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idge Over Troubled Water " 에 대한 괴소문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몇 계실 것이다. " 실버 " 가 은빛가루로 마약을 뜻한다는 둥의 해괴하고 진기했던 헛소문이지만, 당시에는 음악을 즐겨듣던 사람들에게 꽤 널리 알려졌었다.
이젠 잊혀진 이 뜬소문에 관한 근거가 될만한 얘기가 이 영화에 등장한다.
1970년대 남아국공화국은 인종차별정책과 억압적인 정권으로 인해 당시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과 이에 동조하는 백인들을 탄압하기 위해 각종 미디어들에 대한 엄격한 검열이 시행되었고, 라디오방송에서는 틀 수 없는 노래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비틀즈, 사이먼앤카펑클의 " Bridge Over Troubled Water " 그리고 로드리게즈였단다. 로드리게즈의 노래 가사 중에 " 실버 " 란 단어가 등장하는데, 전직 검열자의 얘기로는 이게 " 마약 " 을 뜻하기에 검열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라면 인터넷,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라 입소문으로 얘기가 퍼졌을 가능성이 높고, 그 와중에 얘기가 섞여 우리나라까지 흘러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남아공이나 해외와의 교류가 극히 제한적이었기에 끼리끼리 연락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추측이니 너무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
세월이 흘러 이런 전설적인 괴소문들을 기억에서조차 사라졌지만, 어느 날 막연히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그리운 시절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소개해 주고 싶다. 오래 전 남아공에서는 엘비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고,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수십년간 수백만장의 앨범이 팔려나갔지만, 정작 본인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던 어떤 가수와 팬들에 관한 얘기다. 남아공 정권에서조차 금지시켰던 노래들을 부른 로드리게즈 ( Sixto Rodriguez ) 가 바로 그 인물이다.
출처 : 네이버영화
그 흔한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 라는 멘트조차 없지만..
영화계에서는 대개 "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 라는 문구를 넣을 수 있으면 어느 정도는 광고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오프닝이나 엔딩에 넣어 감동을 더하거나 여운을 남기려 하는데 반해 " 서칭 포 슈가맨 " 은 그런 말이 없다. 다큐멘타리이기에 그런 홍보성 멘트를 넣을 수 없는 게 당연하고, 모두 사실을 근거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반 넘어서까지도 혹시 페이크 다큐멘타리 ( 허구를 실제처럼 찍어놓은 영화 혹은 영화인데 다큐멘타리 형식을 도입한 스타일 ) 가 아닐까 의심했다. 광고문구에 하도 " 놀라운 사실 " 이란 단어를 박아놔서 이미 짐작했던 설정이 " 놀라운 사실 " 일 줄은 미쳐 몰랐다. ㅡㅡ;; 이게 반전일 수도 있겠다. 광고 포스터는 보되, 등장인물 크레딧은 보지 말길 권한다. ^^;;
출처 : 네이버영화
캠코더에 찍혀진 그날의 기록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스토리가 너무 황당무계해서 믿기 힘들었다.
아무리 폐쇄적인 남아공이었다지만, 설마 1970대에 초판으로만 50만장을 팔았던 " 슈가맨 " 로드리게즈라는 가수가 미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가수였고, 그 사실을 몇십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공연 중에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레전더리(?)한 얘기는 또 어떤가? 반전이 되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실소가 머금어지면서 시큰둥한게 전부였다. 뭐 그런가부다 하는 정도(?).
출처 : 네이버 영화
하지만, 어떤 팬이 담은 구형 캠코더의 화질열악한 장면들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 그 노래를 따라 불렀던 사람들의 얼굴 표정들에서, 끊이지 않을 것 같은 함성에서 영화의 흐름이 파도처럼 거대해진다. ( 함성이 너무 커서 감동받기 전에 깜짝 놀랬다. ㅡㅡ;; )
아마 이런 스토리가 현실성 있다고 생각해서 소설에 넣는 작가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말도 안되는 사건이 삭막한 세상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사람과 시대에 대한 기억
괜찮은 작품들이 그렇듯 " 서치 포 슈가맨 " 역시 사람에 대한 추억과 지나간 시대를 떠올리고 음미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라틴계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흥행에 실패했을 것 같다는 음악 관계자의 막연한 추측이나 폐쇄적이었던 케이프타운에 뜬금없이 흘러들어온 한장의 앨범에서 자신들의 탈출구를 발견한 많은 남아공 국민들이나 지금은 떠올려보기도 힘든 사회의 한 모습이다.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얘기를 대놓고 하게 되면 3년은 그냥 감옥에서 보내야 되는 국민들이 있었고, 자신의 앨범이 해외에서 수백만장이나 팔렸어도 돈 한푼 받지 못했던 음악가가 있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수십년을 뛰어 넘어 마침내 인생의 행복과 의미를 찾게 되는 이야기다.
출처 : 네이버 영화
" I Wonder ", " Sugar man ", " Cold Fact " ..
다큐 속에서 " 로드리게즈 " 의 노래는 곧잘 " 밥 딜런 " 과 비교된다. 남아공에서는 우리나라의 민중가요 쯤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느낌이 좋은데다 독특한 면도 있다. 디지털 버전으로 관람해서인 것 같기도 하지만, 감독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다큐멘타리 내내 묻어있다.
다행이 인터넷에서 노래들을 찾을 수 있지만, 선감상(다큐멘타리) 후 듣으면 편하게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 " 원스 " 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말랑말랑한 사랑노래는 아니지만 제법 음악영화같은 느낌도 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
" I hope you're able to see this film.
You deserve to.
And yes, it exists because we need for it to. "
( 나도 한마디 하자면, 해석은 셀프.. ㅋㅋㅋ ^^;; )
출처 : DAUM 영화
" 서칭 포 슈가맨 " 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경력이 많은데, 대부분이 " Audience Award " 다. 그만큼 여러 지역에서 관객들이 좋아했다는 뜻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독립영화제인 썬댄스 영화제에서도 " Audience Award " 를 수상했다. ( 2012년 )
영화 후반부가 이 영화의 진짜 재미이자 감동의 도가니지만, 즐기실 분들이 꽤 계실듯 싶어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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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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