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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의 명장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에 대한 전기(?)가 있길래 찾아봤는데, 전체적으로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한니발을 이기고 젊은 로마를 세계의 제국으로 키워낸 남자 " 라는 요점없고 장황한 부제를 간과한 게 실수다.

부제 자체가 잘못된 건 없다. 본명이 "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 인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는 고대의 명장인 카르타고의 " 한니발 " 과 맞서 싸워 이겨 전쟁을 종식시켰으며, 이 전쟁의 결과를 전략적, 외교적으로 훌륭하게 활용함으로써 로마가 제국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다.

문제는 시오노 나나미의 15권 중 3 권의 한니발 부분에 나오는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의 분량에도 못 미치는 내용이다. 원서가 1926에 나왔으면 당시로써는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이었을 수 있겠지만, - 사실 한니발에 비해 이상하게도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지금에 와서는 그 혁신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본다.

원저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부여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군사전문가였던 터라 역사 속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책에 비해 군사적인 시각에서 비교적 풍부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군사경제학, 병참학 등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으리 만무하기에 별로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삽화들이 로마시대를 표현하는 데 문제가 있다. 당시의 로마시대 사람들은 면도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제국 후기에는 다민족, 다인종 문화의 영향으로 수염을 기른 성인들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제국으로 나가기 전에는 그리스 쪽이 주로 수염을 기르고, 갈리아는 장발로, 로마는 면도를 자주 하는 것이 서로를 구분하는 특징 중에 하나였다. 게다가 책 내용은 젊은 시절의 젊고 명민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서술하면서도 표지에 등장하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병고에 힘들고 지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니발은 로마로 넘어온 이후 한쪽 눈을 잃었음에도 노년에 독약을 먹는 장면을 그린 삽화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꼭 등장해야 할 역사적인 상황, 로마민족의 특징, 그리고 한니발과 카토 - 역사적으로 대(大)카토라고 불린다. - 에 대한 자료들이 부족하다.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 사생활의 역사 " 등을 읽어봐야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로마의 원로원과 카토는 단순히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에 대한 질투만으로 그를 배신한 것이 아니다. 배경을 알아도 짜증나는 원로원과 카토지만, 그 배경에는 당시 로마에 내려오는 왕권에 대한 거부반응 ( 특출한 인물에 종속되지 않는 공화정의 강화 ), 실질강건을 중요하게 여겼던 로마의 풍습에 반해 밀려들기 시작하는 그리스 문명들에 대한 경계, 그리고 가부장으로 대표되는 로마의 계급체계를 흔드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인류애로 인해 원로원과 카토는 그를 적대시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그가 구국의 영웅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생각에서는 로마가 지속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저자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얼마나 매력을 느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고, 심정적으로도 많이 공감하지만,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 너무 치우친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의 평가대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평가해도 크게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주변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객관성을 잃었다고 보여진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정말 엄친아였다. 뛰어난 재능, 불굴의 의지, 인간에 대한 존중, 여성에 대한 애정 등등 인간으로써 가져야 할 좋은 미덕을 다 갖추고 있었고, 그의 업적으로 인해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말년에는 로마의 배신으로 인해 씁쓸했다.

스키피오가 한 말이다.

" 한니발, 당신은 어떻게 승리하는지는 정말 잘 압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이용하는지는 모릅니다. "

스키피오는 자신의 승리를 인간애를 위해 이용했지만, 자신을 위해 이용할 줄은 몰랐다. 그가 카이사르나 술라처럼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현실적이었다면 로마의 배신을 맛보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 로마가 나의 뼈 한조각까지도 가지지 못하게 하라 " 라는 처절한 외침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덧붙이기 : 역사상 다시 없을 명장들의 멋진 대결인 " 자마 전투 " 를 정리해 보고 싶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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