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다듬고 또 다듬어라 - 에드 멕베인 " 

언제부터 " 글쓰기 " 라는 것이 " 완전정복 " 이 가능한 분야가 되었는가?  
무슨 이유에서 " Snoopy's Guide to the Writing Life " 를 "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이란 제목으로 변환시킨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 스누피 " 가 나오기에 아동용 도서나 청소년용 참고서쯤으로 여겼던 것일까?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번역하신 분이 책 제목을 결정하진 않은 게 분명하다. 책을 읽었다면 그리고 약간이라도 글을 써본 경험이 있다면 저 제목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알고 있을테니까. 

우리나라 출판사들도 제목을 중요시 여기는 건 분명한데, 뭔가 방향이 잘못된 곳들이 종종 발견된다. 이 좋은 책에 이런 제목을 갖다 붙이다니.. ㅡㅡ;; 



거짓말도 공들여 만들어라 / 오클리 홀  

어설픈 수준이나마 직역을 해보자면 " 글쓰는 생활의 스누피식 안내서 " 이다. 작가 생활에 대한 스누피의 가이드, 혹은 스누피식 조언 정도도 무난하다고 본다. 이런 제목들을 딱딱하다고 느낀 건지 아니면 스누피식 혹은 스누피의 가이드 라는 게 독자들에게 잘 감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 완전정복 " 이라는 구태의연한 제목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책 팔겠다는 의도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제발 이렇게 노골적인 제목만은 피해줬으면 한다. 



악평을 두려워하지 마라 / 윌리엄 F. 버클리주니어 

시작부터 제목에 딴지를 걸어 미안했지만, 유치한 책 제목과 달리 내용은 중학교 이상이면 누구나 읽고 느끼는 바가 많을 좋은 책이다. " 피너츠 " 라는 제목의 유명한 미국만화의 주인공인 " 스누피 " 라는 개에게 여러 유명 작가들이 글쓰기에 관해 짧은 조언들을 보내준 것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문장이 너무 무겁지도 않고, 내용이 결코 가볍지도 않은 " 글쓰기 " 에 대한 아주아주(!) 적절한 책이다. 

어른들이 보자면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몇몇 작가들이 장난스레 적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어떤 이들은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내용은 별로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만화가 너무 삽입되어 있어 애들에게나 적합한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굴할 만큼 시사한 책이 결코 아니다. 비록 블로그에 " 글쓰기 " 를 하는 수준이지만, 정말 잘 써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때면 이 책을 보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문작가들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자기가 쓴 글에 짜증나고, 뭔가 제대로 풀어냈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공감하는 바가 클 것이다. 작가들의 조언에 붙여놓은 제목들이 정말 죽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제목만 있어도 충분한 책이 아닌가 싶다. 



새벽 세 시에 찾아오는 영감을 기다리지 마라 / 다니엘 스틸 
하루 중 글만 쓰는 시간을 만들어라 / 도미니크 던 
뭐가 됐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매일 써라 / 제리 프리드먼 

블로그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부족한 부분이 많아 읽었던 책들이 있다. 그 중 스티븐 킹의 " 유혹하는 글쓰기 " 와 이 책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 두 책은 작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쓴 책들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글쓰기를 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특히나 블로그를 잘 꾸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글쓰기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안절부절하며 불만만 쌓여간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 

두 책의 장점이라고 하면 어려운 얘기를 쉽게 푼다는 데 있다. 편하게 웃으며 읽게 되지만, 촌철살인의 문장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심지어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들 속에서도 발견된다. "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 아~ 제목은 정말 쓰기 싫다. ㅡㅡ;; ) 에서는 만화가 많아 더욱 좋다. ^^;; 

결론은 일단 글을 쓰고, 꾸준히 쓰고, 반복해서 쓰라는 뻔한 메시지임에도 읽는 동안 미소짓게 만드는 재주는 어디서 오는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오래 생각하고 마구 쏟아내라 / 허브 골드 
모든 글쓰기는 독학이다 / 수 그래프턴 
글쓰기를 사랑하라 / 제이콘라드 레빈슨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싶다. 글쓰기를 사랑해야 하고, 오래 생각해야 하고, 실제로 자신다운 글쓰기, 뭔가를 뛰어넘으려는 글쓰기는 결국 독학일 수밖에 없다. 누가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며, 아무도 도달한 적 없는 지점을 가려는 사람이 어떻게 경험자를 찾겠는가?

