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사 쥬베이 " (or 수병위인풍첩 ) 을 보고 빠져들어 이전작품인 " 요수도시 ", " 마계도시 ", " 사이버 시티 오에도 " 들을 찾아서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성장과정을 살펴봤었다. 그후 오랫동안 조용하다가 " 뱀파이어 헌터 D " 를 발표했는데, 정말 요시아키다운 작품의 완성이 아닐까 싶었다. " 하이랜더 : 복수의 전사 " 를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ㅡㅡ;;


" 뱀파이어 헌터 D " 와 " 애니매트릭스 " 의 " 프로그램 " 편을 만들어냈을 때까지 엄청난 기대감을 안겨주던 작가였는데, 남성 마초 애니메이션의 정점을 달리던 그가 이제는 하얗게 불태운 모양이다. 시퀀스마다 느껴지던 무게감이나 고독한 주인공에게서 뿜어져나오던 아우라는 다 어디가고 평범한 하이랜더 한명의 복수극을 만들어냈는지 아쉽기만 하다.


하이랜더: 복수의 전사
감독 가와지리 요시아키 (2007 / 미국)
출연 오구리 슌
상세보기



설정은 정말 좋았다. 1986년에 나온 " 하이랜더 " 라는 영화 역시 남성 마초적이면서도 액션영화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가와지리 요시아키 라는 일본의 걸출한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소재였을 것이다. 목이 잘리지 않으면 죽을 수 없고, 다른 하이랜더들을 모두 죽여야만 하는 숙명을 가진 채 살아오다가 마침내 최후의 결투를 시작하는 하이랜더들을 보면 당연히 끓어오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다른 작품들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면 " 하이랜더 : 복수의 전사 " 가 꽤 재미있는 시간죽이기용 애니메이션이었을 것이다. 아내를 죽인 악당을 찾아 오랜 시간을 되살아나며 쫒아와서 마침내 자신을 새롭게 다독이며 복수를 마치게 되는 권선징악의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전 명작들을 본 사람들의 경우에는 헛바람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작품들을 보면 주인공은 언제나 고독하다. 여주인공은 비참하거나 버려진다. 주인공들의 사전설명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데 속시원하게 알려주기 보다 관객들이 많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멈추면서 끊임없이 집중하도록 만든다. 액션시퀀스는 길이에 비해 엄청난 흡입력과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대사는 극히 절제됐지만 여운은 엄청나다. 색감은 굉장히 화려한데, 담백한 남성마초 성향과 대비되서 효과를 더한다. 등장인물 모두에게 후회없는 대결들이 항상 등장하고, 살아남은 자는 허망함이 밀려온다.

" 하이랜더 : 복수의 전사 " 는 이런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스타일을 반영했으면서도 계속 성장하던 모습에서 멈추고 오히려 단촐한 요약본 한장을 보여준 기분이다. 영어녹음과 일본어녹음 두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미국진출용일 가능성이 있고, 미국쪽 환경에 따른 제약때문일 수도 있겠다싶은 생각도 든다.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팬이라면 별로 추천하고싶지 않고, 아직 가와지리 요시아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재밌는 액션 애니메이션 한편을 볼 기회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재밌다면 " 무사 쥬베이 " , " 애니메트릭스 : 프로그램편 " 그리고 " 뱀파이어헌터 D " 순으로 찾아보기를 권한다. " 요수도시 ", " 마계도시 " , " 사이버시티 오에도 " 는 너무 오래됐다. 그나마 " 사이버시티 오에도 " 부터 스타일이 확립되가는 걸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이 재밌었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 흑총 " 이라는 작품도 볼 만할 것이다. 작화도 뛰어나고, 목이 잘린 주인공이 오랜 시간이 흘러 되살아나 흡혈귀 연인을 찾는 스토리인데, 좀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일본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