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 전 타계한 " 로저 에버트 " 가 스스로 선정한 위대한 영화들에 대한 리뷰모음이다. 영문판으로는 3권까지 나왔지만, 지금 번역된 것은 2권까지다. 한권당 대략 100 편 정도로 보이는데, 2003년에 나왔던 " 위대한 영화 " 1권은 90편이었다. 10편이 빠진 이유는 이 영화들이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보거나 구하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2권이 번역된 2006년에 때를 같이해서 10편이 마저 추가된 " 위대한 영화 " 1권이 재출간됐다. 아쉽게도 이 리뷰는 2003년판에 관한 것이다.

귀동냥으로 들은 영화 제목들이 3분의 2 정도 되고, 실제로 본 영화들은 20 ~ 30 편 정도에 불과하지만, 퓰리쳐상을 받았다는 로저 에버트의 글솜씨라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 저널리즘 분야에서 1975년에 수상했다고 한다.

출처 : YES24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를 모두 봤다면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 보지 못했더라도 리뷰들을 읽고 나면 몹시 보고싶은 갈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사실 이미 본 영화인데도 로저 에버트의 말에 혹해서 다시 살펴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 ( 이게 그런 영화였나 싶은 생각도 곧잘 든다. ) 그의 문장에는 확실히 힘이 느껴진다.

이런 설득력은 로저 에버트가 영화를 볼 때 쇼트 바이 쇼트 ( short by short ) 방식으로 분석하고, 반복해서 살펴보는 그의 노력, 열정 그리고 영화에 대한 사랑에 기반한다. 리뷰 곳곳에서도 밝혀두지만, 머리 속에 담아둔 영화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시 꺼내보면서 곱씹은 뒤에 정리되고, 평가된 것이 이 리뷰들이다.

책소개에는 로저 애버트가 비교적 쉬운 문장들로 핵심을 찌르는 서술을 했다고 하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다. 문장이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그의 의도나 표현을 머리 속으로 짚어가며 읽으려면 꽤나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게다가 아는 영화라면 로저 애버트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해 이것저것 잠시 따져 보기도 하지만, 곧바로 덮어두는 게 상책이었다. ^^;; 번역상의 문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뉘앙스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번역하는 게 쉬운 일이었다면 번역가라는 직업은 아주 하찮아졌을 것이다.

어줍잖게나마 영화리뷰를 블로그에 올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로저 애버트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야 수십번 다시 보고, 끊어보고 비교해가며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한번 듣고 싶었다. 압력이나 돈때문이라면 당연히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약속때문이라면 상당히 난감할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써는 상상해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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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했던 " 버킷리스트 " 라는 감동적인 영화가 있었다. " 버킷리스트 " 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말하는데, " 송포유 " 는 그 리스트에 오직 한가지 일만 적혀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악영화이기도 하고, 인생의 뒤안길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소박한 사람들의 코미디이기도 하면서  아버지와 아들 (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 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가족영화기도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큰 물결을 이루는 건 스스로 초라하다고 여기는 한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출처 : DAUM 영화 송 포 마리온이 원래 제목이다.



사별한 아내 (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 가 못 이룬 합창경연을 남편이 대신하는 노력을 비춰주는 그레이 로맨스영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영화광고에서와는 달리 남편에게 뒷일을 부탁하지 않는다. 아서 ( 테렌스 스탬프 분 ) 가 노래는 부르는 이유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이제 홀로서야 할 자신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눈여겨 볼 곳은 크게 세 곳인데, 마리온 ( 아서의 아내 ) 이 죽을 때와 생기발랄한 합창단의 여지휘자 ( 엘리자베스, 젬마 아터튼 분 ) 가 비오는 날 밤에 아서를 찾아오는 장면, 그리고 합창경연대회에서 아서가 독창(?)을 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무대뽀에 막되먹은 듯한 말투를 내뱉지만 실제 아서는 자격지심이 심하다.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게 아들과의 관계인데, 아들에게 지적질을 하는 이유는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지만 그럴 듯 하게 내세울 것이 없어 언제나 아내와 관련된 일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 그러면서도 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스스로 궁색하기 그지없다. 결국에는 아들마저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아서의 초라한 내면이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리온의 죽음이다. 마리온은 아서의 모든 것이었다. 한심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자신의 엉뚱한 모든 행동들에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 그들의 모습은 부부지만 어머니와 자식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아서는 언제나 내키지 않아하지만 항상 고분고분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마리온이 죽자, 아서는 한없이 추락해 버리고 만다. 아들을 다시는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고, 하루하루를 견딜 수 없어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엘리자베스 ( 합창단 지휘자 ) 를 찾아간다. 자신도 노래를 부를 줄 안다는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는 아서의 모습에서 엘리자베스는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게 되고, 그녀도 괴로운 일이 닥치게 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서를 찾게 된다.



