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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영상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이번에 본 " 나비와 바다 " 에서는 남자와 여자 모두다 상당히 장애의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남자는 훨체어에 의존해서만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여자는 작은 체구에 의사표현을 하는 일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남자 ( 우영 ) 는 말한다. " 정신은 말짱한데, 몸을 맘대로 못 하는게 속상하는 거지. 내가 미칬지 ( 미쳤지 ) .. "

결혼이라는 게 딱 이렇다. 둘의 사랑은 온전한데, 결혼이라는 게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흔히 하는 말로 눈에 뭐가 씌여 미친 상태에서나 결혼을 후딱 해치우는 거라고..

그렇게 우리나라 전통(?)의 가부장적인 결혼문화는 이어져 내려왔다.


영화 " 나비와 바다 " 블로그 : http://naviwabada.tistory.com/



결혼은 평등하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부담을 작렬한다. 시댁의 바램을 시작으로 여러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 관심을 적나라하게 받아내야 한다. 남자는 그 모든 걸 감내하고서라도 결혼을 원하고, 여자 ( 재년 ) 는 남자를 원하는 만큼 결혼이 무섭다.

영화는 이런 관계들을 잘 배열해 놓고 있다. 영화 스토리는 남자가 결혼을 위해 부단히 미끼를 던지는 과정이고, 그 사이마다 여러 입장을 대변하는 메시지들이 현실을 반영한다. 남자는 혼자서 죽어갈 지 모를 스스로의 운명을 바꿔 보려고 결혼을 선택한다. 남자의 어머니는 며느리가 될 여자에게 바라는 점들이 있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몇 마디씩 거든다. 여자와 그녀의 가정은 휩쓸리는 분위기다. 이렇게 결혼을 향한 작은 소란들은 영화내내 계속된다.

우리나라의 결혼은 이렇듯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문화처럼 평등하게 압력을 행사한다. 아마 감독은 가부장적인 결혼의 모습을 극대화하려고 장애인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결혼의 모습은 너무 일방적이었기에 웃으며 희생되어가는 한 사람을 보게 된다. 제도에 편승해 본의아니게 우월한 지위를 획득하는 이도 보게 된다.

그러나 흔히들 오해할까봐 말해두는데 주인공들의 마음만은 아주 순수하다. ^^;; 누군가를 속이거나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이 있고 싶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픈 작은 바램이다.




결혼은 불평등하다.


가만보면 영화에서 주인공들에게 꼭 결혼하라고 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딱 한명 있는데, 그 역시 장애인이다. " 누나, 나이들었으면 시집가야지~ "

우리나라는 아직도 명절 때가 되면 노처녀, 노총각들이 결혼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장애우들에게도 그런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고, 영화에서도 사실상 아무도 긍정적이지 않다. 둘이 좋아한다니까, 남자가 결혼하자고 하니까 조심스레 들어주고 지켜봐줄 뿐이다. 행복을 보장할 수 없고, 여린 장애인들이라 그들의 뜻을 더 소중히 여기기에 차마 장난으로라도 강요하지 못하는데, 그에 반해 비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미디어적인(?) 차원에서 결혼을 왜곡시키고,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다. 너거들 애 낳아서 쓸만한 노동력으로 키워놔라 라는 말을 대놓고 하지 못하기에 결혼하면 행복해진다느니 이혼이 많아지면 사회가 불안해진다느니 하며 주기적으로 압박한다.

결혼은 개인이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 중에 하나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서도 안되고 개인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다. 필요에 따라 강요하거나 약점처럼 잡고 늘어지는 건 얄팍하다. 결혼은 그냥 누구나 해볼 수 있는 미친 짓이다. ㅋㅋㅋ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관객과 영화의 부조리..


가만 생각해 보면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대부분 장애인들의 특별한 얘기를 예상하고 왔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라 비약적이긴 하지만, 대개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관객들은 결혼을 소재로 한 장애인들의 특이하거나 혹은 특별한 어떤 사건을 기대하고 왔을텐데, 정작 영화는 장애인들의 평범한(?) 결혼이야기를 보여준다. 현실적이면서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있지만, 재밌게도 서로 반전되는 상황이다. 낯선 경험과 감동을 찾아온 이들에게 장애인들의 평범하고 솔직한 모습을 그대로 안겨준다. 사람에게 주어진 평범한 인생사가 신기해진 현대인들이 꽤 있다. ^^;;


주인공

출처 : DAUM 영화



덧붙이기 : " 장애우 " 라는 표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표시하는 장애인들도 있다고 한다. 아마 " 불편해도 괜찮아 " 라는 책에서 읽은 듯 한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 " 장애우 " 라고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특이한 말로 지칭되기 싫다고 했던 것 같다. 그냥 " 장애인 ", " 비장애인 " 정도로 했으면 한다는데, 요즘에는 대개 " 평범 " 한 걸 선호하는 것 같다. ^^;;


덧붙이기 : " 나비와 바다 " 에서 불편한 장면 중 하나가 여자 ( 재년 ) 가 성교육 비디오를 보는 장면인데, 의도가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성교육 비디오를 보며 난해해하는 이의 얼굴을 몇 차례나 비추는 건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성교육 비디오 내용 중 일부를 보여주는 건 상관없지만,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대놓고 카메라에 담기보다는 방문 밖에서 대사로 처리하거나 두 장면으로 나눠서 편집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 성인남자도 전문배우가 아니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뭐 개인적인 의견이라.. ^^;;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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