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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영화 "친구"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곽경택 감독의 "친구2"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설령 장동건이 빠지고, 유오성이 한물갔다고 짐작하고, 김우빈이 아직 영화판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다. 영화 개봉후 이런저런 맥빠지는 얘기가 들려와도 마침 볼만한 영화가 없어 결국 한가한 극장 하나를 골라 고딩때부터 친구인 녀석과 같이 관람했다. 고딩때부터 친구인 녀석과 "친구2"를 본다고 별다른 감흥이 오는 일은 결코 없다. 왜 나는 여성인간과 극장에 오는 일이 없는가에 대한 고찰이 있을 뿐이다. 

그간 곽경택 감독님의 흐름을 조금은 변화시킬만큼의 재미는 있었지만, 전작인 "친구"에 비하면 아주 형편없었다. 스토리는 산만하고, 김우빈은 혼자 튀고, 정우성은 여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이없었던 건 은기(장동건 옆에 잠복해 있던 유오성의 오른팔 조폭)의 양아치화였다. "친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유오성과 장동건 옆에 있던 넘버2들이 얼마나 과묵하고 일처리가 확실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유오성이 은기를 처리하고 부산을 접수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해도 이런 모습때문에 "친구2"는 갱스터영화의 무게감이 사라졌다. 새롭게 주인공과 맞짱 뜰거라 예상된 캐릭터가 없어서 아쉬울 건 없지만,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캐릭터를 망가뜨린 건 실수라고 보여진다. 

영화 홍보할 때, 김우빈이 죽은 장동건의 아들로 등장한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길래 최성훈(김우빈 분)이 뭔가 복잡한 사고를 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별다른 긴장이나 반전의 요소가 되지는 못했다. 이런 건 원래 꼭꼭 숨겨뒀어야 했다. 

이준석(유오성 분)의 아버지 이철주(주진모 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시간대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그렇고, 최성훈의 죽은 친구 얘기까지 끼워넣는 것도 그렇고,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다가 너무 어수선해졌다. 이철주가 3번 정도 등장하는데, 낭만주먹의 시대에서 끝장을 보는 주먹의 시대로 넘어오는 걸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주고 있다. 이준석의 시대가 점점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신세대 그룹인 최성훈 쪽으로 가는 걸 암시한다고 본다. 그 반면 최성훈의 친구 얘기는 신세대 속에 들어있을 법한 구시대와의 공통분모를 짚어내려고 보이는데, 둘 다 수박 겉핥기식의 표현으로 보여진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엔딩에서 이준석의 한마디가 "친구2"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고 보여진다. 부하가 "어디로 모실까요?" 물어보자 "어디 내보고 반갑게 오라는 데가 있나?"(대강 이런 말투였고, 직접 들어보면 그 느낌을 알 것이다.)라는 한 마디에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많은 것이 묻어났다. 나이들어 개인택시 하나만 운전하면서 먹고 살아도 만족하다고 생각했던 준석은 이제 부산을 장악했지만, 몸과 마음이 머물곳 없는 신세가 됐다는 걸 느낀다. 감옥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왔으나 예전의 오른팔은 자신을 없애려 하고, 그나마 정을 주고 한식구처럼 살려했던 동생(?)은 자신이 죽인 친구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좋은 시절을 함께 했던 회장님(?)마저 떠난 준석의 모습에서 저물어가는 한 세대를 추억할 수는 있었다. 

결론은 뭐.. 이제 40대의 아저씨가 되고 보니 저런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는 것다. ^^;; 어디가도 반겨주는 이가 없는 때가 오고 몸에서 냄새도 많이 난다. 흠.. ㅡㅡ;;

이렇게 영화가 끝나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느닷없이 "special thanks to 장동건"이 나온다.

도대체 왜?

설마 자필로 "친구2" 성공하라는 편지를 써서 그런 것인가? 


"친구2" 만들 때 제작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김우빈이 장동건 아들 역을 맡을 때 연기지도를 해주거나 하는 등의 급이 아니면 굳이 엔딩크레딧에 이런 부분을 넣는 건 좀 오버다 싶은 느낌이다. 혹시라도 이런 부분에 넣고 싶었다면 스탭진들이 나온 다음에 넣어야 했던 것 아닌가 싶다. ^^;;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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