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 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슈퍼맨과 배트맨의 전형적인 등장씬에 관한 고찰이다.

미국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기교적인 면에서 높은 수준에 있다고 생각되는 게 바로 이런 전형적인 등장이다. 영화에서도 많은 정형화를 이뤘지만 슈퍼맨과 배트맨의 등장 부분도 흥미롭다. 물론 슈퍼맨과 배트맨이 항상 이렇게 등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많은 부분 이렇게 등장한다.


슈퍼맨의 등장

슈퍼맨은 누군가 위험에 처하고, 어디선가 위기가 닥쳐오면 항상 멀리서 날아온다. 위험이 발생한 장소와 슈퍼맨이 날기 시작하는 장소를 교차해서 보여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만나게 한다. 이는 희망이나 도움의 손길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존재하며, 언젠가는 자신에 다가올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극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그러면서 슈퍼 히어로가 어디엔가는 존재했으면 하는 바램을 키우게 하기도 한다.

슈퍼맨_맨오브스틸_포스터_2011.05.24

출처 : DAUM 영화 2012년에 슈퍼맨이 또 개봉하는 모양이다.




배트맨의 등장

음침한 도시, 어두운 골목에서 소리없이 사각지대에서 나타나는 사람에 대해 반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사람이 친구이거나 영웅이라면..?

배트맨은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유난히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닮아 있는 캐릭터다. 미국의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렇지만, 배트맨은 그 중에서도 독특하다.

슈퍼맨의 도시는 비교적 현실세계와 많이 닮아있어 슈퍼맨이라는 판타스틱한 존재가 불쑥 튀어나오기에는 좀 낯설다. 그래서 멀리서 날아오는지도 모르겠지만..

배트맨의 도시는 어디서 배트맨이 튀어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모양새다. 배트맨은 주로 침침한 골목이나 빌딩의 짙은 그림자 속에서 선악의 구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사라진다. 평범한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때, 느닷없이 등장해서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지만, 그에 비례한 안도감과 호감을 주고 떠난다. 이것 역시 극적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전형적인 등장씬을 미국 슈퍼히어로가 선점한 결과라고 본다. 아쉬울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캐릭터는 언제쯤 이런 착상들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한숨도 나온다.

배트맨_2011.05.24

출처 : DAUM 영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일지매가 매화를 놓고 사라지는 거나 홍길동이 구름을 타고 나오는 것도 좋지만, 미국의 슈퍼 히어로 물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원래 여백의 미와 여운을 즐기는 민족성을 잘 드러낸 결과일까? 내 질문은 세계적으로 먹힐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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