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섣부른 마음에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제7의 봉인"을 본 뒤 아마도 다시는 그의 영화를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적이 있었다. 온갖 찬사들을 그냥 받아들이기도 싫었고, 스스로 되새김질을 해보자니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영화를 집요하게 헤짚어보는 일은 별로 하고싶지 않다. ^^;; 


기본적으로 영화는 즐기기 위한 매체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혹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명료한 주제와 장면들을 담고 있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문득 예술영화의 거장 중 한 명이라는 잉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를 찾게 된 건 이런 안락한 자세로 인해 최근 영화에 대한 흥미가 예전에 없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속으로 열광하면서 보던 블록버스터들이나 선정적인 광고카피들이 난무하는 영화들조차 습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영화는 초라해지고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슬럼프같다고 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편식하다가 입맛을 잃어버린 꼴이라 텁텁하고 까끌한 음식으로 자극해보려고 과감하게 다시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앞에 앉았다.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긴장해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싸구려 인터넷 용어인 "두뇌 풀가동" 상태로 엔딩까지 지켜봤다. 덕분에 값비싼 특수효과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들이 주지 못했던 화끈한 전두엽(!) 마사지를 받게 됐다. ^^;; 


영화관람 후 오래간만에 시간을 조금 더 들여 정보를 수집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 영화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훌륭한 예술영화들을 만들어서라기보다는 "영화"라는 장르가 예술의 한 종류임이 분명하다는 걸 증명했다는 데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는 확인했다. 


잉마르 베리만 이전까지는 "영화"가 예술의 한 형태라고 얘기하면 그건 하나의 "주장"에 가까웠으나, 그의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후, "영화"가 예술의 한 형태라는 게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라고 한다. 요즘 영화팬들에게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의아한 얘기지만(요즘은 고전영화하면 예술영화와 비슷하게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라고 본다.^^;;), 1895년에 영화가 만들어지고 1950년대까지 영화의 위상은 예술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견해가 더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격상은 잉마르 베리만 혼자서 이뤄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페르소나"를 보면 아마 공감할 것이다. ^^;; 







영화 "페르소나"에 관해서는 대개 난해하다고들 한다. 미국의 대중적인 영화평론가 로져 에버트는 "페르소나"가 아주 명료한 영화라고 했지만, "페르소나"는 곱씹을수록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이에 아주 공감한다. 로져 에버트는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단수라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힌트라고 했다.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1권 참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기억나겠지만, 영화 후반부에 두 주인공인 연극배우 보글러 부인(리브 울만)과 간호사 알마(비비 앤더슨)의 얼굴들이 반쪽씩 합쳐저 하나로 되는 장면이 있다. 잉마르 베리만은 두 여배우들의 못생긴 한 쪽 얼굴들을 이중인화해서 하나로 만들어 여배우들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당연히 그들은 서로의 얼굴이 이상하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잉그마르 베르이만의 "창작노트" 참고. 1998년)


이쯤에서 "페르소나"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하자면 원래 그리스어로 연극배우들이 쓰는 "가면"이나 "탈"같은 것들을 뜻했는데, 정신분석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이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 관계 속에서 본 모습과는 다른 행동이나 습성을 보이는 것에 대해 "페르소나"를 사용하고 있다고 표현함으로써 이런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영화분야에서는 영화감독들이 영화 속에 자신의 분신 역할을 하는 배우들을 자주 등장시킬 때 사용한다. 간혹 "페르소나"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는 얘기들도 있으나, 약간 왜곡된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 "페르소나"는 잉마르 베리만의 다른 영화들처럼 그가 기억하는 현실을 영화에 투사시켜 내면적인 치유나 극복을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먼저 잉마르 베리만이 직접 쓴 "잉그마르 베르이만의 창작노트"(시공사, 1998년)에 15쪽 분량(사진 포함)를 참고로 영화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정리해 본다. 


