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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과 목차를 읽었을 때는 강풀의 만화에 등장하는 " 사신 " 들이 연상되서 읽게 됐는데, 예상과 달리 " 치바 " 는 훨씬 더 허술했다. 사람을 죽이러 오는 놈이 아니라 사람이 죽을만 한가 아닌가를 윗선에 보고하는 일본 스타일의 사신이었다. 강풀 만화에 등장하는 사신들보다 좋은 점은 인간이 아니라 고통을 모르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데다 맡은 일에 따라 외모와 나이 때가 바뀐다는 것이다.

6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고 " 사신 치바 " 가 경험한 일들 중에서 6 개를 추려낸 듯한 느낌이라 어떤 잡지 같은 곳에 연재되었던 것을 묶어서 책을 펴낸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고 에피소드들은 겉으로 드러난 특징들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어 애초에 한 권으로 구성된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모든 에피소드에 깔린 인간의 삶에 대한 애잔함과 치기섞인 말장난들이 재밌다. 가끔 억지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죽음의 무료함을 덜어내려는 사신의 습관을 통해 " 인간적인 " 치바의 부조리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인간의 삶에 관심이 없지만, 인간의 삶에 가장 가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1. 사신의 스토커 리포트
- 치바는 정확하다

2. 사신의 하드보일드
- 치바와 후지타 형님

3. 사신의 탐정소설
- 산장 살인사건

4. 사신의 로맨스
- 연애 상담사 치바

5. 사신의 로드무비
- 살인 용의자와 동행하다

6. 사신의 하트워밍 스토리
- 치바 vs. 노파

사신의 일을 할 때마다 비를 만나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에 열심인 " 치바 " 는 언제나 미묘한 대화와 뉘앙스로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읽는 이들에게만..

사신치바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웅진지식하우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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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웃긴 건 치바 스스로가 신기하게 여기는 인간들이 이런 황당한 존재인 " 치바 " 를 무리없이 받아준다는 점이다. 마치 자기만의 세상에서 산책하는 듯한 식의 대화와 뉘앙스, 그리고 태도를 보여주는 " 치바 " 를 강제적으로 멀리 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죽음이 삶의 바로 옆에서 관찰하고 있다는 설정이 곧 인간 스스로도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지은이의 메시지로 비춰진다.

정말 인간이 일주일 뒤에 죽을 것처럼 살게 된다면 소설에서처럼 값지고 멋진 시간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이 흘려보내는 인간들을 " 사신 치바 " 는 지켜보고 있다.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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