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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월째인 조카 녀석이 어제 처음으로 놀이방(?)에 갔단다. 

혼자 자랐고, 어른들의 간섭을 싫어하는 터라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어머니를 통해 들은 제수씨 얘기로는 잘 놀다 왔다고 해서 많이 안심했다.

신체적으로는 아주(?) 활달한 편이라 별 탈이 없어 좋았지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말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해 집안에서 걱정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내가 볼 때는 별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봤다. 말은 못해도 눈치가 좀 있고, 머리를 좀 굴리는 모습이 엿보일 때가 많았고, 제일 좋은 건 잘 웃는 것으로 보아 단지 언어쪽에 약할 뿐인 것으로 추측된다. 

아기때(?)에도 잘 웃었는데, 남들에게 보여주는 미소가 아니라 어떤 상황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 배꼽이 빠져라 웃을 때가 많았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아주 긍정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커가며 벌써 머리를 굴려 스스로 웃을 수 있는 상황을 요구하거나 만들어 내는 게 영악해 보이기 까지 한다. 

대표적인게 큰아빠 ( 나 ) 를 놀려먹을 때인데, ( 이제 35 개월 된 녀석이 40년을 산 사람을 희롱한다. ㅡㅡ;; ) 누가 가르쳐 주었을리도 없을 장난을 쳐댄다.

올 여름에 사 온 자칭 " 나로호 " 라는 에어로켓이 있었다. ( 참고 :  http://www.mmd2.co.kr/334 ) 플라스틱으로 된 공기주머니를 밟으면 빨간 플라스틱 연통을 따라 바람이 뿜어져 나가고, 스티로폴처럼 부드러운 재질로 된 로켓이 하늘로 솟구치는 장난감이다.

처음에는 이 장난감의 방향을 틀기도 하고, 떨어지는 로켓을 잡으며 놀았는데, 어느날 조카녀석 스스로 " 내 차례, 큰 아빠 차례 " 하며 순서를 정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공기주머니를 발로 차려는데, 갑자기 조카녀석이 먼저 발로 밟아버리는 게 아닌가?

그냥 좀 황당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과 놀다보면 오버액션하는 게 습관이 되서 속았다며 투정을 부렸더니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이놈이 계획을 짜고 놀려먹은 것이다. ㅡㅡ;; 

어쨌거나 말을 가르칠 때는 입을 손으로 가리켜가며 발음을 보여주는데도 못 따라하는 녀석에게 누군가 그런 장난을 하도록 유도하기는 거의 어려울 듯 하니 스스로 생각해 낸 듯 하다. 

그 뒤로도 가끔 생각나면 나에게 그런 장난을 걸어오는 데, 몇 가지 더 비슷한 장난을 치며 깔깔거릴 때가 있다. 말은 못해도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조카가 무럭무럭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단지 주변에서 적절하게 조율해줄 필요성이 많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제는 조카가 처음으로 놀이방에 간 날이다. 친구들과는 좀 더 밝은 쪽으로 머리를 굴려가며 놀긴 기대해 본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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