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완성도가 어찌 됐든, 영화감독의 열정이 어찌 됐든 "청춘유예"는 우리가 직시해야할 문제인 청년실업문제를 다루고 있다. 

평소 청년실업문제에 관한 생각은 단순한 편이다. 산업예비군으로써 경제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투입되어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 유지하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 및 관리를 해야하는 데, 현실은 완전 엉망이라는 점이다.

다큐멘터리 안에서는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 특유의 말투로 여러 가지 얘기와 구조적인 모순을 얘기하지만, 본격적인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이때문에 "청춘유예"가 사회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려고 하는 계몽영화인지, 현실이 어떻든 청년들은 도와주면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는 드라마를 보여주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단순히 "청년유니온" 홍보 영화인지 애매모호해 보인다는 점이다. 



글쓰는 이도 비정규직으로 생활하고 있어, 평소 사회적 이슈가 됐고, 심히 공감가는 사건들이 여럿 등장하니 다큐멘터리의 내용들을 관심있게 보게 됐지만, 세대노조라는 건 확실히 낯설다.

사회에 진출해 자리잡은 친구들, 일터에서 마주치는 중장년층들에게서 여전히 자주 듣는 말들이 요즘 세대들 버릇없다. 책임감없다. 일을 잘 못한다. 같은 것들이다. 지금에와서는 또래와 어르신들의 말에 공감하는 면도 많긴 하지만, 차마 뱉어내지 못하는 건 그들에게 일, 책임감을 제대로 배울 기회와 기본적인 여건이 공평하게 제공되지 못했다는 인정하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이 좋은 대안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대안은 아니었으면 한다. 생활연극도 좋아보이고, 어디 떨어져 있든 연락을 취한다는 모습도 보기 좋다. 다큐멘터리 덕분에 색안경을 벗을 수 있었다. ^^;;

추가로 좋은 노래 한 곡도.. 노래방에 있으려나? ㅋㅋㅋ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안창규 감독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으나, "청년유니온"을 찾게 됐고, 조금씩 알게 되고 다가가다 보니, 영화는 어느 덧 꿈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잃어버린 꿈을 되찾기 위해 꿈틀거리는 세대노조(?) "청년유니온"의 사람들을 담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2010년에 출범한 "청년유니온"의 홍보영화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여러 차례 상영해 왔다고 한다.

덕분에 청춘을 한참 지난 40대도 "뭔가 수상한 단체일 것 같다"는 오해를, "별 차이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이해로 바꾸게 되는 영화관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영화관람 후 감독과의 대화가 제법 진행됐는데, 허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영화도 훈훈했고, 대화도 유쾌했는데 도대체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 검색을 통해 메시지를 재구성해야만 했다. ^^;;

안창규 감독은 준아마추어 집단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우리나라 영화제작 환경에 관한 것과 "청춘유예"를 찍으면서 느꼈던 애로사항을 들려줬다. 그럼에도 뉘앙스는 영화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들면서도 재미있는지,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잊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다큐멘터리나 영화감독이나 서로 많이 닮아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글쓰는 이와는 아주 다르다. ^^;; 


안창규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처음 보지만, 이전 작품들도 몇 있고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할 의지를 보였으니 언젠가 그의 작품과 다시 마주칠 수 있다고 보기에 그의 인터뷰 영상을 담아봤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영화감독은 의도하지 않았던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고, 영화관람객은 의도하지 않았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청년들의 모습을 찍고자 했던 감독은 "청년유니온"의 사람들을 찍었고, "청년유니온"이라는 괴이한(?) 단체에 대해 알고자 했던 40대 관람객은 하나도 괴이하지 않은 청년들을 보게 됐다.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속에 방치됐지만, 그 덕분(?)에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모아 살아가게된 평범한 청춘들을 평범한 화면에 담고 있다. 

청춘유예_영화포스터

출처 : 인디포럼작가회의(?)


포스터에서는 감독의 원래 의도인 빛바랜 청춘들의 나열을 엿볼 수 있다. 포스터가 칙칙하고 오래된 느낌이어서 다큐멘터리 역시 약간은 우울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었다. 감독도 이런 식으로 생각했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만들어가다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바람에 우울해 보이지 않는 엔딩으로 편집해 영화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



오프닝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이쁜데 반해 구성이 너무 진부한 느낌이라 아쉬었다. 고리짝 시절부터 내려오는 "The Wall"이라는 영화의 명장면 판박이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ㅡㅡ;; 다큐멘터리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보이기는 한다. ^^;; 영화에서도 티저광고에 나왔던 노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노래는 아주 좋았다. "이 세상 어디있든지 너 행복해야돼"라는 노랫말을 자꾸 되뇌이게 된다. 



