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참 특이하게 기억되던 애니메이션 하나가 있었는데, 사전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사람잡아먹는 괴물이 등장하고, 일본도를 든 교복차림의 소녀 하나가 칼부림을 하는 스토리였다. 이 막가파식 괴물이 사람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 뱀파이어였고, 인간을 뛰어넘는 반응속도와 파괴력을 보여주는 소녀가 주인공이 사야 ( SAYA ) 였다.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설정은 낯설지 않았으나 고퀄러티의 작품에 초반의 긴장감과 짧은 상영시간으로 인한 허무했던 엔딩때문이었다.

우연히 비슷한 제목의 소설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원작소설인가싶어 읽었더니 같은 레파토리의 다른 이야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와 달리 소설답게 사야가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애니메이션에는 없던 화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바로 레이 라는 고등학생이다.

블러드더라스트뱀파이어야수들의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오시이 마모루 (황금가지,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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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를 배경으로 고등학생 반전활동가인 레이가 우연한 기회에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사야와 마주치게 되고, 이 기괴한 사건을 계기로 고토다라는 정체불명의 형사(?) 를 만나 어둠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는 스토리다. 현실의 인간들 사이에서 서서히 칙칙한 환타지의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재밌다. 미스테리한 인물인 고토다가 등장해 이것저것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위한 사전 궤변들을 털어놓는데까지도 좋았는데 - 특히 고깃집에서 고토다가 레이의 친구들에게 맛난 음식들을 자기 돈으로 사먹이면서 아주 살짝 개그코드를 펼치는데, 이런 유머는 " 페트레이버 " 시리즈에서도 가끔 구사해서 재미를 봤었다. -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인의 장황한 말빨에 바람이 빠져 버렸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자전적인 얘기가 많이 들어있어 흥미를 더하고 - " 레이 " 는 대학시절 필명이었다고 한다. - 원소스 멀티유즈 - 블러드 프로젝트로 사야의 얘기는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게임으로 확장된다. - 에 대한 좋은 샘플이 될 수 있지만, " 뱀파이어 " 라는 가상의 존재(?)를 너무 매력없이 그려놓은 통에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자료로는 괜찮지만, 재밌다고 말하기에는 뒷심이 좀 부족했다. 그래도 이후에 등장한 다른 관련 애니메이션들은 한번 찾아볼 예정이다.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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