오밤중에 젊은 처자가 비를 맞고 혼자 사는 남자 노인네에게 찾아오는 야릇한 상상을 하면 곤란하다. 이 장면은 아서에게는 아주 낯설지만 아서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을 지 모른다는 희망과 자신도 뭔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자신감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졸릴 눈을 억지로 떠받치며 엘리자베스의 푸념을 들어준 게 전부였지만, 이 작은 사건을 통해 둘은 아버지와 딸같은 친밀감이 형성된다. 그 뒤로 엘리자베스는 아서가 슬금슬금 앞으로 나아가도록 귀엽게(?) 부추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서는 노래부르기를 좋아했다. 아내를 합창단에 바래다 준 뒤, 담배를 피운다는 핑계로 나와 몰래 창문을 열고 그들의 노래는 엿듣는 장면들은 바로 아서의 이런 소극적인 감성을 보여준다. 자격지심때문에 경직된 스스로의 모습이 자유롭고 순진한 합창단원들과 어울리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주눅들어 있는 아서에게 엘리자베스는 기꺼이 마리온이 맡았던 솔로의 역할을 맡긴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제 사라진 남편의 자리 대신 그동안 헛심만 썼던 아버지의 모습을 찾으려 하는 아서는 아들에게 마지막 초대장을 내민다. 마리온에게 칭찬받았던 아서의 목소리는 영화의 마지막을 훌륭하게 장식한다. 노래 제목은 " Lullabye - Goodnight, My Angel  " 인데, 테렌스 스탬프가 부른 버전으로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마리온에게 잘지내고 있다며 노래를 들려줬던 그날 밤 아서는 아들의 전화메시지를 들으며 평화롭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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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쇼가쿠칸 사와 독점계약한 (주)북이십일에서 펴낸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의 후속작이다. 소개가 거의 가자마스리 경부의 추리수준이다. ㅋㅋㅋ 1편이나 2편이나 똑같은 패턴인데도 똑같이 웃긴다. 다른 점은 마지막에 로맨스가 아주 조금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고나 할까?

광고에는 더 치밀해진 트릭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더 허술해졌다. " 완벽한 알리바이를 원하십니까? " 편을 제외하고는  트릭에 대한 가게야마의 추리가 거의 점쟁이 수준이다. 추리소설이기에 당연히 맞는 얘기이긴 한데, 왠지 본격 추리소설에서 " 본격 " 이 빠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신 " 유머 " 내지는 " 코믹 " 이 충분히 들어가 있기에 읽을만 하지만.. ^^;;


출처 : 21세기북스.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편을 읽은 독자라면 믿고 읽어도 될만한 작품이다. 유머나 트릭이 여전히 봐줄만 한데다 전편에 이어 달팽이 고속도로 기어가는 수준의 속도로 진행되는 로맨스도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 만화적인 로맨스가 후속편을 더 나오게 할 주요 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 독자라면 호쇼 레이코, 가자마스리, 가게야마 ( 남자캐릭터들은 여태 이름조차 공개해 주지 않았다!! ) 의 삼각관계가 여형사의 마음 속에서 꽤 엎치락 뒤치락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전편에서는 일방적인 가게야마의 승리였기에 뻔해 보였다.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 의 표지와 아~~주 비슷한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 에서 뭔가 아쉬운 점이 발견됐다. ( 사실상 숫자 2 가 붙은 것과 색감이 조금 달라진 것 외에는 변한게 없다. ㅡㅡ;; ) 표지를 찬찬히 흝어보니 전편의 6 개 에피소드에 대한 암시가 담긴 게 바로 책표지였던 것이다.

장미꽃밭에서 죽은 시체나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악당이 사용했던 경기병의 칼, 와인 독주에 의해 죽은 시신 등을 암시하는 아이템들이 책표지에 등장하는데 모두 첫번째 작품의 것들이다. 그렇게 보자면 후속편의 표지에서도 6 개의 에피소드를 암시하는 아이템들을 넣어줬어야 하지 않나 싶다. 스케이트라든가 술병, 화분내지는 벽화라도 깔아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수수께끼풀이는저녁식사후에.2히가시가와도쿠야소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21세기북스, 2012년)
상세보기



출판업계 사정이 어려운 건 알지만, 그럴수록 독자들의 흥미가 더 집중될 수 있도록 머리를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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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모나 " 란 이름을 얼마만에 발견했는지 반가운 마음에 덥석 짚었다가 마지못해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종류를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 해태 시모나 꿀호떡 " 이다.