그가 "페르소나"를 만들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 성격의 문제 외에도 왕립극단 단장으로 역임하면서 예술적 창의성이 메말라가는 것을 느끼고, 다시금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해 무언가 내세우기를 좋아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려 순수했던 시절로 되돌아가 마음껏 자유를 느끼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페르소나"가 그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창작노트의 "페르소나" 챕터는 "나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작업하면서 오직 영화만이 발견할 수 있는 무언의 비밀에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라고 끝맺는다. 


영화 속에 커다란 비극들(예를 들면, 분신사건같은..)은 개인적인 형태의 예술이 사회적인 사건들로 인해 희미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이 토론에서 그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입장에 서 있다고 보여진다. 


보글러 부인은 실어증이 아니라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관객들이 잘 파악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요약하기 어렵게 적혀있어 이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 적어도 단순히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아니고, 영화 속 주요 사건 혹은 메시지로 추측되는 것들이 시간과 공간이 아닌 마음 속 혹은 정신세계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한다. 


알마 간호사가 보글러 부인이 깨진 유리병을 밟도록 놔두는 것은 보글러 부인이 정신과 의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감춰진 얘기를 적은 것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페르소나를 가진 알마 간호사가 스스로 얼마나 쉽게 간호사로써의 역할을 잊어버리고 행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금까지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 드러낸 부분을 살펴봤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로저 애버트의 의견처럼 분명한 부분들도 많다. 


영화 시작은 소년이 이불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끌어당기는 모습에서 이미 충분한 어머니의 사랑일지라도 끊임없이 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요구하려는 아기를 연상시킨다. 영화임을 암시하는 몇몇 장면들과 소년이 닿을 수 없는 어머니의 얼굴 사진을 향해 손을 움직이는 것 역시 평소 잉마르 베리만이 얘기했던 영화라는 "필요한 환상"에 대한 표현이다. 관객이 영원한 환상일 수도 있는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 그 안에 어머니의 얼굴이 들어있는 건 감독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암시한다. 그는 가족관계가 아주 좋지 못했다. 이후에 영화는 보글러 부인과 자식에 관한 어두운 갈등, 왜곡된 관계가 드러낼 뿐,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영화 초반과 맞무리는 부분으로 보여진다. 


도입부에서는 이런 분명함과 함께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상당히 파격적으로 들어가 있어 당혹스럽다. 무의식의 표현일 수도 있겠고, 어린 시절의 우울한 반영일수도 있을 것 같다. 이후에 등장하는 멋진 영화장면들에 비해 너무 돌출되어 관객을 긴장시킨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긴장타라고 윽박지르면서도 기분나쁘지 않게 하는 영화는 아주 드물다. 


간호사 알마가 보글러 부인의 편지를 전하러 가는 도중에 편지를 엿보는 장면에서는 빗방울 소리가 마치 주방의 씽크대에서 물새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보글러 부인에게 친근했던 알마의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듯한 느낌도 들고, 보글러 부인의 사생활이 새어나가는 듯한 느낌도 든다. 연이어 알마가 연못가에 서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제 알마가 서있는 곳은 마치 사진처럼 정지된 느낌이지만, 알마의 모습이 투영된 물의 모습에서는 상당한 흔들림이 동시에 보여진다. 간호사 알마로써의 페르소나는 최대한 변화가 없으려고 하지만, 인간 알마의 본질은 이미 어그러지고 있던 것이다. 이 장면 이후부터 보글러와 알마의 치열한 대립과 혼란, 환상적인 체험이 시작된다. 


