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리 옮김'에 해당하는 글 1건




소설제목이 참 유쾌하다싶어서 골랐는데, 제목처럼 따뜻하고 가벼운 유머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장르는 서스펜스 추리물 내지는 은행강도 범죄물이다.


가볍긴 하지만, 짜임새있으면서도 재밌는 일본소설들 중에서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작품들이 몇 있는데,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도 그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우선 초반에 비상식적인 설정을 배치한다. 소설 중반이후부터 등장했으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당할 법할 설정을 읽는 이의 머리 속이 아직 어수선한 초반에 배치해 두고, 그 뒤로는 자연스러운 요소 중에 하나로 인식하게 한다.

명랑한갱이지구를돌린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은행나무, 2007년)
상세보기



여기서는 거짓말을 100 퍼센트 밝혀 내는 능력이나 완벽하게 들어맞는 생체시계를 가진 싱글맘이 그런 요소다. 특히 생체시계는 거의 몇 분 뒤까지의 교통상황을 예측해내는 수준인데, 소설 안에 있어서 그냥 받아들일 뿐이지 이 부분만 들여다 본다면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는 코믹 범죄물이 아니라 분명 초능력자 스릴러물이어야 한다. ^^;;

그 뒤에는 그런 설정에 밉지 않으면서도 아주 별종인 성격을 캐릭터에게 부여해 줌으로써 앞으로의 전개가 매우 복잡다단해질 수 있게 하고, 유쾌하면서도 낯선 유머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주인공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거짓말을 판별해내며 팀을 이끌고 있는 나루세는 자폐증 아들 ( 다다시 ) 이 있고, 그의 친구이자 말빨과 권투에 강한 교노는 부인 ( 쇼코 ) 과 함께 까페를 운영하면서도 커피를 정말 못 만든다. 천재적인 소매치기인 구온은 사람보다 동물에게 더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생체시계를 가진 유키코는 신이치라는 아들을 가진 싱글맘이다. 이런 식으로 적당히 온정을 살만한 요소들을 가지면서도 대개 굳세게(?) 명랑하다.

소설의 재미는 짜임새에 있는데, 초, 중반에 등장했던 사물이나 사건, 인물들이 후반부에 연결이나 반전의 역할로 드러난다. 복선이 치밀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치밀한 복선은 읽는 이가 잘 눈치채지 못하도록 끼워두는 것과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냥 짜임새 있는 정도라고 보여진다. 이 소설에서는 초반에 등장하는 복선들이 어째 대부분 눈에 밟힌다. ^^;;

간간이 사회나 인간에 대한 불만을 집적거리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따뜻하고 명랑한 인간미와 서로에 대한 신뢰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지극히 받아들이기 편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들어찬 유머는 신선한 편이다.

기억할 만한 대사를 둘 정도 발견했는데, 하나는 " 서두르는 건 악마나 할 짓이지 " 이고, 다른 하나는 " 친구여, 나는 일생을 거짓말하며 살아왔다. 진실을 말하던 그 순간에도. " (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이라는 책에 나온다는 문장. 332쪽 ) 이다. 전자는 이사카 코타로가 쓴 말이니 책 분위기에 어울리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너무 무겁다. 그럼에도 두 문장은 기억에 남는 편이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