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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초순경부터 조카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매주 놀러와 여전히 하룻밤 자고 가긴 하지만, 그동안 워낙 힘들게(?) 놀았던 터라 은근히 적적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근래 들어 솔로 친구 녀석 하나가 주말마다 불러내는 통에 조카가 오면 간단하게 1시간 정도만 놀아주고 나가버리는 상황이 계속 되자 조카는 적잖이 서운한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쌓여 간만에 기억에 남을 만한 장난감을 하나 사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본 장난감들은 작거나 저렴한 경우 대강 예상이 되는데, 비교적 고가(?)의 장난감을 구입하려 할때면 실패에 대한 부담이 무지 크다. 해서 어린이 장난감 오프라인 매장에 대해 아는 몇 사람에게 물었더니 청량리역 근처 XX 백화점 6층에 가면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며 장난감을 고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알려줬다. 조금 비싸더라도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보는 편이다.

해서 지난 토요일 저녁, 친구와 청량리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가 본 청량리역은 광장조차도 많이 변했는데, 같은 이름의 마트, 프라자, 백화점이 비슷한 위치에 있어 당황했다. 부지런히 표지판을 따라 일단 6층으로 갔더니 " 토이저러스 " 라는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알고보니 마트 건물 6층이었고, 백화점 6층과 연결되어 있었을 뿐이다. ㅡㅡ;; 

유아용 혹은 어린이용 오프라인 매장을 별로 본 적이 없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나 대략 웬만한 마트 매장의 1/3 정도 자리를 차지하는 규모로 추측됐다. 게다가 조카 녀석 장난감을 보러왔는데, 어째 갖고 싶은 것들이 자꾸 눈에 띄는 바람에 시간이 바람처럼 흘러갔다. ^^;; 

레고 시리즈, 어린이용 RC카, 디즈니, 공룡모형, 유아용 스포츠 장난감, 각종 자동차 등등등 보기만 해도 절로 즐거워지는데, 어느 덧 조카녀석 것을 고르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ㅡㅡ;;

고심 끝에 4만9천8백원 짜리 메이터(?) RC 카를 구입했다. 구입하기 전에 건전지가 몇 개 정도 들어가는지 봤더니 1.5V AA R6 건전지 6개가 자동차에 들어가고, 리모콘(?)에 2개가 들어갔다. 사실 성능보다 떡하니 폼나는 크기에, 메이드인 차이나임에도 조잡해 보이지 않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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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집에 들어가 조카 녀석과 같이 놀고픈 마음에 일단 충전지 8 개도 같이 구입했는데, 33,800원이 들었다. 배나 배꼽이나 비슷한 가격이다. ㅡㅡ;; 

그런데, 집에 들어가 놀려고 보니 온갖 잡것들이 사람의 심기를 어지럽히기 시작햇다. ㅡㅡ;; 

조카 녀석이 장난감을 보자마자 눈을 번뜩이며 " 내꺼.. 내꺼.. " 하고 짧은 단어를 연발하기에 속으로 아주 흐뭇해 하며, 충전지를 넣기 위해 매뉴얼을 보고 나사들을 풀고 있었는데, 리모콘 쪽 나사 ( 볼튼지 넛트지 ㅡㅡ;; ) 의 머리 부위가 마모되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드인 차이나쪽 장난감들이 이런 증상을 자주 보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가격이 좀 비싸면 나을 줄 알았더니 별 반 차이가 없었다. 모두 2 개의 나사가 마모 증상을 보여 다시 조여주지 않았다. ㅡㅡ;; 

게다가 동네 편의점에서 구입했던 충전지는 충전이 되어있었는데, 어째서 시내 마트에서 산 충전지는 충전이 되어 있지 않는지 모르겠다. 조카 녀석은 옆에 바짝 붙어 언제 가지고 놀 수 있는지 똘망똥망한 눈빛만 번뜩이고 있었다. ( 언제 충전하냐고! ) 스트레스가 눈썹을 넘어서고 있었다. ㅡㅡ;; 

이리저리 껴보다 환불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해 본다고 동네 편의점에서 일반 건전지를 8 개나 새로 사다 꼈더니 동작했다. ㅡㅡ;; 

결국, 이 제품은 디즈니의 디자인 값이 주를 이루는 저렴한 중국 제품일 뿐이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현란한 장난감들과 조바심 때문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나사 조심!! 


그나마 동작을 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더 좋았던 건 조카 녀석의 웃음소리였다. 얼마나 혼자서 신나게 가지고 노는지 절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였는지 조카 녀석 노는 걸 보고 이렇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인 듯 싶었다. 아이들 장난감을 사주는 재미라는 게 들어서 알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란 걸 알 게 됐다. ^^;; 

이 장난감은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있었는데, 리모콘과 자동차의 수신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난 한 3미터 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거의 1미터 정도만 벗어나도 자동차가 반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번 벽에 부딪치면 같은 거리에서도 동작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가격에 비해 후지다는 건데, 그 바람에 조카녀석은 매번 자동차를 따라 달려가던가 아니면 가운데로 들고와야 했다. ( 다행인 건 다음 날 동작하는 것으로 보니 어느 정도 튼튼하긴 한 모양이었다. 다행이지 않은 건 눈부위가 알고 보니 스티커였고, 벌써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ㅡㅡ;; ) 

그렇다. 성능이 그지같아 욕이 나올만도 했지만, 의외로 조카에게 운동도 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
( 개인적으로 아이들은 되도록이면 움직이면서 놀았으면 한다. ) 

마루를 중심으로 얼굴이 빨개지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녔음에도 조카는 밤새 가지고 놀 분위기였다. 지쳐 잠들 줄 알았지만, 체력이 좋은 모양이었다. 결국, 밤 12시에 억지로 재울 수 밖에 없었다. ㅡㅡ;;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온갖 부실함이 있었지만, 조카에게 뭔가를 선물해 주고 이렇게 뿌듯했던 건 처음인 듯 싶다. (  참고로 조카는 " 카 "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어 이 장난감을 " 로보카 폴리 " 에 나오는 " 스푸키 " 로 알고 있다. ^^;; )

조카가 기분이 좋으면 가끔 강아지 흉내 내는 걸 한두번 봤는데,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아기가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것과 관련해 무슨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ㅡㅡ;;  크게 위험한 건 아니라도 언젠가는 고쳐야 할 버릇으로 알고 있다.  
 


덧붙이기 : 건전지 비용 때문에 충전지를 샀는데, 동생은 어차피 항상 충전하고 매일 사용하는 장난감이 아니니 " 다이소 " 에서 8 개에 1 ~ 2 천원하는 건전지를 가끔 사다 끼우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라고 했다. 역시 자주 사본 사람이 잘 안다. ㅡㅡ;;

덧붙이기 : 비교적(?) 덜 만나던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천호동 근처에 장난감 도매상이 밀집한 곳이 있다고 한다. 개인에게는 많이 싸게 주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했다. ( 제길, 그런 건 가기 전에 말해달라고~ ) 어쨌거나 다음에 한번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라 기록해 둔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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