"청춘유예"에 나왔던 장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영상이다. ^^;; 꽤 많은 청년들들 줄줄이 소개한 후, "청년유니온" 활동을 열심히 하며 성취해 낸 것들을 보여준 뒤 엔딩에서도 그 유쾌한 청춘들의 계속된 모습을 짤만하게 일일이 모두 얘기해주고 있어 상당히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 ^^;; 


그동안 봐왔던 인디(?) 다큐멘터리들에 비해 내용도 많고, 화질도 좋고, 편집도 무난했는데 황당했던 건 역시 객관성을 지키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이 원래 의도와 달리 찍히는 집단에 들어가 버렸다는 점이다. 웬 개그인가 싶기도 하고,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면서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그 바람에 "청춘유예"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아리송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건 들려줘야 될 것 같다. ^^;;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좋았는데, 감독도 뭔가 3부작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다고 하고 다른 분도 입소문 좀 내거나 "청년유니온"에 가입하라는 노골적인 농담을 던지기도 해 영화 감상문도 3단 콤보로 써보려고 한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영화를 보고난 뒤 훈훈한 모습, 잊고 지내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돼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볼만한 동영상들을 발견했는데, 꽤 여러 개라 한 페이지에 올렸다가는 로딩 시간이 길어져 짜증이 날 것 같아 페이지를 나눈다.

재밌게 봐 놓고 리뷰는 쓰고 있는데, 중간중간 읽어보니 좋은 소리는 별로 없어 보이기에 욕을 덜 먹는 영화리뷰가 되려면 짜증날 요소는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존본능이 발동되고 있다. ^^;;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우리나라에서 느와르, 범죄 느와르 영화얘기를 하고자 하면 대개 "영웅본색"을 시작으로 하는 홍콩 갱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우리나라 정서에도 많이 와 닿고 성정기에 본 영화들이라 여전히 좋게 기억되지만, 그 이전에 프랑스에서 만발했던 낭만 갱스터, 느와르 필름은 잊혀지는 듯한 느낌이 있어 평소 아쉬워했는데, 오래 간만에 한 편 감상할 수 있었다. 

오래 전에 몇 편 가량 본 프랑스 갱영화에서는 주로 장 가뱅이나 그런 스타일의 배우가 주인공이었고, "시실리안"에서도 장 가뱅, 리노 벤츄라, 아랑 드롱이 주인공들이다. 프랑스 고전 영화들을 감상하는 남자들이라면 이렇게 정감가는 캐스팅도 별로 없을 것이다. ^^;; 2000년대를 훌쩍 넘어선 시점에서 이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사실상 이거 하나가 아닐까 싶다. ^^;;

설정상 어설픈 점은 곧잘 눈에 띄지만, 연기력이나 느와르 특유의 서스펜스는 여전히 즐길만 하다. 프로 의식이 가득한 대사들과 영리하면서도 쿨한 주인공들이 사소한 약점에서 무너지는 스토리는 뻔하면서도 애수를 자아낸다. 

아랑 드롱은 연기력도 괜찮았지만 미남으로 더 알려진 배우였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뿜어지기 시작한 얼굴의 카리스마가 이 영화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남자가 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얼굴이다. ㅡㅡ;; 

장 가뱅, 리노 벤츄라는 작은 탱크같은 느낌을 주는 스타일인데, 남성 중심의 갱영화에서 튼튼하게 버텨준다. 

EBS를 통해 본 것이라 담배피는 장면과 약간 선정적인 장면이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는 바람에 거슬리기는 했어도 장기간 흐뭇한 시간이었다. 

1987년 무렵에 나온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의 "시실리안"이라는 영화도 있는데, 이건 갱영화가 아니라 한 젊은이의 순수한 야망과 좌절을 그리고 있는데, 한글로는 제목이 똑같아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에서는 모두 고전영화일테니까.. ^^;; 

영화의 또 다른 특이요소는 찰리 채플린의 아들이 미국에서 조달된 갱일원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전혀 닮은 것 같지 않았다. ^^;; 제작진 크레딧에 떡하니 시드니 채플린이라고 올라온다. 앞부분에서 이름만 봤을 때는 여자인 줄 알았다. ㅡㅡ;;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어린 시절부터 갱스터 장르를 좋아하는 흔한 아저씨다. 갈수록 화려해지는 갱스터 필름들도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무게나 질감은 아직 옛날의 그것만 못한 것 같다. 가끔 빠르고 현란한 액션에 질린 듯한 기분이 들때면 오래 전 멋졌던 갱영화를 다시 보려고 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 

