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만화를 읽기 시작했을 때를 기억해 보면 이현세, 황재, 하승남, 천제황, 고유성, 고행석, 김형배 같은 분들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 그때는 국민학교 라고 했지요. ) 를 들어가자 마자 만화가게를 도피처 삼아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기억에 한권을 한번 보는데 50 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 당시 로버트 태권 V 만화 한권을 한번 본 후, 다시 한번 더 보려다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나 억울했던지.. T T ) 


몇해전부터 고전 명작 만화를 복간하는 작업이 진행됐는데, 벼르다 마침내 " 각시탈 " 을 구입했습니다.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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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만화가께서 1976년부터 월간지 < 우등생 > 에 연재한 만화 < 각시탈 > 1회부터 7회까지를 묶어 한권의 책으로 나온 만화입니다.  꽤 장기연재 됐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좀 짧은 감이 있습니다. ㅡㅡ;; 그나마도 보존을 위한 원본이 없어 < 우등생 > 부록본을 정성들여 스캔해서 그럴 듯 하게 복원한 것이라네요. ㅎ 그럼에도 당시에는 한 회분량이 지금보다 많았는지 7 회분량인데도 책 한권이 될 정도입니다.   

그래도 좋은 건 허영만 작가님의 친필 " 작가의 말 " 이 있다는 것입니다. 직접 쓴 필체를 복사한 것입니다. 만화그리시는 분들은 글씨를 잘 쓸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ㅋㅋㅋ 전혀 읽혀지지 않는 네 글자가 있습니다. ㅡㅡ;; 한문인지.. ^^;; 

명언 한마디가 발견되네요.

" 욕심대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욕심없이 되는 일도 없다. " - 허영만. " 각시탈 " 작가의 말 중에서

착하고 담백해 보이시는 분에게서 이런 냉철한 경구를 가지고 계실 줄 미처 몰랐습니다. 역시 자신의 길을 헤쳐오신 분만이 보여주실 만한 경구입니다. ^^

만화 " 각시탈 " 의 감동은 여전했습니다. 본격 항일 만화이면서 주인공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봐도 스토리가 제법 탄탄합니다. 

각시탈
카테고리 만화 > 액션/무협만화
지은이 허영만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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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몰랐던 비화를 알게 됐는데, 각시탈이 연재 중단된 이유가 너무 엽기적이었다는 겁니다. 각시탈이 너무 인기가 많아 아류작들이 출몰하자 " 도서잡지 윤리위원회 " 라는 곳에서 탈을 쓰고 나오는 만화가 너무 많다며 허영만 작가님에게 그만 그리라고 했답니다. T T ( 뭐 이런.. ㅡㅡ;; )

허영만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당시에는 5월에 어린이회관 앞에 만화책을 쌓아두고 기름을 부어 불태우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제 어릴 적에도 만화는 핍박받던 애물단지였는데, 그 이전에는 더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보존용 만화 원판이 없어 출간된 간행물을 다시 스캔받아야 하는 게 당연할 수 밖에요. ㅡㅡ;; 

덕분에 " 쇠퉁소 " 라는 만화가 나온 계기도 알게 됐습니다. 어쩐지 너무 비슷한 분위기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각시탈의 무기가 쇠퉁소였던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잘 안쓰는 무기로 여기고 있었는데, 두 만화를 짬뽕시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ㅎ

만화 " 각시탈 " 은 대략 30 권 정도까지 그려졌다고 합니다. 모두 복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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