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덱 슈피겔만은 1906년 10월 11일에 태어나서 1982년 8월 18일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아냐 슈피겔만은 1912년 3월 15일에 태어나서 1968년 5월 21일에 자살했다. 
블라덱의 아들인 리슈 슈피겔만은 태어난지 몇 해 되지 않아 죽었다. 
블라엑의 아들인 아트 슈피겔만은 유태인 아버지가 겪었던 피의 역사를 " 쥐 ( MAUS ) " 라는 만화로 옮겼다. 
그들의 이야기는 두 권의 만화책으로 끝났지만, 그 여운이 언제 사라질지는 알 수 없다.  


책표지

출처 : DAUM 책




1권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나치 시절의 유태인 학살에 관한 또다른 좋은 작품 정도로 비춰줬는데, 2권에서는 왜 걸작인지 납득할 만 했다.


속표지에는 블라덱의 첫번째 아들 리슈의 사진이 그대로 등장한다.
작품 중간에는 블라덱의 수용소 시절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
유태인인 블라덱은 흑인이 자신들의 차를 얻어타게 되자 히스테릭하면서도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강하게 드러낸다.
블라덱은 " 쥐 2 " 가 완성되어가던 중에 사망했다. 아트 슈피겔만은 당시의 느낌도 만화에 그대로 넣어놓았다. 아트 슈피겔만은 분명 뛰어난 작가다.
그림체 역시 일부로 이런 스타일로 그려넣었다는 걸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됐다. " 쥐 " 의 그림은 화려한 효과보다 만화가 전개되는 공간의 감각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런 스타일로 그렸다고 한다. 이 작품을 얼마나 제대로 소화한건지 스스로 의심스럽긴 하지만, 듣고 보니 정말 공감된다. ( 아트 슈피겔만은 자신의 작품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


MAUS II 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됐다. 

하나, 마우슈비츠 ( MAUSCHWITZ ) 

둘, 아우슈비츠 ( 시간은 흐른다, AUSCHWITZ ( TIME FLIES) )  

셋, ... 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됐다... ( ... AND HERE MY TROUBLES BEGAN ... ) 

넷, 구원되다  ( SAVED )

다섯, 다시 아냐에게 ( The SECOND HONEYMOON ) 

작품해설 - 조엘 개릭  

** 작품해설은 " 쥐 " 가 완간되기 전에 씌여졌지만 내용이 좋아 삽입되어 있다고 한다.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쥐2여기서나의고난은시작됐다
카테고리 만화 > 그래픽노블
지은이 아트 슈피겔만 (아름드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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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태인들에 관한 이미지 혹은 소식이 아주 부정적이었는데, " 바시르와 왈츠를 " 이나 " 쥐 " 를 보게 되면서 그들에게도 자기반성의 역량이 충분히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우리나라는 아직은 모르겠다. ) " 쥐 " 는 정말 자기 얘기를 이렇게 객관적으로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냉정한 시선을 취하는데 그 바람에 역설적으로 더 깊은 울림이 느껴졌다. 생지옥에서 살아나온 유태인 아버지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아닌 한계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왜곡없이 보여주고 있다. 유태인 학살 만행의 산증인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문제로, 가족 간의 문제로 들여오면서도 양쪽 다 흐트러짐없이 서술하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 준다. 

7천 여장의 스케치, 시퀀스 설정, 그림과 말의 배분이 300 여장에 농축되어있다. 1권에서 말한 영화적 편집 기법의 도입이란 것 같긴 한데,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덧붙이기 : 1권에 있던 " 지옥혹성의 죄수 " 편은 실제 어머니의 자살에 대한 죄의식에서 비롯된 아트 슈피겔만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마약 등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했었고, ( 한달정도? ) 정신적으로 너무 혼란스러웠기에 " 쥐 " 라는 만화를 통해 많은 부분을 해소하려고 했단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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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퓰리쳐상을 수상한 전위만화, 르포만화 ( 기록문학 ) 다. 만화 광고로 이런 게 먹힐까 싶기도 하지만, 만화를 못 보게 할 수 없는 학부모나 만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게 익숙한 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전위 만화 ( 前衛 漫畵 ) ; 아방가르드 코믹스avant grade comics


