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는 " 플란다스의 개 ", " 살인의 추억 ", " 괴물 " 이다.

130 여쪽에 이르는 인터뷰를 통해 느낀 건 요즘 캐릭터에 맞는 참 착한 엽기남이신 것 같다. 평소 사람에 대해 나도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을까 싶었던 시선이 봉준호 감독에게서도 느껴졌다.

이전의 홍상수 감독편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봉준호 감독편에서도 감독이란 위치가 어떤지, 감독이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관객은 많지 않아 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찍었다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들이 한두개 빼고는 거의 기억나지 않아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이 책의 저자인 영화평론가 이동진 기자의 꼼꼼한 시선은 항상 긴장감을 더해주는데, 사실 꼼꼼한건지 치열한건지 구분이 안된다. 감독을 정말 인수분해할 기세다. 인터뷰 당하는 감독들도 그런 면에서 재밌게 응해 주는 것 같다.

" 마더 " 는 김혜자 라는 정말 훌륭하신 배우가 나오는 걸 알지만, 왠지 꺼려지고, 어려워하는 배우라 보지 않고 있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 볼 준비가 된 것 같다. " 마더 " 를 막연히 어머니의 모성을 그렸으니 했는데, 인터뷰를 보면서 추측되기로는 박찬욱 감독급의 지독함이 묻어날 것 같아 땡기기 시작했다. 원빈이 연기를 잘 했을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것 같아 확인해 보고 싶다.

그밖에도 봉준호 감독이 출연하거나 만들어낸 영화들이 다수 있다는 걸 확인했는데, 평소 봉준호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이런 거다 싶은 감이 아직 없어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 " 살인의 추억 ", " 괴물 " 은 명작에 속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째 봉준호 감독 스타일이라고 느껴지는 걸 발견하지 못하는지 스스로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덧붙이기 : 오타 발견. 295쪽의 윗부분 보라색 영화대사에서 김상경과 송강호의 대사는 <괴물> 이 아니라 <살인의 추억>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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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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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 http://www.leedongjin.com/ ) 이라는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전문기자가 2009년에 쓴 영화감독론에 관한 책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홍상수, 봉준호, 류승완, 유하, 임순례, 김태용 등의 6인에 대해 치밀한 사전준비와 긴 인터뷰 시간을 통해 얻어낸 통찰들이 들어있다. " 부메랑 인터뷰 " 라는 한 코너를 통해 만나왔던 이들 중 6인을 묶어냈으며, 계획으로는 시리즈처럼 계속 다음 권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영화평을 찾다보면 종종 접하게 되는 " 이동진 " 이라는 기자의 필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영화 100 편 이상을 만들어내신 임권택 감독님을 제외하고는 인터뷰 전에 해당 감독의 작품을 모두 살펴본 뒤, 감독이 만든 영화의 대사나 관련 정보들을 엮어 자신이 풀어간 인터뷰의 방향에 맞게 배치한 후,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감독들의 내면을 탐구해 간다.

한번에 읽기에는 750 쪽이 넘는 분량이 만만치 않아 감독별로 나눠 읽고 있다. 사실 류승완 감독에 대해 알고 싶어 읽게 된 책인데, 류승완 편을 빠르게 넘길 수 있어 다른 분들의 분량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두번째로 읽은 홍상수 감독님과의 인터뷰에서 콱 막혀버리고 말았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은 거의 다 본 것이었지만,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은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이 전부였고, 영화 자체가 상업적이지 않아 즐기기가 어려웠다. 당연히 인터뷰에 나오는 얘기를 이해하기 힘들 수 밖에..

홍상수 감독님의 주요 테마는 술과 침대, 남자와 여자(연애)라고 하는데, 어느 것 하나 나와는 별 상관없는 소재들이라 와닿는 게 더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 혹시 야동이라면 모를까? ㅋㅋㅋㅋ )

게다가 영화를 보지도 못했는데, 워낙 영화기사들과 영화관련 TV 프로그램, 영화제 소식에서 하도 주요 장면을 보여주거나 설명을 자세하게 해 놔 잊혀질 때쯤 보겠다고 생각만 하며 지냈으니 홍상수 감독님의 인터뷰는 한장한장이 난해할 수 밖에..

130 여쪽에 이르는 인터뷰 결과물은 그간 봐왔던 홍상수 감독님이나 작품에 대한 요약본같았다. 영화도 어렵지만, 감독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맞닿아 있고, 인터뷰하는 이동진 기자의 치밀함, 섬세함 ( 홍상수 영화들의 섹스씬 횟수까지 일일이 세어가서 질문할 정도이며, 인터뷰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불명확한 부분은 인터뷰 후 제대로 고쳐놓은 참고가 달려있을 정도다. ), 지독함에 감히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가 난감하다.

이 인터뷰를 읽고 새삼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다음에 혹시라도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생기면 한번 집중해서 볼 만한 준비는 된 것 같다. 이동진 기자의 생각과 틀을 어렴풋이 쫓아가다 보니 적어도 헤매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기분은 든다.

좀 거슬렸던 건 이동진 기자의 성실한 표현(?)들인데, 영화전문기자보다는 영화평론을 하는 글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들 속에서 끈끈함, 집요함, 인간에 대한 성찰과 분석이 들어있어 한편으로는 너무 현학적인 글솜씨를 자랑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책의 제일 앞쪽의 한 문장을 소개한다. 아마 이 시리즈를 쓰는 이유를 단 두 문장으로 표현한 듯 한데, 읽을수록 자꾸 떠오른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영화를 위하여
여전히 끝나지 않은 길 위에서



책 뒷부분에 있는 " 성실한 형식주의자의 사생활 " 이라는 이동진 기자를 인터뷰한 <씨네21> 의 김혜리 기자의 글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둘은 선후배 사이로 보이는데, 이동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 노래방을 좋아한단다.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

이동진 기자에 대한 인터뷰, 류승완 감독, 홍상수 감독 편까지 읽은 상황이다. 

읽을 때의 부담 못지 않게 인터뷰 당한 감독들의 상황이 연상되서 아마 조만간 다 읽게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들이 몇년 혹은 십년 넘게 만들어온 영화들의 모든 대사와 과정까지 샅샅이 흟어 자신이 쓴 혹은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사용하게 된 대사들로 질문을 받게 됐을 때 영화감독들의 심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봤을 때는 별 걱정없이 인터뷰하러 온 듯 하지만 곧잘 당황하거나 새로워하는 부분들이 곧잘 발견된다. 인터뷰 받으셨던 분들도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작업이다.

너무 긴 책은 정리해두지 않으면 감당이 되질 않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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