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뜻'에 해당하는 글 1건




" 페르세폴리스 " 도시 이름으로 참 근사하게 들린다. 뭔가 있어 보이고, 한때 잘 나갔을 것 같은 고대 도시 이름 같다. 검색해 보니 실제로도 그런 모양이다.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23p2128a

그런데, 1980년대에 이란에서 10 대 시절을 보낸 여성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만화의 제목이 왜 " 페르세폴리스 " 일까?

지은이인 마르잔 사트라피는 외부에 알려진 " 이란 " 의 모습과 다른 실제적인 " 이란 " 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 이란 " ( Iran)  은 " 아이리아나 바에조 Ayryana Vaejo " 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리안족의 시원(始原) "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1권 머릿말에 있는 저자의 말 이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 만화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 사실 페르시아와 아랍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이란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은 이슬람 혁명이란 것과 이라크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졌었다는 단촐한 기억외에는 아는 게 없어 만화에서 전개되는 스토리가 정말 별나라 얘기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 이란 " 이라는 나라, " 이슬람 " 이라는 종교, " 여성 " 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얘기인데,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섬세하다. 만화 그림체는 그렇지 않지만서도.. ^^;;

1권_표지

출처 : DAUM 책


1권은 지은이가 유럽의 오스트리로 떠날 때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직 10 대 초반의 어린이 시점에서 바라본 " 이란 " 의 당시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다. 국왕 통치에 대한 반대혁명, 종교적 억압, 고질적인 사회계급 차별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혁명을 통해 나라가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구나 싶은 건 처음이었다. 꽤나 유서깊고 찬란한 문명을 지녔던 페르시아 지역(?)의 한 나라가 석유라는 자원과 서방세계의 정치술수에 말려 오랫동안 정신차리지 못하는 모습이 투박한 흑백만화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1권은 어른 세계에 영향을 받은 아이들의 모습이 짠하다. 혁명을 위해 감옥에 갔다온 아버지, 아저씨, 친척을 영웅화하면서 서로 비교하는 것이나 아이들 간에 다툼은 씁쓸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주인공의 가정환경은 그 우울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축복받은 장소로 비쳐진다.

2권_표지

출처 : DAUM 책



2권은 오스트리아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돌아온 주인공이 " 여성 " 으로써 성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페미니스트 " 가 아니라 그런지 좀 황당하고, 갸웃대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그려낸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긴 하다.

1권에 비해 성숙한 때라 그런지 정말 다양한 상황에 대한 여러 감상들이 올올이 들어있다. 고향을 떠난 외국인, 연인을 찾기 위한 애타는 처녀, 삶의 퍽퍽함에 못 이겨 자살까지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 이란 " 인들도 보통 사람임을 깨닫게 해준다. 여전히 억압적인 고국에 돌아와 다시 예전의 삶 속에 들어가지만, 이미 많은 것을 깨달아 버린 주인공은 스스로 결정하기 시작한다.

정말 존경스러운 건 주인공의 부모님들과 할머니다. 주인공의 철없는 방황,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정치상황, 어느 곳에나 있는 철부지 어른들 사이에서 주인공에게 더할 나위 없는 울타리가 되어 준다. 이분들이 사실상 진정한 현자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 이란 " 이 좀 답답한 종교국가 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으니 크게 왜곡될 건 없었지만, 이 만화를 통해 알게 된 " 이란 " 은 별로 호감이 가질 않는다. 지금은 이때보다 많이 변하긴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그곳에도 보통 사람들의 이성과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산다는 걸 이 만화를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속성상 쉽게 변하기 힘들다. 큰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은..
아랍 혹은 이슬람의 테러리스트들이 서양에 대해 벌이는 일련의 활동이 파괴적이긴 해도 어느 정도 이유가 있긴 할 것이라 짐작하며 지냈지만, 이 만화를 통해 아주 조금 더 가까이 보게 된 " 이란 " 의 모습은 처연하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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