예술사에서 ‘전위 예술’은 20세기 초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자연주의와 고전주의에 대항하여 등장한 예술 운동이다. 오늘날에는 기성예술에 대한 반항이나 혁명 정신이 대중문화로 확산되어, 특정 유파나 운동이 아닌 첨단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만화에서 전위 만화는 이런 예술 운동과 성향을 같이 하는데, 아트 슈피겔만과 잡지 ‘RAW’를 중심으로 형성된 실험적인 만화를 가리킨다.

- 출처 : 디지털 만화규장각 용어사전 ( http://www.kcomics.net/Codic/search_view.asp?scidx=891 )  


미국의 유수 언론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 쥐 " 는 1권을 내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단다. 해설 부분에 보면 만화를 영화에서처럼 " 편집 " 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실제 그린 분량이 만화로 나온 분량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해설쪽에서는 이게 참 대단한 시도처럼 언급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좀 납득하기 힘들다. 그리기 전에 프리프러덕션 작업처럼 꼼꼼이 구상한 후에 그리는 것과 다 그려놓은 것들을 영화처럼 서로 자르고 옮겨붙여가며 극적 효과를 더하는 것은 만화에서는 방법적으로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둘 다 충분한 시간과 고민을 들였다면 말이다. 

전위만화의 선두주자로 " 쥐 " 에서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다는데, 잘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는 찾기 힘들었다. " 지옥 혹성의 죄수 - 하나의 일화 " 같이 삽입된 만화가 오히려 사차원적이어서 강력했다고나 할까?

2차 세계대전 때 유태인 학살에 관한 내용은 이제 거의 평범한 소재나 다름없다. " 쥐 " 가 전 2권으로 마무리 됐던 1992년에는 조금 달랐었겠지만..

쥐_책표지

출처 : DAUM 책



그럼에도 " 쥐 " 를 읽게 되는 건 르포만화의 진수와 표현력 때문이다.

기록문학이라는 르포장르의 특성인 리얼리티가 살아있는데, 실제 지은이의 아버지의 전쟁경험담이니 뭐라 더 할 말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치우치거나 호소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만화그림체를 보면 사실적인 내용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거다. 유태인, 독일인, 미국인, 그밖의 캐릭터들을 쥐, 고양이, 개, 돼지들로 그려넣으면서도 그밖의 모든 사건과 배경은 현실적으로 깔아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읽다 보면 이런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정말 리얼리티하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목차
쥐 1 : ( 한 생존자의 이야기 ) 아버지에게 맺혀 있는 피의 역사

아냐에게 바친다. 
** 아냐는 아트 슈피겔만의 어머니 이름이다. 
 

하나 / 호남자 ( The SHEIK )

둘 / 신혼 ( The HONEYMOON )

셋 / 전쟁 포로 ( PRISONER of WAR )

넷 / 올가미 조여지다 ( THE NOOSE TIGHTENS )

다섯 / 쥐구멍 ( MOUSE HOLES ) 

여섯 / 쥐덫 ( MOUSE TRAP )


1권은 아트 슈피겔만의 아버지가 가스실 학살로 악명높았던 아우슈비츠에 갇히게 되는 데까지 전개된다. 아들인 아트 슈피겔만은 아버지가 어머니 아냐의 일기장을 없애버렸다는 사실에 분개하면서 마무리된다. 

150 쪽 남짓의 얇은 분량임에도 완성도나 스토리면에서 깊은 재미를 준다. 철십자 훈장 가운데 검은 가르마와 검은 콧수염을 단 고양이 얼굴과 그 밑에 있는 한쌍의 암수쥐를 그린 표지가 상징의 극치가 아닐까 싶다. 이 한쌍의 쥐 이미지에서 우리는 " 생존 " 을 떠올릴 수 있다. 

쥐I
카테고리 만화 > 그래픽노블
지은이 아트 슈피겔만 (아름드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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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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