간호사 알마로부터 시작되는 혼란은 이미지의 향연이자 끝을 알 수 없는 증폭으로 보여진다. 연극배우로써, 사회의 저명인사로써의 페르소나를 벗어던진 보글러 부인을 만남으로해서 왜 간호사 알마가 그토록 쉽게 실체를 드러내고, 가면과 실체 사이를 방황하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몇몇 장면에서는 서로의 페르소나를 원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김으로써 영화제목 "페르소나"에 대한 최대한의 혼란을 야기한다. 보글러 부인의 표정은 알마의 것과 대비되면서도 결국 다르지 않은 것임을 나타내는데,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보글러 부인이 끝내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은 굉장한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먼저 페르소나를 인지하고 벗어던진 보글러 부인의 얼굴과 뒤이어 보글러 부인과의 접촉을 통해 말끔한 페르소나 뒤편의 실체를 인지하게 되는 알마의 얼굴을 어두운 부분만 합침으로써 만들어낸 괴상한 얼굴은 어두운 실체간의 접촉으로 보여진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은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대개 잘생긴 한쪽 면으로 전체 얼굴을 간주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배우들의 얼굴들을 양 쪽으로 나눈 뒤 못생긴 쪽만 합쳐 하나의 얼굴(그렇다! 단수다!)을 만들었고, 이 사진을 보자마자 여배우들은 곧장 서로의 얼굴이 이상하게 보여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Ingmar Bergman's Persona (1966)


이때부터 본격적인 난해함이 시작된다.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보여지는 얼굴은 대개 좋게 보이는 쪽이라는 설정이라면 어두운 얼굴을 합친 것은 분명 실체가 결합된 모습이다. 그리고 괴상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페르소나" 역시 분명 밝은 이미지는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원래 계획에는 간호사 알마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과정에서 남자친구가 연기하듯 자신을 대하는 모습에 소름끼쳐 하는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페르소나는 어두운 실체를 담고 있는 만큼 깨지기 쉬운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더러워지기 쉬운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인가 아니면 실체의 어두운 깊이만큼이나 반대급부로 아름답게 보여지는 것인지에 대한 얘기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알마가 영화 초반 아주 조심성있게 환자를 생각하는 차분한 간호사로 등장해 영화 후반 얼마나 쉽게 반감과 분노에 휩싸이는지 떠올려 봤으면 싶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은 아주 개인적인 기억들에 깊이 접근함으로써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질들에 대한 성찰이 담긴 영화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페르소나"는 관계 속에서 가지게 되는 본질과 조금 다른 가면들이 실존한다는 걸 보여주면서 그 가면과 실체 사이의 반응을 담아냈다. 나의 실체, 나의 페르소나, 상대방의 실체, 상대방의 페르소나가 모두 인지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 모습을 감당할 수 있을까? 


[YES24] 페르소나(Pers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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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산 지킴이 " 로 알려지신 지율스님이 4대강 사업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훼손되는 자연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카메라에 담은 환경 다큐멘타리다. 맑고 고왔던 강물과 푸르렀던 산세들과 그 속에 사셨던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4대강 사업의 전후 모습을 비교한 후, 스님의 슬픔과 바램이 담긴 메시지들로 마무리된다. 주로 영주다목적댐과 내성천 주변을 보여주는데, 정권이 바뀐뒤로 다소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나머지 공사계획이 있고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개 다큐멘타리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합리적인 근거들을 바탕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사실을 던져줌으로써 관객들이 차분히 생각하고 받아드리도록 하는데 반해, " 모래가 흐르는 강 " 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스스로 잡아낸 자연의 모습들이 많은 것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출처 : DAUM



" 모래가 흐르는 강 " 은 비전문적인 솜씨로 만들어졌기에 관객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다. 심지어는 보기가 어지러울 때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자연을 이런 식으로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당위적인 주장과 하릴없이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연민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서툰 화면 속에서 우리는 서툴게 만들어지도록 방관하지는 않았나 돌아봐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실천을 핑계로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면 노력하는 이들에게 또다른 짐을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이 이미 사로를 칠대로 치고 서서히 묻혀져 간다고 해서 우리나라 산과 강에 깊이 남겨진 생채기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은 언젠가 스스로 치유하고 복구해내겠지만, 사람들의 몰이해가 계속되는 한 그 ' 언젠가 ' 는 기약없는 세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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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인 캐서린 비글로우의 신작 " 제로 다크 써티 ( Zero Dark Thirty ) " 를 아주 재밌고 흥미롭게 감상했다. 워낙 사전정보가 없었기에 더 그랬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있었던 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과 여자 주인공이 아랍 테러리스트를 10여년간 쫓는다는 스토리라인이 전부였다. 덕분에 영화를 더 긴장감있게 즐길 수 있었지만, 몇몇 관객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런 분들은 대개 이런 첩보물이 취향이 아닌데, 무책임한 영화광고나 알바성 평점에 속아 관람했거나 그냥 악의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영화감상 포인트를 받아들이지 못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기에 재밌게 본 사람으로써 어떤 점이 좋았는지 설명해 보려고 한다. ^^;; 장담하건데 별로 기대할 만한 설명은 아닐 것이다. ^^;;

