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부세미가 주연을 맡은 " 보드워크 엠파이어 " ( Boardwalk Empire ) 라는 갱스터물의 미국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이 드라마의 바탕이 된 책이 있다고 해서 보게 됐다. 애초에는 이 미드를 좀 더 재밌게 즐기는 것만이 목적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초기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모습에서부터 우리나라에 반영되어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환상과 정치적 흐름들도 엿볼 수 있었다. 

19세기 후반 미국 동부의 아틀랜틱 시티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서부터 현대의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하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황무지같던 한 도시가 어떻게 성장하고, 번영했으며, 어떻게 몰락했다가 다시 추스리고 부침을 더해가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단지 미드에 종속해서 서술하지 않고, 한 도시의 역사서 수준으로 끌어올려 통찰력있는 메시지와 정치의 세계를 정리해주고 있어 아주 읽어볼 만 하다. 

이 소도시를 찾아온 사람들이 성경을 읽고 싶어했다면 성경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성경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술과 여자와 도박을 원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주었다. - 머레이 프레더릭스



스티브 부세미가 주연한 " 보드워크 엠파이어 " 는 이런 아틀랜틱 시티의 절대 권력자였던 " 이넉 ' 너키 ' 존슨 " 을 모델로 극화한 것이라 미드와 역사적 사실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드에 등장하는 너키의 아버지는 아주 가난했지만, 역사 속의 너키 아버지는 도시의 보안관으로 어느 정도 권력자였고, 너키는 이런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충실하게 정치수업을 쌓았다. 물론 실제 너키와 스티브 부세미는 외모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는데, 스티브 부세미는 연기력으로 이를 충분히 메꾸고 있다.

보드워크엠파이어어느휴양도시의역사를통해본자본주의의빛과그림자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넬슨 존슨 (황소자리,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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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틀랜틱 시티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서부터 다루기 시작한다. 미드에서는 이미 쇠락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코모도 ( commodore. 영어에서 '준장' 계급을 의미 ) 킹리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너키에 대한 부분도 기대만큼 아주 많이, 그리고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틀랜틱 역사상 가장 흥성했던 시절의 절대 권력자였던만큼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애틀랜틱시티는 화려한 볼거리,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정치, 화류계 여성들, 은밀한 뒷거래가 난무하던 타락한 도시이자 지역 주민들의 일상이 전개되는 진짜 커뮤니티이기도 했다. 아이디어와 문화가 용광로처럼 끓어넘치던, 그야말로 진짜 미국인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었다. -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제작자 겸 시나리오 작가 터런스 윈터


조너선 피트니라는 의사가 부자들의 휴양지로 계획해서 철도를 끌어오면서 시작된 환락의 도시 아틀랜틱 시티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만한 점이 많다. 뚜렷한 자원이 없기에 철도가 들어선 순간부터 이미 휴양지로의 개발에 전력투구할 수 밖에 없었고, 저렴한 노동인력으로써 아프리카계 미국인 ( 흑인 ) 들의 유입이 있었으며,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대놓고 욕망과 부패의 도시가 되어 전성기를 맞게 된다. 금주법이 해제되고, 철도보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아틀랜틱의 정치와 뒷골목을 유지하던 조직들이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가라앉았다가 카지노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오늘날의 우리나라 정치와 비교해 보면 꽤 재미있을 것이다.

왜 그곳에서 개혁가들이 실패했는가, 선거가 어떻게 민주주의 근간이 아닌 승부의 세계가 되버리는가와 함께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시간적 배경이나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에 다른 부분도 많지만, 사람이 모여 정치체계, 정치적 장치들이라는 게 형성됐을 때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볼 만 하다. 

덧붙이기 :  " 보드워크 엠파이어 " 미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에서는 철도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데, 이 책을 보면 실제로 너키가 활약하던 시절에 철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드워크 ( Boardwalk ) 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판자대기로 된 대로를 가리키는 말인데, ( 상가가 늘어선 거리 ) 바닷가 휴양지에 놀러온 이들이 상점에 들어가기 전에 모래를 털어버리고 올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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