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 미래소년 코난 " 을 이렇게 자세히 다룬 책이 있을 줄은 몰랐다.

황의웅이라는 비주얼 크레에이터 겸 연구가라는 분이 " 연구, 집필 " (?) 하셨다. ( 보통은 지은이나 저자 정도로 표기되는데.. )

" 미래소년 코난 " 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놔서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 코난 " 을 새로 즐기는 기분이다. 

" Conan's Adventure Map " 이라는 코난의 모험장소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페이지가 제일 앞장에 있다. 일본어 주제가, 한국어 주제가, 각 캐릭터 및 메카닉 설명, 일본 성우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밖에도 각종 삽화와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간단한 차트(?), 제작 샘플등이 아주 풍부하게 들어있어 미야자키 하야오와 " 미래소년 코난 " 에 대한 많은 호기심들을 채워준다. 

그밖에도 온갖 잡다하다 싶은 얘기조차 사진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어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읽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미쳐 몰랐던 사실들을 몇 가지 적어둔다.

- " 미래소년 코난 " 은 알렉산더 케이라는 미국 아동문학작가의 " 멸망의 파도 ( The Incredible Tide ) " 라는 원작을 미야자키 하야오 스타일로 완전히 각색해 버린 작품이다. 미국의 " 멸망의 파도 " 가 일본번역본으로 " 남겨진 사람들 " 이라고 소개됐고, 기획자가 이 소설을 NHK 방송사에 제출하여 선택됐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제출한 기획안이 있었다. 당시 기획안이 이 책에 그대로 소개되고 있어 재미있다. 기획안 제목은 " 2222년 미래소년 코난 " 이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 2020 원더키디 " 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ㅡㅡ;;

- " 미래소년 코난 " 에 등장하는 인더스트리아 라는 도시는 공업도시를 의미하도록 industry 에서 따왔다고 한다. 하이하바는 high harbor 로 높은 항구, 즉 자연친화적인 이름이다. 원작에서 두 도시는 미국와 소련을 암시는 어설픈 설정이었다는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과감하게 그런 설정을 배제시켰다.

-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 우리나라에서 아주 높은 인기를 누렸던 코난의 친구 " 포비 " 는 원래 " 짐시 " 라는 이름이었다. 포비로 바뀐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ㅡㅡ;; 어쨌거나 실망이다. 포비는 포비여야 한다.

- 내가 본 " 미래소년 코난 " 은 1982년 12월 KBS 제1TV 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대 방송이었다. 그때의 처절함은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그거 볼라고 별 짓을 다했던.. 기억은 없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던 것만은 확신하고 있다.

미래소년 코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다카하타 이사오 (1978 / 일본)
출연
상세보기


챕터 4 는 APPENDIX 인데, " useless things " 라는 부제가 아쉽다. 한글로 " 잡동사니 " 라고 적은 것도 아쉬운데, 영어로는 " useless things " 라니.. ㅡㅡ;; 이 챕터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한국방문과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여러 면모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여서 발췌해 둔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공식기자회견 안내문에 적혀있던 '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과 관련한 미야자키 감독의 기본입장'

1. 교과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일본정부가 해온 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입장.
2. 일본정부의 역사교육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
3. 해당교과서가 실제로 채택될 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4. 모든 나라의 민족사관이 각국의 객관적이고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어렵게 한다.
5. <이웃집 토토로> 는 일본을 싫어했던 어린 시절 자기 자신을 향해 쓴 편지와도 같은 작품이다.
6. 민족의 자긍심은 역사를 왜곡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7. 한국과 일본 사이에 앙금이 남아있으나 그런 것이 양국의 교류에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237쪽 발췌


" 미야자키 하야오 " 와 " 미래소년 코난 " 은 참 운명적으로 만났고, 성공적인 통과의례가 됐다. " 미야자키 하야오 " 의 가려졌던 역량과 신뢰할 수 있는 실력있는 스탭들이 모여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이 둘에 대해 평소 궁금했거나 더 알고 싶어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덧붙이기 1 :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보여줬던 " 세계명작극장 " 은 한때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교화용으로 상영됐었다고도 한다. ㅋㅋㅋ 우락부락한 재소자들이 " 빨강머리 앤 " 같은 것을 보고 있는 상상이 떠오른다.

덧붙이기 2 : 케빈 코스트너의 대박 망한 영화 " 워터월드 " 와 " 미래소년 코난 " 에 대한 표절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덧붙이기 3 : " 미래소년 코난 " 의 극장판은 " 미야자키 하야오 " 가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결말 역시 다르다고 한다. 그냥 짜깁기라는 평.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