곧잘 잊고 살고, 남에게 기대길 좋아하고, 불안해 하는 스스로를 위해 기록해 둔다. ^^;; 



절름발이도 탭댄스를 출 수 있다 / 패니 플래그 
모든 사실은 당신이 사랑해야만 진실이 된다 / 데이비드 미컬리스 
일상 속에서 유머를 찾아라 / 프랜시스 위버 
몸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 엘리자베스 조지 
계속되는 폭풍우는 없다 / 레이 브래드베리 
주인공의 욕망을 간파하라 / 레어드 쾨니그  
경험을 넓히며 충분히 준비하라 / 줄리아 차일드 

블로거들을 위해 좋은 제목 몇 개를 추려봤다. 실제 내용은 작가들을 위한 것이지만 블로거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특히 나에게.. ^^;; 

각 제목에 따른 내용들은 길지 않다. 짧으면 2 ~ 3 쪽인데, 실제로는 2쪽이 A4 한장 분량 정도다. 경험담, 진심어린 충고 혹은 짖꿋은 비유가 섞인 충고들이다. 정말 멋진 충고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 주인공의 욕망 " 을 " 블로거의 욕망 " 으로 바꾸니 아주 재밌더라. 

스누피의글쓰기완전정복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지은이 몬티 슐츠 (한문화,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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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  "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 / 시드니 셀던 " 같은 황당한 제목은 유머러스한 해학을 담고 있는데, 이 책에서 졸지에 사기꾼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되버렸다. ( 축하해요~ 시드니셀던! ㅋㅋㅋ )
" 새벽 세 시에 찾아오는 영감을 기다리지 마라 / 다니엘 스틸 " 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 이렇게 하면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죄다 사기꾼 아니면 거짓말쟁이다. " 


덧붙이기 : 이 책은 " 피너츠 " 의 저자 찰스 M. 슐츠의 아들이자 작가인 몬티 슐츠가 참여했다. 부러운 아버지와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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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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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년에 피렌체에서 태어난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44세인 1513년에 지은 " 군주론 ( II Principe ) " 은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다. 이번이 네다섯번째쯤 되는데, 서해클래식 것은 처음이고 비교적 괜찮게 나온 책이다. 어렵지 않게 씌였고, 삽화도 풍부하고, 시대상도 필요한 만큼은 서술되어 있으며, 간략하면서도 중요한 점은 다 나와있다.

혼란스런 중세에 살다가 " 체사레 보르자 " 를 직접 만나면서 새로운 군주의 모델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뿔뿔이 흩어진 이탈리아를 통일시켜줄 강력한 힘을 가진 군주가 탄생하길 염원하는 마음에서 " 군주론 " 을 집필했다고 한다. 근대 정치학의 시초가 됐다고 하는데, 지금도 우리나라는 근대 정치에 머물리 있는 듯 싶다. ( 현대 정치학의 시초는 뭔지 궁금하다. ^^;; )


군주론
카테고리 인문 > 철학 > 서양철학자 > 마키아벨리
지은이 니콜로 마키아벨리 (서해문집,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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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고전은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른데 " 군주론 "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복잡한 정치관계와 인간에 대해 통찰력이 돋보였다. 그 느낌이 퇴색된 건 아니지만, 지금은 불편한 진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 가장 정직한 정치교과서 " 라는 부제는 " 군주론 " 의 부조리(?)한 결과들을 잘 보여준다.

목적이 정당하면  " 정직 " 을 희생시키는 것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이론을 아주 " 정직 " 하게 서술하고 있다. 마키아벨리 스스로 정직하게 서술하는 모습으로 볼 때, 자신은 군주가 아님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여지는 게 재미있다. 또한 군주를 위해 씌여졌음에도 결국 자신이 속한 군주에게 읽혀지지 않고 오히려 군주가 아닌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이 읽혀졌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개인적으로는 " 군주론 " 은 우리나라에서 20 대 후반에 접어드는 시점에 읽어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그 이전 나이대에는 이 책의 통찰력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과 사회에 대해 경험이 부족할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어설프게 이해해서 걸맞기 않게 행동하는 습관이나 사고방식이 생긴다면 한심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 군주 " 에게 힘을 주어 강력한 조국을 만들어주길 염원해 씌여졌지만, 이제는 " 군주 " 라는 혹은 이와 비슷한 지위에 있는 인물들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버렸다.


" 군주론 " 은 26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크게 보면 군주국의 종류, 군주가 가져야 할 자질과 취해야 할 행동, 신하들과 백성들과의 관계, 그밖에 군주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나눠진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설득력 있었던 건 역시 당시 이탈리아 반도의 현실을 그대로 자신의 주장에 예시로 열거했기 때문이다.

정치사상은 그 사상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으로 모르고서는 올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에 동의한다. " 군주론 " 은 중세 말기에 극도로 혼미했던 이탈리아 반도와 주변 정세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 시대의 반영을 떼어내서는 안된다고 본다. " 군주론 " 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뛰어난 성찰때문이지만, 그 성찰이 모든 시대를 통틀어 훌륭한 것은 아니다. " 군주론 " 은 그 성찰이 성공적으로 실현되었다면 역사가 얼마나 바뀌었을까 하는 설레이는 상상을 안겨줄 만한 작품이다.  

" 군주론 " 은 사회에 접어들어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이다. 군주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이런 지위에 있는 사람을 현실적으로 평가할 때 읽어볼 필요가 있다. " 군주론 " 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 분명 지위에 걸맞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 군주론 " 을 읽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꽤 인정받을 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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