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정직한정치교과서'에 해당하는 글 1건

1469년에 피렌체에서 태어난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44세인 1513년에 지은 " 군주론 ( II Principe ) " 은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다. 이번이 네다섯번째쯤 되는데, 서해클래식 것은 처음이고 비교적 괜찮게 나온 책이다. 어렵지 않게 씌였고, 삽화도 풍부하고, 시대상도 필요한 만큼은 서술되어 있으며, 간략하면서도 중요한 점은 다 나와있다.

혼란스런 중세에 살다가 " 체사레 보르자 " 를 직접 만나면서 새로운 군주의 모델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뿔뿔이 흩어진 이탈리아를 통일시켜줄 강력한 힘을 가진 군주가 탄생하길 염원하는 마음에서 " 군주론 " 을 집필했다고 한다. 근대 정치학의 시초가 됐다고 하는데, 지금도 우리나라는 근대 정치에 머물리 있는 듯 싶다. ( 현대 정치학의 시초는 뭔지 궁금하다. ^^;; )


군주론
카테고리 인문 > 철학 > 서양철학자 > 마키아벨리
지은이 니콜로 마키아벨리 (서해문집, 2005년)
상세보기


명작 고전은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른데 " 군주론 "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복잡한 정치관계와 인간에 대해 통찰력이 돋보였다. 그 느낌이 퇴색된 건 아니지만, 지금은 불편한 진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 가장 정직한 정치교과서 " 라는 부제는 " 군주론 " 의 부조리(?)한 결과들을 잘 보여준다.

목적이 정당하면  " 정직 " 을 희생시키는 것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이론을 아주 " 정직 " 하게 서술하고 있다. 마키아벨리 스스로 정직하게 서술하는 모습으로 볼 때, 자신은 군주가 아님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여지는 게 재미있다. 또한 군주를 위해 씌여졌음에도 결국 자신이 속한 군주에게 읽혀지지 않고 오히려 군주가 아닌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이 읽혀졌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개인적으로는 " 군주론 " 은 우리나라에서 20 대 후반에 접어드는 시점에 읽어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그 이전 나이대에는 이 책의 통찰력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과 사회에 대해 경험이 부족할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어설프게 이해해서 걸맞기 않게 행동하는 습관이나 사고방식이 생긴다면 한심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 군주 " 에게 힘을 주어 강력한 조국을 만들어주길 염원해 씌여졌지만, 이제는 " 군주 " 라는 혹은 이와 비슷한 지위에 있는 인물들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버렸다.


" 군주론 " 은 26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크게 보면 군주국의 종류, 군주가 가져야 할 자질과 취해야 할 행동, 신하들과 백성들과의 관계, 그밖에 군주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나눠진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설득력 있었던 건 역시 당시 이탈리아 반도의 현실을 그대로 자신의 주장에 예시로 열거했기 때문이다.

정치사상은 그 사상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으로 모르고서는 올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에 동의한다. " 군주론 " 은 중세 말기에 극도로 혼미했던 이탈리아 반도와 주변 정세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 시대의 반영을 떼어내서는 안된다고 본다. " 군주론 " 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뛰어난 성찰때문이지만, 그 성찰이 모든 시대를 통틀어 훌륭한 것은 아니다. " 군주론 " 은 그 성찰이 성공적으로 실현되었다면 역사가 얼마나 바뀌었을까 하는 설레이는 상상을 안겨줄 만한 작품이다.  

" 군주론 " 은 사회에 접어들어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이다. 군주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이런 지위에 있는 사람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때 읽어볼 필요가 있다. " 군주론 " 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 분명 지위에 걸맞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 군주론 " 을 읽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꽤 인정받을 만 할 것이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