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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앞 사거리에 " 고대앞 원조 멸치국수 " 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규모도 조금하고, 실내 인테리어도 소박한 편입니다. 가격도 소박하고 - 뜨거운 멸치국수가 3 천원이다. - , 메뉴도 소박합니다. 주로 멸치국수, 비빕국수, 열무국수 ( 여름 ) 를 팔며, 밥 종류가 조금 있고, 3 천원에 4 개를 주는 왕만두가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괜찮은 편이며, 24 시간 운영한다는 점이 좋아 종종 다녔습니다. 최근에는 나와 내 친구에게 과도하게 친절해지신 바람에 몇 자 적어봅니다. ^^;;

몇달 전에 친구와 " 고대앞 멸치국수 "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려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친구가 먼저 계산했다고 그냥 가라고 하셨습니다. 친구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라 그러려니 하고 나왔는데...

조금 후 친구녀석이 나왔길래 내가 낼 차례인데, 왜 계산했냐고 농담을 했더니 친구는 정색을 하며 계산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계산도 안하고 그냥 나온 상황이라 좀 뻘쭘했는데, 평소 맛도 괜찮고 저렴해서 계속 들리고 싶은 마음에 다시 들어가 확인을 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도 당연히 당황해 하시면서 다시 계산대 모니터를 보시다가 뭔가 착각했다는 걸 깨달으셨는지 얼굴이 붉어지시면서 계산을 해주시고 고마워하셨습니다.

뭐 좋은 일 했다싶은 마음에 집에 돌아왔는데, 이 분이 그 뒤로 우리를 기억해 주시는 겁니다. 좀 부담스럽다는..

사실 그 뒤로 그곳에 가는 일은 좀 뜸해 졌습니다. 잊혀질 때쯤 추운 겨울날 생각나는 멸치국수가 그리워지면 별 수 없이 들르곤 했는데, 기어코 우리들이 오면 꼭 양 많이 달라고 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

그러더니 어제는 기어코 작은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친구가 4 천원 짜리 비빔국수를 시키고, 1 천원 짜리 사리를 추가했는데, 거의 새로운 비빔국수를 시킨 만큼의 양이 새 그릇에 나왔습니다. 우린 잘못 온 줄 알고 주안아저씨한테 말씀드렸더니 당황하시면서 주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사람들 다 쳐다보고, 우리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결국 알고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챙겨주셔서 그렇게 쌈빡하게 나온 것이었습니다. ^^;;

결국 단돈 만천원에 배 터지게 먹고, 왕만두 싸가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변변히 감사하다는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

주인 아주머니가 의외로 속정이 있으신 듯 보입니다. 사실 장사하는 곳에서 그 가격에 팔면 얼마나 남을까 싶기도 해서 너무 잘해주시면 부담스럽습니다. 게다가 낯선 사람에게 좀 서먹해하는 성격이 있는 편이라 고마움을 표시못할 때가 많아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서민적인 음식이나 추운 겨울에 멸치국수가 떠오르시는 분들께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허영만 님의 만화 " 식객 " 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그 만화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재료는 조미료 같은 것을 거의 쓰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고, 최근에 멸치국수가 좀 짜진 것 같긴 한데, 요즘 아주머니께서 주시는 양이 많아서 그런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머니, 제발 이익도 챙기면서 오래오래 장사하셨으면 합니다. ^^;; 전 워낙 생뚱맞은 성격이라 제 입맛에만 맞고, 박대하지만 않으면 계속 다니는 스타일이랍니다. 너무 잘 해주시면 부담스럽니다. 그날 정말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친구는 비빕국수 2 그릇 먹고 설사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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