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흥행에 성공한 " 인간시장 " 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 장총찬 " 이란 청년이 산에서 무술을 익혀 고수가 된 후, 세상에 내려와 온갖 불의와 맞서 싸우는 스토리인데,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악이 실제 현실의 각종 비리와 비슷했고, 워낙 통쾌하게 무찔렀기에 당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 " 장총찬 " 캐릭터의 원래 이름이 " 권총찬 " 이었는데, 검열에 막혀 " 장총찬 " 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주진우 기자의 " 주기자 " 를 읽으니 " 권총찬 " 이 그리워졌다.
" 인간시장 " 은 소설이었기에 묵은 체증을 쓸어내듯 신나게 그려낼 수 있었지만, "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 주기자 " 는 신문기자의 불타는 취재연대기이기에 팩트와 분석이 있을 뿐이다. 언제나 있어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이렇게 규모가 클 줄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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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지 않아 좋고, 일목요약해 좋고, 팩트여서 좋다. 이기기 위한 감언이설이 없어 좋고, 비겁한 척 하지 않아 좋고, 구슬프지 않아 좋다. 사회인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세상의 병폐들, 비슷한 패턴들, 총체적 문제들이 뭔지 알려줘서 좋다.
답을 주지 않아도 이렇게 갑갑하지 않은 책은 별로 없다. 실제 활극이 없으면서도 머리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소설 속 권총찬은 사람들을 쥐고 흔들만한 무술실력이라도 있었지만, 주기자에게는 글쓰는 팬과 정보원이 전부다. 이 사람 제명대로 살 수 있을까? ㅎ
실제 확인했을 팩트들의 100분의 1도 드러내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 메시지만은 강렬하다. 우리 모두는 약자다. 언제 밟혀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에 살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우려는 노력은 얼마나 하는지 의문이다. 주기자는 말한다. 철들지 않고 살겠다고..
간만에 감동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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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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