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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병기 활 " 이라는 우리나라 영화가 꽤 성공한 모양이다. 아직 보지 못했는데 " 아포칼립스 " 와 비슷한 영화라는 얘기가 있다. 크게 땡기지는 않는데,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자니 문득 오래 전에 본 이현세님의 " 활 " 이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 이 영화를 시큰둥하게 본 이유가 아마 이현세 님의 만화 " 활 " 에서 느낀 우국적인 느낌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

개인적으로 영화화되면 좋겠다는 느낌과 너무 우리나라 스타일의 만화라는 느낌, 그리고 상투적인 것 같다는 아쉬움을 동시에 안겨줘 특이했던 만화다.

스토리는 대강 이렇다. ( 오래 전 기억이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


일제시대 때 한 양반 가문의 총명한 아이가 있었다. ( 아마 혜성이나 까치였을 것이다. 이하 혜성으로 지칭한다. )

아버지는 독립군 활동을 위해 멀리 떠나 있었고, 어머니는 바닷가 바위의 소나무 아래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 철이 없던 아이는 실수로 ( 혹은 일본군의 꾀임에 속아 ) 독립군에게 해를 입히게 된다. ( 아마 숨어있던 독립군을 신고했거나 군자금이 있는 곳을 밝혔던 것으로 추측된다. ) 잠시 집에 숨어서 돌아온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한 아버지는 활을 메고 아들과 함께 어디론가 외출을 한다.

그 뒤로 성년이 된 혜성은 일본군 똘마니 노릇을 하며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덜떨어진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나마 홀로 남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받는 모양새만은 기특하다.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 받고, 일본군에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혜성은 끊임없이 바보짓을 하며 일본군에게 빌붙어 먹고 살아간다. 어릴 적 정혼녀는 그나마 진심은 다를 거라며 막연하게 작은 희망이나마 품어보지만, 실망하기 일쑤다. 결국, 정혼녀는 혜성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 강하게 나서게 되고, 그는 마침내 어깨죽지에 있는 화살자국의 흉터를 보여주며 자신의 아버지가 활로 자신을 쏘게 된 것에 분노를 표출한다.

마침 일본군의 고위관리들이 모이는 성대하고 중요한 자리가 마련되기 시작하는데, 혜성의 그간 모습을 지켜보던 일본군은 고위관리가 오는 자리에 조선지배를 과시하기 위한 표본으로 그에게 가보인 활을 가져오게 한다.

부모와 주위의 반대를 무시한 채 활을 들고 총독부로 들어서는 바보같은 혜성. 그 모습에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고위관리들.

혜성은 활을 진상하기 위해 온 터라 별다른 몸수색없이 고위관리 앞에 서게 되고, 평소와 같이 바보같은 모습으로 보따리를 풀고 활과 화살을 꺼낸다. 활에 화살촉을 매기는 순간 혜성의 표정은 평소의 것이 아니었다. 부릅뜬 눈과 고위관리 수에 맞춰 가져온 화살들. 혜성은 한번의 거사를 이루어 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바닷가 바위의 소나무 밑에는 어느 새 두 명의 여인네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뭐 대략 이런 스토리인데, 틈틈이 플래시백이나 그런 걸 쓰고, 몇몇 암시적인 부분 - 아버지와의 외출 - 을 좀 강하게 만들면 꽤나 쓸만한 영화시놉시스처럼 느껴진다.

이현세 만화는 " 지옥의 외인부대 " 이후 몇년간 자주 보게 됐고, 당시에는 우리나라 최고인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돌아봐도 분명 존재감있는 만화작가이긴 하다. 단, 커가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대량 생산체제에 따른 허술함이 발견되면서 실망도 있었다. 사전조사를 제대로 한건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작품들이 발견되면서 이제는 거의 보지 않고 있다. 물론 그 후에도 몇몇 작품은 좋았지만, 여전히 독창성 혹은 사실성에 의문이 드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최근 작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림은 잘 그리셨다. 컷 전개는 크게 기억에 남지 않지만 왠지 드라마적이거나 마초적인 느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 활 " 의 스토리를 보면 오랜 기다림을 통해 목적을 이루는 드라마적인 요소, 모두에게 어필하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뻔하지만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반전들이 있다. 캐릭터만 제대로 받쳐주는 연기력있는 인물들만 있다면 꽤 재밌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현세 만화가의 작품을 오래 전에 많이 보긴 했지만, 별로 기억에 남는 건 많지 않다. " 활 " 이 그 중 여운이 많았던 작품이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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