일단 관람할 의사가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고전 명작 중 하나인 " 폭풍속으로 " ( 패트릭 스웨이지, 키아누 리브스 주연 ) 와 최근 아카데미 수상작인 " 허트로커 " 를 만든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 영화 속 사건과 내용이 사살이라고 미국 국방장관이 언급하는 바람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는 점, 광고처럼 액션이 많은 첩보물은 아니고 ( 후반에 액션이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서도.. IMDB 에 표시된 장르는 " drama, history(?), thriller " 다. 이게 어째서 한국에 오면 " 액션, 드라마 " 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이 역시 추적이 필요하다. ^^;; ) 상당히 현실 세계의 첩보상황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 10년간의 추적을 압축시켜 재구성했기에 전개가 매우 빨라 두뇌를 풀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

그래도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관객들의 취향을 볼 때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고, 전폭적인 홍보와 애호가들의 지지가 있다 하더라도 분명 몇몇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분들이나 본의아니게 속아서 보게 된 사람들의 분풀이로 인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 이후로는 영화의 내용이나 감상이 다분이 들어있으니 참고했으면 합니다. ^^;; )



출처 : DAUM 영화. 이하 모두..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여자 주인공 " 마야 " 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http://www.imdb.com/title/tt1790885/faq?ref_=tt_faq_1#.2.1.12
( Is Maya a real person? )

어줍잖은 영어실력으로 대강 감을 잡아본 바로는 " 마야 " ( 제시카 차스테인 분 ) 는 실존 인물이 아니고, 단지 모델인 된 실존 여성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어떤 여성이었지는 중요하지 않고, " 마야 " 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건 10 여년간 " 오사마 빈 라덴 " 을 쫓은 미국의 모습을 반영한 캐릭터이자 여성 감독의 분신같은 역할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의미있다고 본다.

오랜 기간동안 벌어졌던 여러 사건, 정치상황 등을 한 영화에 녹여낼 때, 그냥 별개의 사건처럼 다룰 수도 있지만 이처럼 가상 캐릭터를 통해 엮어낼 수도 있는데, 이때 장점은 역시 집중할 포인트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바로 미국과 여성 감독이 아닐까 싶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영화배우같다. ^^;;


여성 감독으로써의 중립적인 시선

" 제로 다크 써티 " 는 미국 등지에서 많은 논란이 됐었다고 한다. 미국방장관의 발언 외에도 영화 속 사건이나 내용들 때문으로 보여지는데, 사실 감독은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며,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고 스스로 판단했으면 하고 바랬다고 한다.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4765&videoId=40213&t__nil_VideoList=thumbnail

하지만, 완벽한 중립은 존재할 수 없기에 그녀의 얘기는 영화를 만들었던 자세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여성 영화인으로써 아랍세계와의 공존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미국의 한계에 대한 자화상 혹은 반성문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영화의 엔딩씬에서 거대한 비행기에 " 마야 " 가 지친 얼굴로 혼자 탑승하게 되자 조종사(?)가 이렇게 말한다.
" 이 큰 비행기를 혼자 타고 가시다니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신가 보군요 "
" 오사마 빈 라덴 " 이라는 궁극(?)의 아랍테러리스트를 잡았지만, 그녀는 동료조차 없이 혼자 귀국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주변국들이 여전히 미국을 강대국으로써 존중하지만, 과연 미국이 많은 돈을 들여 오랜 기간동안 집요하게 아랍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해 가며 얻은 건 무엇인가 싶다.

