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아주 보기 드물게 한국영화 두 편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데, ( 어쩌면 최초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 그 중 하나인 류승완 감독의 " 베를린 " 을 관람했다.

개인적으로는 다분히 류승완 감독을 미국의 마이클 만 감독님과 비교해 보곤 하는데, 둘 다 완성도있는 마초냄새를 풍긴다는 데 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스타일의 완성도에 더 가깝지만서도.. ^^;;

영화 " 베를린 " 은 그동안 성룡의 " 프로젝트A " 를 최고의 영화로 꼽던 류승완 감독이 아마 처음으로 미국 스타일의 전문가 액션(?)을 취한 영화다. 멧 데이먼의 본씨리즈와 흡사한 면이 많은데, 제작여건을 고려해 보자면 결과물은 그에 못지 않다고 본다.

본씨리즈가 첩보원의 자아찾기와 액션을 병행했다면 류승완 감독의 " 베를린 " 은 한국식 액션영화의 성취도에 중점을 둔 게 좋아보인다. 무리하게 작품성을 끌어올리느니 확실하게 액션영화의 완성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보고, 그런 선택이 오히려 류승완 감독의 장기를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류승완 감독이 이런 고민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긴 하지만서도. ^^;;

베를린
감독 류승완 (2012 / 한국)
출연 하정우,한석규,류승범,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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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 스토리전개는 다음 액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과정이고, 영화의 메인테마와 메시지가 액션들의 스타일과 강도를 결정할 뿐이다. 그의 전작인 " 짝패 ", " 부당거래 " 와 간략하게 비교해 보자면, " 짝패 " 는 상당히 홍콩스타일의 고전무협 액션과 닮아 화려한 만찬식이다. 메인주제는 고향과 우정을 지키는 것이었다. " 부당거래 " 는 폭력성이 두드러지는 액션들이었는데, 현실에 찌들었던 주인공이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해 맞게 되는 종말을 그리고 있다. " 베를린 " 은 북한공작원의 생존과 삶의 의미를 그린 영화여서 그런지 액션들이 상당히 훈련된 동작들을 중심으로 효과적이면서도 처절했다.

아쉬운 몇 가지 점들은 장기를 살리면서 포기했던 스토리 때문에 이런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부분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첩보조직인 모사드나 아랍 테러리스트, 러시아 조직들 사이의 이해관계나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암투가 어떤 식인지 대강이라도 알고 가는 게 필요한 분들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답지않게(?)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당히 좋은데,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들까지도 합격점을 훨씬 넘어섰다. 개인적으로도 " 전지현 " 이라는 연예인이 최초로 " 연기 " 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 ( 참고로 " 엽기적인 그녀 " 를 제대로 본 적이 없고, " 도둑들 " 을 봤는데, 거기서는 딱 전지현스러운 캐릭터였다. ) 거슬리는 건 영화 후반에 연정희 ( 전지현 분 ) 가 총소리에 비명을 지르는 장면인데, 영화 내내 숙청까지 각오한 듯한 연정희가 위협적인 총소리 한방에 그런 비명을 지른다는 게 좀 어색해 보였다. 이건 연기력보다는 연출력 쪽이 아닐까 싶다. 영화 흐름상 연정희의 비명소리가 필요한 상황인 건 분명했는데, 그간 연정희의 모습은 외유내강형으로 티는 안내도 꿋꿋이 참는 캐릭터였다. 대개 이런 캐릭터는 총으로 위협해도 흠치 놀란 후에는 꾹 참는 얼굴을 보여줬다. ^^;;

한석규님은 정말 오래간만에 네임밸류에 맞게 대박을 친 영화에 출연한 게 아닐까 싶고, 류승완 감독의 동생 류승범은 연기변신에 나름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옥의 티라면 " 차일드44 " 란 소설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보여 표절 논란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소설이나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보지 않아 뭐라고 하기도 힘들고, 관심도 없다. ^^;; 한 두페이지 가량의 관련 기사를 봤는데, 이미 감정싸움으로 번진 모양인데다 영화의 결과물이 개인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보기 때문에 -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이정도 수준의 액션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은 후에나 확인해 볼 예정이다. 소설도 한번 읽어보긴 해야할 것 같다. ^^;;

덧붙이기 : 우리나라 영화관객들은 여전히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일테지만, 아쉬울 때가 많다. 평소 책을 좀 다양하게 읽고, 영화나 드라마들을 편식하지 않고 봤으면 싶다. 영화에서 스토리는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전부는 아닐진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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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문기자 이동진씨의 인터뷰 모음집인 "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 ( 이하 부메랑 인터뷰 ) 의 세번째 감독편을 읽었다. 298쪽에서 시작해 431쪽에서 끝났다. 쪽수는 130장 가량이지만, 글의 양으로 보면 족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 분량이다. " 아톰의 슬픔 " 이라는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에세이집 한권보다 읽는 데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 

이 책의 초판은 위즈덤하우스에서 2009년 6월 20일에 초판이 나왔기에 류승완 감독의 "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 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 책의 이후버전도 준비한다고 했는데,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좀 아쉽다. 

이동진의부메랑인터뷰그영화의비밀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영화
지은이 이동진 (위즈덤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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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영화용어들이 곧잘 등장하는 데, 각주가 없어 몹시 불편하다. 문장이라도 쉽게 썼으면 좋으련만, 인터뷰다 보니 감독과 기자의 대화 내용이 별 수정없이 나왔다. 짧게 말하자면 어려운 말이 난무하는 인터뷰 모음집이라는 뜻이다. 또한 감독들의 영화를 좀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내 경우에도 몇 편 못 본 것이 있어 그냥 그러려니 하며 읽은 부분도 있다. 

영화감독으로써의 류승완씨에 대해 아주 집요하게 파고들어 재밌는 얘기를 끌어낸 데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주 다양한 접근방향으로 인해 간략하게 정리되지 않는 게 흠이지만, 류승완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 왔던 과정, 스타일의 발전과 변화 등을 짚어내주고 있다. 곁들여 동생이자 연기자인 류승범씨와 아내이자 제작자인 강혜정씨, 그리고 무술감독 정두홍씨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메랑 인터뷰에서 제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 읽지 않아서 확정적인 건 아니지만, 아마도 류승완 > 유하, 봉준호 >> 홍상수, 임순례, 김태용 순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일 재밌는 부분은 이제 지나간 것인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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