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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했던 " 버킷리스트 " 라는 감동적인 영화가 있었다. " 버킷리스트 " 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말하는데, " 송포유 " 는 그 리스트에 오직 한가지 일만 적혀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악영화이기도 하고, 인생의 뒤안길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소박한 사람들의 코미디이기도 하면서  아버지와 아들 (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 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가족영화기도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큰 물결을 이루는 건 스스로 초라하다고 여기는 한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출처 : DAUM 영화 송 포 마리온이 원래 제목이다.



사별한 아내 (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 가 못 이룬 합창경연을 남편이 대신하는 노력을 비춰주는 그레이 로맨스영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영화광고에서와는 달리 남편에게 뒷일을 부탁하지 않는다. 아서 ( 테렌스 스탬프 분 ) 가 노래는 부르는 이유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이제 홀로서야 할 자신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눈여겨 볼 곳은 크게 세 곳인데, 마리온 ( 아서의 아내 ) 이 죽을 때와 생기발랄한 합창단의 여지휘자 ( 엘리자베스, 젬마 아터튼 분 ) 가 비오는 날 밤에 아서를 찾아오는 장면, 그리고 합창경연대회에서 아서가 독창(?)을 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무대뽀에 막되먹은 듯한 말투를 내뱉지만 실제 아서는 자격지심이 심하다.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게 아들과의 관계인데, 아들에게 지적질을 하는 이유는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지만 그럴 듯 하게 내세울 것이 없어 언제나 아내와 관련된 일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 그러면서도 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스스로 궁색하기 그지없다. 결국에는 아들마저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아서의 초라한 내면이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리온의 죽음이다. 마리온은 아서의 모든 것이었다. 한심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자신의 엉뚱한 모든 행동들에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 그들의 모습은 부부지만 어머니와 자식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아서는 언제나 내키지 않아하지만 항상 고분고분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마리온이 죽자, 아서는 한없이 추락해 버리고 만다. 아들을 다시는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고, 하루하루를 견딜 수 없어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엘리자베스 ( 합창단 지휘자 ) 를 찾아간다. 자신도 노래를 부를 줄 안다는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는 아서의 모습에서 엘리자베스는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게 되고, 그녀도 괴로운 일이 닥치게 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서를 찾게 된다.



오밤중에 젊은 처자가 비를 맞고 혼자 사는 남자 노인네에게 찾아오는 야릇한 상상을 하면 곤란하다. 이 장면은 아서에게는 아주 낯설지만 아서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을 지 모른다는 희망과 자신도 뭔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자신감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졸릴 눈을 억지로 떠받치며 엘리자베스의 푸념을 들어준 게 전부였지만, 이 작은 사건을 통해 둘은 아버지와 딸같은 친밀감이 형성된다. 그 뒤로 엘리자베스는 아서가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가도록 귀엽게(?) 부추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서는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다. 아내를 합창단에 바래다 준 뒤, 담배를 피운다는 핑계로 나와 몰래 창문을 열고 그들의 노래는 엿듣는 장면들은 바로 아서의 이런 소극적인 감성을 보여준다. 자격지심때문에 경직된 스스로의 모습이 자유롭고 순진한 합창단원들과 어울리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주눅들어 있는 아서에게 엘리자베스는 기꺼이 마리온이 맡았던 솔로의 역할을 맡긴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제 사라진 남편의 자리 대신 그동안 헛심만 썼던 아버지의 모습을 찾으려 하는 아서는 아들에게 마지막 초대장을 내민다. 마리온에게 칭찬받았던 아서의 목소리는 영화의 마지막을 훌륭하게 장식한다. 노래 제목은 " Lullabye - Goodnight, My Angel  " 인데, 테렌스 스탬프가 부른 버전으로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마리온에게 잘지내고 있다며 노래를 들려줬던 그날 밤 아서는 아들의 전화메시지를 들으며 평화롭게 잠이 든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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