 쓴 " 가이아 :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 라는 책으로 시작된 가이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지구가 단지 생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행동한다는 게 뭔가를 실천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 생명활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는 뜻이라고 한다. 러브록은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한 바가 없다고 한다.



11. 정직한 녀석 : 도널드 덕

디즈니의 엉클 스크루지와 세 마리(?) 조카에 대한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방영됐는데, 초창기에 25년간 이 만화를 담당했던 칼 바크스라는 작가가 이 만화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묘사했는지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구피, 도날드을 좋아했었다. ^^;;


끝으로 이 책에는 여성 캐릭터와 마법을 소재로 한 영웅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 007 제임스 본드의 과학 " 만큼 재밌었는데, 아마도 다양한 만화 캐릭터 때문인 것 같다.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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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좋은 책이지만, 시리즈가 출간될수록 구성이나 문체가 더 산뜻해지고 있다. 강렬함은 그대로지만 읽기가 훨씬 편하다. 아마 이제사 적응되어가는지도 모르겠지만서도..

그래서인지 천천히 읽으려고 했으나, 자꾸 생각나는 바람에 순식간에 마지막장까지 가버렸다.

시리즈 각 권마다 주제별로 묶어내고는 있지만, 항상 발견하게 되는 건 사람과 희망과 의지, 그리고 여운들이다. 이전 책들까지는 여운이 부담스러 외면하려는 태도가 있었는데, 6권에서는 반대로 여운을 음미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느껴졌다. 왜인지는 더 곰곰이 돌아봐야 알겠지만서도..


이번에는 진 ( 眞, Verum ), 선 ( 善, Bonum ), 미 ( 美, Pulchrum ) 으로 나눠 메시지를 묶어냈다.
대부분 인물들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또다른 자극을 주고 있는데, 한 마리는 채식하는 사자다. ㅎ
육식을 전혀 못했던 사자 리틀타이크의 경우에는 좀 비약적인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채식만 했던 사자라는 특이한 존재가 주는 생각의 단초가 흥미롭다.


하늘과 별을 사랑했던 시인 윤동주, 검은 나이팅게일이라는 메리시콜, 인류 최후의 금고라는 스발바르 국제 씨앗 저장고, 의사 장기려, 시인 김수영, 왕과의 인터뷰, 못 배운 과학자의 얘기가 많이 와닿는다.

프롤로그는 무상급식과 관련해 아이들의 얘기를 들려줬는데, 이에 맞춰 에필로그에는 구제역과 관련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한 송아지가 저를 죽이러 온 내 손등을 핥는다. - 구제역 방역담당 수의사
- 341쪽 발췌

구제역이 발생하면 청정국의 지위를 잃게 되는데, 예방접종으로 다시 청정국의 지위 신청자격을 얻으려면 6개월이 걸리고, 백신사용없이 구제역을 퇴치하면 3개월이 걸리기에 살처분을 한단다. 동물을 고쳐주려 수의사가 된 사람이 소를 죽이러 가야하는 참담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3개월 동안의 수출차질 때문에 그 엄청난 수의 동물들이 죽어가야 했는가를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다소 부드러워진 느낌 혹은 정치적인 시선을 대폭 누그러뜨린 분위기지만 울림은 여전하다.

덧붙이기 :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외계지적생명체의 수를 계산해 보려는 드레이크 방정식 이라는 게 있단다. 일곱 개의 계수 자체가 워낙 임의성이 커서 그냥 낭만적인 공식에 불과하지만, 2009년 영국 워윅 대학교의 피터 배커스라는 한 대학원생이 [ 어째서 내게는 여자친구가 없을까? - 영국에서 연애를 할 때 드레이크 방식을 활용한 사례 ] 라는 소논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걸었단다. 이놈의 연구결과 당시 3천만명 이상의 여성들 가운데, 논문작성자의 여자친구로 적합한 인물은 26명, 확률적으로 0.000003 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 짝 " 이라는 맞선 프로그램 비스무리한 게 있는 것으로 안다. 이곳에서 이 공식을 서로 적용시켜 봤으면 한다.

덧붙이기 : 비밀엽서 프로젝트라는 게 있단다.
 http://www.postsecretcommunity.com
엽서에 수신자 주소만 적어서 몇 가지 규칙에 따라 비밀을 적어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꽤 의미심장한 결과물들을 가져왔다고 한다. 일단 익명성은 거의 확실히 보장되지만, 보내는 사람 스스로가 진실성이 있어야 되는 모양이다. 실제 프로젝트 기간이 끝났음에도 아직 엽서들이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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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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