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좋은 책이지만, 시리즈가 출간될수록 구성이나 문체가 더 산뜻해지고 있다. 강렬함은 그대로지만 읽기가 훨씬 편하다. 아마 이제사 적응되어가는지도 모르겠지만서도..

그래서인지 천천히 읽으려고 했으나, 자꾸 생각나는 바람에 순식간에 마지막장까지 가버렸다.

시리즈 각 권마다 주제별로 묶어내고는 있지만, 항상 발견하게 되는 건 사람과 희망과 의지, 그리고 여운들이다. 이전 책들까지는 여운이 부담스러 외면하려는 태도가 있었는데, 6권에서는 반대로 여운을 음미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느껴졌다. 왜인지는 더 곰곰이 돌아봐야 알겠지만서도..


이번에는 진 ( 眞, Verum ), 선 ( 善, Bonum ), 미 ( 美, Pulchrum ) 으로 나눠 메시지를 묶어냈다.
대부분 인물들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또다른 자극을 주고 있는데, 한 마리는 채식하는 사자다. ㅎ
육식을 전혀 못했던 사자 리틀타이크의 경우에는 좀 비약적인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채식만 했던 사자라는 특이한 존재가 주는 생각의 단초가 흥미롭다.


하늘과 별을 사랑했던 시인 윤동주, 검은 나이팅게일이라는 메리시콜, 인류 최후의 금고라는 스발바르 국제 씨앗 저장고, 의사 장기려, 시인 김수영, 왕과의 인터뷰, 못 배운 과학자의 얘기가 많이 와닿는다.

프롤로그는 무상급식과 관련해 아이들의 얘기를 들려줬는데, 이에 맞춰 에필로그에는 구제역과 관련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한 송아지가 저를 죽이러 온 내 손등을 핥는다. - 구제역 방역담당 수의사
- 341쪽 발췌

구제역이 발생하면 청정국의 지위를 잃게 되는데, 예방접종으로 다시 청정국의 지위 신청자격을 얻으려면 6개월이 걸리고, 백신사용없이 구제역을 퇴치하면 3개월이 걸리기에 살처분을 한단다. 동물을 고쳐주려 수의사가 된 사람이 소를 죽이러 가야하는 참담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3개월 동안의 수출차질 때문에 그 엄청난 수의 동물들이 죽어가야 했는가를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다소 부드러워진 느낌 혹은 정치적인 시선을 대폭 누그러뜨린 분위기지만 울림은 여전하다.

덧붙이기 :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외계지적생명체의 수를 계산해 보려는 드레이크 방정식 이라는 게 있단다. 일곱 개의 계수 자체가 워낙 임의성이 커서 그냥 낭만적인 공식에 불과하지만, 2009년 영국 워윅 대학교의 피터 배커스라는 한 대학원생이 [ 어째서 내게는 여자친구가 없을까? - 영국에서 연애를 할 때 드레이크 방식을 활용한 사례 ] 라는 소논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걸었단다. 이놈의 연구결과 당시 3천만명 이상의 여성들 가운데, 논문작성자의 여자친구로 적합한 인물은 26명, 확률적으로 0.000003 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 짝 " 이라는 맞선 프로그램 비스무리한 게 있는 것으로 안다. 이곳에서 이 공식을 서로 적용시켜 봤으면 한다.

덧붙이기 : 비밀엽서 프로젝트라는 게 있단다.
 http://www.postsecretcommunity.com
엽서에 수신자 주소만 적어서 몇 가지 규칙에 따라 비밀을 적어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꽤 의미심장한 결과물들을 가져왔다고 한다. 일단 익명성은 거의 확실히 보장되지만, 보내는 사람 스스로가 진실성이 있어야 되는 모양이다. 실제 프로젝트 기간이 끝났음에도 아직 엽서들이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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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5 권으로 구성되어 로마시대로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록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민들의 사생활을 최대한 모아 보여주는 책이다.

오래 전부터 소재가 재미있어 보여 읽고 싶어하긴 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이건 재밌는 책읽기가 아니라 진득하니 앉아 곰인형 단추꾀는 수준으로 보인다. 각 권이 모두 900 여쪽에 그림이 많지만, 글도 가득하다.

지금까지 100 여쪽 남짓을 읽고도 상당한 충격과 느낌을 정리하기 쉽지 않아 일단 기록해 둔다.

저자들의 서문을 보면 국가의 발전과 강화된 체제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보전하고자 노력하려는 의도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 이게 가장 근본적인 주제로 보여진다. ) 그러면서 개인의 사생활들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상의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보여주고, 재조명해주는 내용으로 예상되는데, 첫장부터 아주 확 깬다.

사생활의역사1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필립 아리에스 외 (새물결, 2002년)
상세보기



" 로마인 이야기 " 와 그에 관련된 책들을 보며 그 시대 사람들에 대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 사생활의 역사 " 1 권 ( 로마제국부터 천년까지 ) 을 한번쯤 읽어보길 권해본다.

로마시대에 가정이라는 것이 실제 어떠했는지 보여주는데, 오늘날의 가치관으로는 참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들이 당연시 되는 시대가 있었음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 로마인 이야기 " 는 마치 영화 " 대부 " 가 그러했던 것처럼 " 로마 " 라는 제국을 미화시켰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목차들조차 너무나 도전적인데, " 기를 것인가 버릴 것인가 ", " 아버지 죽이기 ", " 부부의 거짓 탄생 " 등등.. 뭔가 계도적이라기 보다 진실에 대한 도발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필요하면 살리고, 아니면 죽이는 행태가 일반적이던 시대, 아버지 혹은 가부장의 존재가 정말 가정 안의 최고지도자이던 시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저자들의 의도를 끊임없이 다시 탐문하게 되는 책이다. 국가의 감시, 개입 혹은 지배로부터 인간의 본질을 보존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이 왜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고대의 얘기들로부터 시작하는가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인간의 본질을 논하는 문제에 잘못 접근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지만, " 보존 " 이라는 단어가 무지하게 껄끄럽게 느껴진다. 개인의 사생활과 사회의 변화 사이에 상호작용의 예를 들면서 계속 진행될 모양인데, 무사히 읽기라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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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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