아마 이 여성감독은 이걸 미국에게 묻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랍지역을 찍을 때는 진짜 모래냄새(?)가 나는 듯 퍽퍽했다.



영화적 재미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전개와 현실적인 묘사

영화 초반은 검은 화면에 911 사건 당시를 묘사하는 소리로 시작된다. 잠깐이나마 머리 속으로 그와 관련된 생각을 하게될 때쯤 미국 CIA 요원의 고문 장면이 시작되고, 이 지역에 갓 배정된 여성 CIA 요원 " 마야 " 의 모습도 등장한다.
" When you lie to me, I hurts you "
솔직히 약간은 소름 돋았다. 이 대사를 얼마나 반복했는지는 몰라도 고문기술이라는 게 어떤 건지 실감나게 연기한 배우가 존경스럽다. 제이슨 클라크는 다른 영화에서도 이런 이미지로 등장한 적이 있다고 기억되는데, 어쨌거나 이번에는 제대로 어필했다.

이어지는 폭탄테러와 CIA 요원으로써의 " 마야 " 가 집요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개가 빨라지면서 쫓아가기가 버거워지는데, 대강의 이야기는 이렇다.

911테러 이후 미국 CIA 는 테러에 동조했다고 추정되는 인물들을 마구잡이로 찾아내 고문으로 관련 정보와 상위 테러리스트를 추적한다. 아랍 테러리스트들 역시 영국에서 버스 폭파 사건 등을 일으키며 반격을 시도하고, 미국 역시 욕을 쳐먹어가면서도 정보수집을 계속한다.

이즈음해서 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봤다는 사람은 많으나 어디서 볼 수 있다고 확답하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 인물은 빈 라덴의 가장 측근으로 추측됐고, 온갖 고문이나 회유로도 그 이상의 정보를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한 CIA 요원이 중요한 정보를 가져온다. 미국은 초반에 마구 잡아들였던 인물들 중에 꽤나 상위조직원이 한 명 있었다는 걸 찾아낸 것이다.

" 마야 " 는 수용소로 이 상위조직원을 찾아가 주목하고 있던 인물의 사진을 보여주고 아느냐고 묻자 그는 죽었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재밌는 첩보의 세계가 드러나는데, " 마야 " 는 이 정보를 근거로 더 " 오사마 빈 라덴 " 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이 상위조직원에게 한 질문이 별 의미없던 것이라면 그는 아낌없이 관련 정보를 알려줬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수용소 안에 있는 터라 미국이 알아도 상관없을 정보라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낌없이 제공해줬을 상황인데다 CIA 가 사진으로 가져왔다면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실존여부를 확인했을 거라 짐작하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대답은 할 수 없어 죽었다고 답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영화에서는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고, 글쓴이의 추측이다. ^^;; 마야는 상위조직원의 부정이 오히려 좋은 정보라고 얘기하는 정도다. 첩보세계에서 잘못된 정보를 추적하는 적군은 응원해 주고, 제대로 된 정보를 추적하는 적군은 꺾어주는 게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 )

화면 속에 문제의 건물들이 보인다.


이후로는 미국의 첩보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눈요기하는 시간이 계속되는데, 그 리얼리티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런 거 막 공개해도 되나 싶은데,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밥먹는 하는 전화도청이 실제로는 어떤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지 가감없이 보여준다. 차를 추적하기 위해 아랍인 아르바이트 노인들(?)을 고용하기도 하고, 온갖 황당한 방법들을 다 써본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근거를 눈물겹게 하나씩 마련한 후, 마침내 위성으로 아랍테러리스트가 있는 위치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너무 중요한 특이사항들이 많이 발견된다.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파악해 보니 남자가 2 명에 여자가 3 명인데, 아랍문화권에서는 반드시 여자 1명이 반드시 남편옆에 있어야 하기에 다른 남자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게다가 DNA 조차 수집할 수 없도록 모든 생활용품들을 분쇄해 버리는 통에 의혹만 증폭되어 간다.