칼리토는 명작 갱스터 영화들의 대열에 합류해도 될만하다고 판단되지만, 아쉽게도 명작들이 너무 많아 잘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인지 흔한 케이블TV에서도 잘 접하지 못해 직접 찾는 것이 더 빠르다. 요즘은 공공도서관에서도 영상물을 잠시 빌려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상자료센터나 영상자료원 같은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

칼리토는 기억하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 십수년 전에 몇 번이나 봤음에도 감독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고, 스릴러 못지 않게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대사가 이렇게 묵직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장기인 스릴러, 서스펜스가 잘 작동하는 바람에 너무 가슴만 졸였던 탓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 대사의 의미들을 이해할 만큼 나이만 쳐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ㅡㅡ;;

알 파치노는 갱스터 영화를 정말 많이 찍었는데, "대부"에서는 이탈리아 마피아를, "스카페이스"에서는 쿠바에서 밀항한 성격파탄자 깡패역을, "칼리토"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성실한(?) 깡패를 연기했다. 예전에는 알 파치노가 갱역할만 주로 해서 로버트 드 니로에게 약간 밀린다고 생각했지만, 헐리웃 영화를 많이 보게 되니 발음이나 연기 스타일을 눈동냥해 다시금 감탄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여러 곳에서 잘 살펴보라고 안내하는 얘기들을 주워들은 덕분이기도 하다. ^^;; 

갱스터는 프랑스 갱영화 이후로 오랜만에 드라마적인 요소가 충분히 배어있는 영화다. 감옥에서 썩을 뻔 했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은 한 간부급 갱이 성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과거의 그림자들로부터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엔딩 부분을 예전에는 불운한 영웅의 최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조적으로 인정하는 담담함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갱스퍼 무비에서 주인공 갱이 어차피 그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벗어나지만 최후를 맞게 되는 설정은 이제 흔해 빠졌지만, 그 노력에 스스로 만족해 하는 뉘앙스를 비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 전 프랑스 영화에서나 가끔 봤던 것 같기는 하다. ^^;; 개인적으로는 헐리웃 영화에서 그렇게 안간 힘을 쓰던 갱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초라하게 죽어가는 게 무지하게 씁쓸했다. 심지어 주인공의 독백조차 스스로를 버리는 듯한 느낌일 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ㅡㅡ;;

주인공 칼리토만은 끝내 자신의 스타일인 우정과 신뢰를 지켰을 뿐 주변의 인물들은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배신한다는 게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한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많은 배신이 난무하는 영화도 정말 흔치 않다. 그 와중에도 꿋꿋한 주인공이 안쓰럽기만 하다. 

영화 초반 칼리토의 독백에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 그 결말을 잊게 할 정도의 연출력을 선보이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수작 중 하나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이미 "칼리토" 이전에 남미 계열의 갱스터가 주인공인 "스카페이스"를 연출했기에 이 작품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나중에 각본을 보고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대사빨이 있다고 추측해도 좋다. ^^;; 

"지 아이 제인"(G.I. Jane), "반지의 제왕"에서 엄격한 군인, 품위있는 용사로 열연한 비고 모텐슨의 비굴한 연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재미요소 중 하나다. 숀 펜은 자신의 영화에 투자할 돈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아주 열연을 펼쳤다. 정말 인간쓰레기 복사판이었다. 

재미있는 건 칼리토(알 파치노)가 자신을 배신한 클라인펠트(숀 펜)에게 응징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장면인데, 원작에 없는 부분이었고, 알 파치노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는 납득하고 멋진 장면이 됐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나중에 나온 명작 갱스터 중 하나인 "히트"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도시를 떠나기 전에 배신자를 처리하는 부분과 아주 비슷하다는 점이다. "히트"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함께 등장하는 명작 갱스터 영화 중 하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장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는데, 영화 초반 칼리토가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화장실에서 빈 총으로 허세를 떨며 도망치는 장면과 여자친구인 게일(페넬로네 앤 밀러)가 일하는 곳에 갑작스레 찾아가 서로 당황해하며 만나게 되는 장면, 그리고 게일의 아파트에서 문 틈으로 칼리토가 게일을 바라보며 갈구하는 장면이다. 문고리가 걸린 상태에서 영화음악 "You are so beautiful"이 흐르자마자 박차고 들어가는 칼리토의 모습에서 격하게 공감이 간다. 나이 40줄이 되면 알게 된다. ㅋㅋㅋ 뭐 이성적으로는 한심하게 보지만, 심정적으로 공감하는.. 뭔가 겉과 속이 다르면서도 전혀 낯설지 않은 정신적인 트위스터라고나 할까? ^^;; (뭔소린지는 스스로도 모름을 양해 바람!!)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