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300 " 과 " 배트맨 : 다크나이트 " 를 통해 그래픽노블 작가 프랭크 밀러는 이제 우리에게 크게 낯설지 않은 작가가 되었다. " 로닌 " 은 프랭크 밀러가 만화작가로써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하길래 구입했는데, 일단은 실망에 가깝다. 

그림체는 남성적이고 마지막 결전은 박진감이 넘친다는데, 당최 공감가지 않는다. 이런 그림체가 남성적이라는 건 서양식 시선이 아닌가 싶다. 평소 남성적인 그림체라면 " 해와 달 " , " 남자 이야기 " 의 권가야님이나 " 바람소리 " 의 이두호님, 백성민님, " 용비불패 " 의 문정후님 등의 스타일로 생각됐는데, 이건 왠 난해하고 시각적으로 오묘한 그림이 가득한 것을 남성적이라고 하니 눈뜬 장님이 된 기분이다. 박진감을 느끼기에는 컷이 너무 건너뛴다. 박진감은 대개 일본쪽 만화가 제대로 표현한다고 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작가분이 눈에 띄긴 하지만.. 

스토리 역시 예전이라면 괜찮았을 터지만, 요즘에는 식상한 면이 있다. 그래서 살펴보니 " 로닌 " 은 1983년부터 1984년까지 그려졌다고 한다. ㅡㅡ;; 한 28년 전쯤에 그려졌던 만화였던 것이다. 당시라면 그래픽 노블로써 괜찮았을 것 같아 " 일단 " 실망에 가깝다고 한 것이다. 

미리보기 : http://www.yes24.com/24/Viewer/Preview/3206761?pid=110913 

충성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무라이와 정체모를 악령체의 시간을 초월한 싸움을 그리고 있는데, 미국 그래픽 노블답게 그 안에 복잡한 설정과 여러 주제를 얽어매 표현했기에 한번 봐서는 알아채기 힘든 부분이 많다. 게다가 번역이 잘 된건지 잘 모를 정도로 낯선 표현들이 눈에 띄어 문맥을 잡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래서 " 일단 " 실망에 가깝다고 한 것이다. 

프랭크 밀러가 왜 고대 일본의 사무라이를 소재로 그렸는지도 모르겠거니와 대부분의 시대적 배경은 21세기 첨단 문물이 판치며 어두운 세상으로 묘사되는 것 역시 피상적으로만 다가온다. 사무라이의 복수가 꺼져가는 인간성에 대한 마지막 일갈로 비춰지긴 하는데 별 설득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적다는 의미일수도 있겠다. 

생물학적 컴퓨터나 인공지능, 스스로 성장하는 도시 등의 설정은 지금도 신선하긴 하지만, 그런 생각하는 도시의 고뇌가 잘 와닿지 않는다.  또한 팔다리가 없는 초능력 캐릭터 빌리의 어린 시절 기억은 미국 문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남성의 어떤 정체성에 관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 주제와의 연관성 역시 아직 가물가물하다. 

http://en.wikipedia.org/wiki/Ronin_(DC_Comics) 

많은 상을 탔다고 하는데, 위키피디아에서는 아직 흔적을 찾지 못했다. 유명한 상은 아닌가 보다. ㅋㅋㅋ

대강 정리해 보면 28년전 그래픽 노블 작품답게 난해하고 복잡한 설정이 얽혀있고, ( 19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이데올로기라는 게 판치고, 한때 테러의 전성시대라고 불리기도 했던 때다. ) 스토리, 드로잉, 색채를 전문가들이 조화를 이뤄 담당했기에 살펴볼 만한 만화적 기교 혹은 표현을 엿볼 수 있기는 하지만, 세월이 너무 흘러 버렸다는 아쉬움이 있다.

로닌(RONIN)
카테고리 만화 > 그래픽노블
지은이 프랭크 밀러 (시공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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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링 스톤 > ( 아마 잡지로 추측된다 ) 은 " 아름답고 야심차며, 풍요롭게 얽히고 설켜 있다 " 라고 했단다. 아름다운 건 도저히 모르겠고, 야심찼던 건 분명하다. 마무리가 잘 안되서 그렇지. 풍요롭게 얽히고 설킨 게 좋은 건 아니다. 귀족이나 지식인을 위한 그래픽 노블은 아니지 않은가?

덧붙이기 : 일본 애니메이션 " 흑총 " ( 쿠로즈카 ) 나 미국진출용 " 하이랜더 : 복수의 전사 " 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둘 다 세월을 건너 뛰어 징하게 싸우는 얘기들이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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