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날'에 해당하는 글 1건




오늘은 새벽부터 갑작스레 비가 많이 오고, 날씨도 어두컴컴해서 교통난이 심각했다. 아침 출근길에 마을버스의 늘어선 줄이 이렇게 긴 것은 처음 봤고, 줄 근처에서 서성이거나 요란을 떠는 아주머니들이 짜증스러웠던 것 역시 오래간만이었다.

무조건 앉아서 갔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버스 한 대에 타는 사람들의 수가 제각각이라 기대는 일단 접었다. 단지 눈치껏 다음 차의 앞쪽에 탈 수 있을 것 같으면 이번 차는 그냥 보내마 하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기다렸다.

평소보다 긴 시간에 걸쳐 마을 버스 한대가 도착했고, 천천히 사람들은 올라탔다. 내심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은 기우가 들 정도였지만, 다행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 신호를 무시하고 버스 정류소로 뛰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의외로 위기(?) 상황에서는 그런 꼼수들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고는 별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을 보자니 믿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

올라탈 차례가 됐는데, 이미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았고, 옆으로 비켜서면 2번째 올라탈 사람이 되는 터라 비켜 섰더니 바로 뒤에 새로 마을 버스 한대가 도착하고 있었다. 앞에 서신 분을 따라 뒤의 버스로 냅따 이동했고 평소 타던 자리에 앉아 편하게 전철역으로 갈 수 있었다.




전철역은 예상대로 사람으로 붐볐다. 이정도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고, 타던 위치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렸다. 비에 젖고, 우산들고, 많은 사람들 속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걸을 때는 그나마 꿉꿉한 걸 못 느꼈는데, 전철 안으로 들어오니 가슴부터 턱 막혀오는 게 월요일 출근길은 항상 신경써야 한다는 걸 새삼 각인시켰다.

이미 평소보다 훨씬 늦은 터이지만, 성북천 길로 방향을 잡았다. 평소 차도와 그 옆 인도는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도 많고 길도 좁아 물이 튀길 가능성이 높기에 한산한 뚝방길로 내려갔다.

성북천은 물살이 평소보다 빨랐기에 물소리도 전에 없이 시원했는데, 조금 걷자니 어디선가 못 듣던 방류소리가 들렸다. 중간에 방류하는 곳이 있다는 걸 평소 잊고 지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코를 급습해오는 비릿한 냄새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하천 쪽을 살펴봤더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쓰레기 부유물들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누군가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는 틈을 타서 오수를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방류지점 아래쪽으로는 내내 냄새가 가시지 않았는데, 이곳에는 오리들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긴 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텐데 과연 그때까지 이런 냄새가 오물들이 사라질지 신경쓰인다.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덜 치사하게 살았으면 싶은데.. 하는 바램이 드는 아침이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