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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2004년에 출간됐으니 세월이 제법 흐른 후에 읽게 된 것이지만, 허영만 이라는 만화가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필독서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의 기획의도는 " 허영만 만화창작 30주년 기념 헌정평론집 " 인데, 가수들 간에 헌정앨범은 들어봤어도 만화가에 대한 헌정평론집은 처음입니다. 한국만화문화연구원이라는 곳에서 제작한 책인데, 현재 그 사이트 ( www.kocori.com ) 는 폐쇄되어 있네요.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2002년에 개설되었다는 얘기만 있을 뿐입니다. 이 책에 나온 www.huryoungman.com 도 없네요. ㅡㅡ;;

헌정평론집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얘기가 담겨있지만, 허영만 만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없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이 전문만화가들이 아닌 평론가분들이시라 약간의 한계가 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즐기는 사람의 입장이나 허영만 작가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을만한 재밌는 얘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허영만표만화와환호하는군중들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만화/애니메이션
지은이 한국만화문화연구원 (김영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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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은 크게 비교적 세분화되어 있는데, 대강 이렇습니다. 

작가론 : 혀영만 작가님을 옆에서 지켜본 시선 정도.
계보론 : 한국만화의 역사와 그 속의 허영만 만화가. 이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만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 뒤엉켜 있는 우리나라 만화가들이 정리되었다고나 할까요?
인터뷰 : 허영만 작가님과 사모님에 대한 인터뷰. 신변잡기적일 수 있지만 그래서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허영만 작가님과 아버님에 대한 얘기가 와닿더군요. 
대담 ( 좌담 ) : 허영만 화실에서 배출된 만화가들이 본 허영만 작가에 대한 시선이 모아져있습니다. 책 전체를 흝어봤을 때 후배를 양성하시는 노하우는 별로 없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존경하고 계시네요. "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면서 가장 먼저 극복하고 싶었던 스승 " 이라는 멘트가 인상깊게 남습니다. 최근 " 이끼 " 로 가치를 드높은 윤태호 만화가도 허영만 화실에서 성장하셨네요. 
작법론, 작품론 : 그냥 옛날 즐겨보던 허영만 만화들을 정리해 놓은 것 뿐이지만, 절로 눈이 아른거리더군요. 
리뷰 : 전체 작품들에 대한 개략적인 리뷰인데, 리뷰 치고도 너무 단촐했습니다. 
산업론 : 밭갈자는 얘기. 


| 허영만 만화창작 30주년 기념 헌정 평론집 |
이 책을 만화가 허영만과 그의 만화에 바칩니다. 
- 책 표지 중에서. 


한국만화문화연구원 관련자 분들이 참여하셨는데, 다른 분들은 모두 자신이 속한 만화사이트를 기록해두셨는데, 이분만은 개인적으로 운영하시는 듯 보여 올려봅니다. 

박석환 ( 한국만화문화연구원 2기 ) :  http://www.comicspam.com/ 

허영만 작가님께서 이 책에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지만, 인터뷰나 책 내용으로 볼 때는 별 말씀을 안하실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길에 충실하시고, 책임지는 프로의식과 만화의 재미를 추구하는데만 열중하시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 관여하시지 않는 스타일로 보입니다. 자식교육도 그런 스타일로 시키신 듯 보이는데, 꽤 잘 된 경우인 것 같습니다. 남의 가정일에 기웃거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문하생과 자식은 만화가로써 아버지로써 연관관계가 있어 보여 참고삼아 적어둡니다. 

전체적으로 허영만이라는 사람과 허영만이라는 만화가에 대해 짐작이 가능하게 할 많은 단초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만화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혹은 지금도 허영만 만화를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드릴 만한 헌정평론집(?)입니다. 바램이 있다면 만화가분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한 헌정평론 혹은 헌정만화가 나왔으면 할 뿐입니다. ^^;; 

덧붙이기 :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옛생각들이 있었습니다. " 무당거미 " 라는 권투만화인데,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주인공이 처음에는 엄청 뚱땡이였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엄청난 감량을 통해 호리호리하고 키가 크며, 카리스마 넘치는 복서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이 설정은 나중에 타짜 시리즈 중에 비슷하게 차용되는데, 타짜 주인공은 뒤주에 갇혔다가 나오니 외형적으로는 그냥 반쪽이가 되어 버렸지요. 당시 좀 서운했던 게 그 개고생을 했는데, 외모가 멋지지 않다니 하는 작은 실망이 있었습니다. ㅋㅋㅋ

무당거미에서도 주인공이 권투연습을 하는데, 스트레이트를 주무기로 삼았던 듯 합니다. 권투는 요즘 거의 보질 못해서 모르겠지만, 주먹을 날리는 방법에 따라 잽 ( 견제하듯 툭툭 건드리며 맞추는 펀치 ) , 훅 ( 위력을 크게 하기 위해 팔을 구부려 허리와 함께 스윙하듯 날리는 펀치 ) , 스트레이트 ( 좌우연타를 위해 양 팔을 번갈아 앞으로 쭉 뻗는 펀치 ) 으로 간단하게 분류해 볼 수 있는데, 무당거미에서 이 중 스트레이트를 무지하게 연마시켜 시합에 나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전진 스탭을 하며 상대방을 몰아넣는데, 팔을 뻗을 때 힘을 충분히 실으려면 턱을 쇄골 ( 혹은 명치 ) 쪽으로 바짝 붙이면서 양팔을 번갈아 쭉 뻗어야 합니다. ( 고개를 숙이고 때리라는 얘기죠. ) 에피소드들 중에서 무당거미의 적수 중 한명이 똑같이 스트레이트를 전문으로 잘 사용했는데, 체력과 의지가 무당거미한테 미치지 못해 턱을 들고 맙니다. 결국, 상대방의 펀치는 위력이 떨어지고, 올려버린 턱에 무당거미의 스트레이트를 제대로 맞아 지고 말죠. 당시 무당거미였는지, 상대선수였는지 모르겠지만, 턱을 들지 못하도록 장지갑을 턱에 괴고 스트레이트를 연습시키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무척 잡스럽게 길어졌는데, 정리하면 당시 허영만 만화를 보면서 너무 리얼한 느낌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장면이 있다는 것이지요. 평소에는 기억하는지조차 몰랐지만, 이런 책들을 읽으니 갑자기 눈 앞에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ㅎ 새삼 집에서 그 스트레이트 연습을 따라했던 것 같은 기억도 나네요.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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