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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때아닌 폭우로 인해 세상이 꾸리꾸리해 보였는데, 오늘 아침도 그 여파인지 을씨년스러운 창밖 풍경이었다. 

출근을 하러 아파트 입구로 나서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고양이 울음소리. 

동네 아주머니도 놀라신 듯 두리번 거리시는데, 아기 울음소리와 닮은 느낌에 아침에 들어도 소름이 돋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곳까지 걸어갔더니 이번엔 낯선 검은 까마귀 한마리가 떡 하니 길 한 가운데 있다. 

이 동네에 십년 넘게 살았지만 도로 한 가운데서 검은 까마귀를 본 건 처음이다.

이 괴생명체 역시 우중충한 날씨 탓에 약간 기괴한 느낌이 났는데, 나를 관찰하듯 몇 번 움직이며 갸우뚱 거리더니 날아가 버렸다. 

무시하고 가려는 순간, 까마귀가 있던 자리에 깔려 죽은 쥐새끼 한 마리가 보였다. 곧 외면했지만, 이미 마음 속에서는 불길한 기운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왠지 재수가 드럽게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재수만 없으면 다행이고, 집안이나 아는 사람에게 큰 사고나 나지 않을까 하는 기분나쁜 느낌이 하루 종일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행이 월요일이라 일이 바빠 열심히 땀흘리다 보니 어느 덧 퇴근시간이 다가왔고, 어디서도 나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운 좋게 먹을 복만 약간 생겼을 뿐.. ^^;; 

그러나, 집에 오는 길에 몇년만에 " 도나 기에 관심있게 생긴 얼굴 " 탓에 냅따 종종걸음치는 일이 발생했다. 제발 " 드릴 말씀 " 은 스스로 받으시기 바랍니다. ㅋㅋㅋ

저녁 10 시 무렵.. 드디어 대뇌 전두엽을 가르는 찌릿한 소식이 들려왔다. 아는 동생 녀석이 장가간단다. ㅡㅡ;;

축의금도 요새는 장난아닌 출혈인데.. 흠..

갑작스런 소식에 아침 나절 얘기를 들려준다는 걸 깜빡했다.

니 결혼소식 듣는 날 아침에 처절한 고양이 울음소리도 듣고, 무표정한 검은 까마귀도 봤고, 납작해진 쥐의 시체도 접했단다. 결혼축하해~ ㅋㅋㅋ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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