꿀이 들어간 호떡이 아니라 꿀맛을 내는 호떡시럽 ( 흑설탕,물엿,팥앙금 ( 팥,중국산 ) 등 ) 등이 들어갔다고 한다. 요즘 " 국화빵 ", " 싸만코 " 등이 땡겨서 골고루 맛본다고 골랐다가 입안에 혓바늘이 돋은 것 같다.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습관을 못 버리니 기록해 뒀다가 피해가야겠다. 맛이 없지는 않은데, 너무 달다.. ^^;;

https://www.facebook.com/HaitaiCo

http://www.ht.co.kr/

어떻게 해태가 도메인 하나는 좋은 것을 맡은 것 같다. 문제는 ht 만 가지고 해태를 연상할 사람이 몇인가 하는 점인데, 아마 회사가 어려우면 팔 수 있는 자산가치 때문에 저걸 구입한 게 아닐까 싶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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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제목이 참 유쾌하다싶어서 골랐는데, 제목처럼 따뜻하고 가벼운 유머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장르는 서스펜스 추리물 내지는 은행강도 범죄물이다.


가볍긴 하지만, 짜임새있으면서도 재밌는 일본소설들 중에서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작품들이 몇 있는데,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도 그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우선 초반에 비상식적인 설정을 배치한다. 소설 중반이후부터 등장했으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당할 법할 설정을 읽는 이의 머리 속이 아직 어수선한 초반에 배치해 두고, 그 뒤로는 자연스러운 요소 중에 하나로 인식하게 한다.

명랑한갱이지구를돌린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은행나무, 2007년)
상세보기



여기서는 거짓말을 100 퍼센트 밝혀 내는 능력이나 완벽하게 들어맞는 생체시계를 가진 싱글맘이 그런 요소다. 특히 생체시계는 거의 몇 분 뒤까지의 교통상황을 예측해내는 수준인데, 소설 안에 있어서 그냥 받아들일 뿐이지 이 부분만 들여다 본다면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 는 코믹 범죄물이 아니라 분명 초능력자 스릴러물이어야 한다. ^^;;

그 뒤에는 그런 설정에 밉지 않으면서도 아주 별종인 성격을 캐릭터에게 부여해 줌으로써 앞으로의 전개가 매우 복잡다단해질 수 있게 하고, 유쾌하면서도 낯선 유머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주인공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거짓말을 판별해내며 팀을 이끌고 있는 나루세는 자폐증 아들 ( 다다시 ) 이 있고, 그의 친구이자 말빨과 권투에 강한 교노는 부인 ( 쇼코 ) 과 함께 까페를 운영하면서도 커피를 정말 못 만든다. 천재적인 소매치기인 구온은 사람보다 동물에게 더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생체시계를 가진 유키코는 신이치라는 아들을 가진 싱글맘이다. 이런 식으로 적당히 온정을 살만한 요소들을 가지면서도 대개 굳세게(?) 명랑하다.

소설의 재미는 짜임새에 있는데, 초, 중반에 등장했던 사물이나 사건, 인물들이 후반부에 연결이나 반전의 역할로 드러난다. 복선이 치밀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치밀한 복선은 읽는 이가 잘 눈치채지 못하도록 끼워두는 것과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냥 짜임새 있는 정도라고 보여진다. 이 소설에서는 초반에 등장하는 복선들이 어째 대부분 눈에 밟힌다. ^^;;

간간이 사회나 인간에 대한 불만을 집적거리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따뜻하고 명랑한 인간미와 서로에 대한 신뢰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지극히 받아들이기 편한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들어찬 유머는 신선한 편이다.

기억할 만한 대사를 둘 정도 발견했는데, 하나는 " 서두르는 건 악마나 할 짓이지 " 이고, 다른 하나는 " 친구여, 나는 일생을 거짓말하며 살아왔다. 진실을 말하던 그 순간에도. " (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이라는 책에 나온다는 문장. 332쪽 ) 이다. 전자는 이사카 코타로가 쓴 말이니 책 분위기에 어울리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너무 무겁다. 그럼에도 두 문장은 기억에 남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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