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책을 읽을 때마다 가끔 제목을 의아하게 느낄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원제는 " Superheroes and philosophy : Truth, Justice, and the Socratic Way " 이고,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 슈퍼영웅과 철학 : 진실, 정의 그리고 희생의 길 " 정도로 할 수 있겠다. 번역 제목의 내용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원제를 직역해야 더 의미가 잘 전달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철학 교수, 문화 전문가들이 " 슈퍼히어로 " 를 소재 삼아 서양 철학 사조를 접목시켜 기고한 칼럼들을 엮은 책이다. 저자들이 모두 권위있는 학식을 갖추고 있어 대강 분류해 보자면 " 슈퍼히어로를 읽는 미국의 시선 " 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만화팬들이 모두 학식이 높거나 권위가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냥 " 슈퍼히어로" 와 이를 분석해 보는 데 재미와 의미를 더해 줄 수 있는 " 철학 " 에 관한 얘기가 들어있을 뿐이다. 표지에 미국의 연상시키는 그림이 들어 있어 번역 제목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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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철학
권위있고 철학적인 사고를 갖춘 사람들이 슈퍼히어로 만화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철학적인 질문들을 주제로 17 개나 되는 기고를 했고, 주제별로 구분은 해 뒀어도 이놈의 철학이란 건 여전히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그나마 1부 " 슈퍼히어로의 이미지 " 편은 볼 만 하다. ( 조금은.. 아주 재밌다. ) 종교 얘기와 공리주의 얘기가 나오면서는 뭐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나 싶을 정도다.
철학이란 놈이 만화 문화에 들러붙어 대중성을 얻으려는 건지 아니면 하위문화로 취급되는 만화가 신분상승을 노리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만화 얘기를 다루면서 그림 하나 나오지 않는 책은 처음이다. 아마 만화 얘기 하기를 즐기는 사람도 쉽게 완독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한 몇 가지 재밌는 질문들과 철학자들의 주장이 들어있다.
답들은 읽은 이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자신이 없다. --;;
미국이 여전히 " 영웅주의 " 를 되살려 보려는 건지, 아니면 " 영웅주의 " 에 물들었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슈퍼히어로의 존재를 철학적인 의미와 결합시켜 현실적인 세계에 비춰보려 한다. 다양한 의견이 나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책을 덮고나면 슈퍼히어로가 정의로운 건 당연해 정도의 메시지만 남고, 그것이 미국의 슈퍼히어로라는 바탕 위에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슈퍼 히어로의 재미는 즐기지만 철학까지 받아안고 싶은 마음은 없다. 순순히 재미나 미국 슈퍼히어로물의 활력적인 요소로서 읽기에는 좀 지루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기에는 부잡스레 끼어든 것이 좀 있다. 그래도 접하기 힘든 미국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들이 있어 읽어볼 만 하다. 적어도 미국 만화가들의 노력과 만화팬들의 열정, 그리고 저변확대에 대한 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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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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