아마 이 부분에서도 리얼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그냥 녹색의 흐린 화면, 몇 층짜리 건물은 그 안쪽이 투시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빨래터에는 아랍 남성들이 오지 않는다는 점, 빨래를 걷는 속도와 행동들을 오랫동안 관찰해서 동일한 여성인지 아닌지, 그 결과 여성이 모두 몇 명인지 파악해 내는 모습에서 미국의 첩보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첩보능력은 기본적으로 얼마나 집요한지도 드러내는 것 같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좀 갑갑한 스타일의 상관. 영화 중간에 짤림.


리얼한 첩보에는 언제나 정치와 꼴통 상관들이 있기 마련..

" 마야 " 는 이곳에 오사마 빈 라덴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CIA 본부를 방문해서 상황을 설명한다. 이런 상황은 몇 번 정도 등장하는데, 상관들은 언제나 정치에 신경쓰고 항상 결정적인 증거,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다그치기만 한다. 그 중 압권이 문제의 건물을 모형까지 만들어서 국장(?)에서 설명하는 장면이다.

오랜 기간 갖은 고생 끝에 필요한 정보가 모였다 싶어서 설명하려고 기다렸더니만, 국장이 와서 몇 마디 듣고 한다는 소리가 " 집 앞에 있는 나무에 몰래카메라 설치하면 안돼? " 라는 식의 대사였다. ( 정말 배꼽잡고 웃을 뻔했는데, 관객들이 조용해서 참느라 애 좀 먹었다. ^^;; 집 앞에 몰카 설치하면 끝날 일을 CIA 요원이 상관에 허락맡고 진행할 거라고 생각한건지.. ㅋㅋㅋ ) 뭐 나중에 제대로 된 이미지를 찾아주긴 하지만, 이런 역에 딱 어울리는 배우였다. 미드인 " 소프라노스 " 에 등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마야 " 가 확실하게 " 오사마 빈 라덴 " 이 있다고 지목한 건물을 발견하고도 거의 6개월 가까이를 관찰만 하다가 나중에서야 마지못해 윗선의 암묵적인 승인을 받아 스텔스 헬기를 타고 건물을 습격한다. 몇 십분간의 다큐멘타리급(?) 전투씬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사진은 멋있지만, 액션은 리얼..


제로 다크 써티 ( Zero Dark Thirty )

감독 인터뷰 영상에서도 보이듯이 "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을 지칭하는 군사용어 " 이고, 영화에서 일부로 00:30 분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 네이비씰 팀에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기도 한다는데, 상황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의 고요함이 주는 팽팽한 느낌을 암시하는 듯 한데, 영화 속 곳곳에서 이런 식의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떤 중요 첩보나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주인공이 이를 직면하는 직전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어떤 때는 초조해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진득이 버텨내기도 하는데, 작은 긴장감들의 연속들이 00:30 분에 시작된 작전이 끝나면서 모두 해소된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여겨지는 많은 요소들 중 하나다. ^^;;

또한 CIA 간부급에서도 이슬람교도가 나오는데, 솔직히 놀랬다. 우리는 뭔가 아직 많이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

미국기와 여주인공의 그림자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리얼리티, 편집, 연기력 같은 데서 도무지 흠잡을 수 없을 정도인데 한번만 보고 다 이해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영화가 열린 결말을 지향하는 식 - 관객이 알아서 판단하기를 원한다는 - 이어서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게 뻔히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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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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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아주 보기 드물게 한국영화 두 편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데, ( 어쩌면 최초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 그 중 하나인 류승완 감독의 " 베를린 " 을 관람했다.

개인적으로는 다분히 류승완 감독을 미국의 마이클 만 감독님과 비교해 보곤 하는데, 둘 다 완성도있는 마초냄새를 풍긴다는 데 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스타일의 완성도에 더 가깝지만서도.. ^^;;

영화 " 베를린 " 은 그동안 성룡의 " 프로젝트A " 를 최고의 영화로 꼽던 류승완 감독이 아마 처음으로 미국 스타일의 전문가 액션(?)을 취한 영화다. 멧 데이먼의 본씨리즈와 흡사한 면이 많은데, 제작여건을 고려해 보자면 결과물은 그에 못지 않다고 본다.

본씨리즈가 첩보원의 자아찾기와 액션을 병행했다면 류승완 감독의 " 베를린 " 은 한국식 액션영화의 성취도에 중점을 둔 게 좋아보인다. 무리하게 작품성을 끌어올리느니 확실하게 액션영화의 완성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보고, 그런 선택이 오히려 류승완 감독의 장기를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류승완 감독이 이런 고민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긴 하지만서도. ^^;;

베를린
감독 류승완 (2012 / 한국)
출연 하정우,한석규,류승범,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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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 스토리전개는 다음 액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과정이고, 영화의 메인테마와 메시지가 액션들의 스타일과 강도를 결정할 뿐이다. 그의 전작인 " 짝패 ", " 부당거래 " 와 간략하게 비교해 보자면, " 짝패 " 는 상당히 홍콩스타일의 고전무협 액션과 닮아 화려한 만찬식이다. 메인주제는 고향과 우정을 지키는 것이었다. " 부당거래 " 는 폭력성이 두드러지는 액션들이었는데, 현실에 찌들었던 주인공이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해 맞게 되는 종말을 그리고 있다. " 베를린 " 은 북한공작원의 생존과 삶의 의미를 그린 영화여서 그런지 액션들이 상당히 훈련된 동작들을 중심으로 효과적이면서도 처절했다.

아쉬운 몇 가지 점들은 장기를 살리면서 포기했던 스토리 때문에 이런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부분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첩보조직인 모사드나 아랍 테러리스트, 러시아 조직들 사이의 이해관계나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암투가 어떤 식인지 대강이라도 알고 가는 게 필요한 분들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답지않게(?)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당히 좋은데,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들까지도 합격점을 훨씬 넘어섰다. 개인적으로도 " 전지현 " 이라는 연예인이 최초로 " 연기 " 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 ( 참고로 " 엽기적인 그녀 " 를 제대로 본 적이 없고, " 도둑들 " 을 봤는데, 거기서는 딱 전지현스러운 캐릭터였다. ) 거슬리는 건 영화 후반에 연정희 ( 전지현 분 ) 가 총소리에 비명을 지르는 장면인데, 영화 내내 숙청까지 각오한 듯한 연정희가 위협적인 총소리 한방에 그런 비명을 지른다는 게 좀 어색해 보였다. 이건 연기력보다는 연출력 쪽이 아닐까 싶다. 영화 흐름상 연정희의 비명소리가 필요한 상황인 건 분명했는데, 그간 연정희의 모습은 외유내강형으로 티는 안내도 꿋꿋이 참는 캐릭터였다. 대개 이런 캐릭터는 총으로 위협해도 흠치 놀란 후에는 꾹 참는 얼굴을 보여줬다. ^^;;

한석규님은 정말 오래간만에 네임밸류에 맞게 대박을 친 영화에 출연한 게 아닐까 싶고, 류승완 감독의 동생 류승범은 연기변신에 나름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옥의 티라면 " 차일드44 " 란 소설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보여 표절 논란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소설이나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보지 않아 뭐라고 하기도 힘들고, 관심도 없다. ^^;; 한 두페이지 가량의 관련 기사를 봤는데, 이미 감정싸움으로 번진 모양인데다 영화의 결과물이 개인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보기 때문에 -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이정도 수준의 액션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은 후에나 확인해 볼 예정이다. 소설도 한번 읽어보긴 해야할 것 같다. ^^;;

덧붙이기 : 우리나라 영화관객들은 여전히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일테지만, 아쉬울 때가 많다. 평소 책을 좀 다양하게 읽고, 영화나 드라마들을 편식하지 않고 봤으면 싶다. 영화에서 스토리는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전부는 아닐진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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