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로마'에 해당하는 글 2건






두 번째 브리탄니아 원정 ( 기원전 54년 )

이번에는 카이사르가 제대로 준비하고 영국 ( 브리탄니아 ) 으로 들어가 한바탕 점령전쟁을 벌인다. 영국해협을 건너가기 전에 언제나 그렇듯 갈리아족은 말썽을 일으키는 데 이번에는 유력한 부족장이었던 아이두이족의 둠노릭스였다. 땡깡부리며 도망다니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카이사르는 갈리아에 온 얼마되지 않은 시점부터는 대개 갈리아의 반란에 대비하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족에 대해서는 인질 겸 정보원 겸해서 부족장들이나 유력인사들을 군대와 함께 데리고 다녔다.

두번째 브리탄니아 원정에서 주된 상대는 캇시벨라우누스였다. 브리탄니아에서도 이번에는 제법 뭉쳐서 저항했지만, 야만족들의 치명적인 약점인 분열은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로마군은 또 새로운 형태의 전투경험을 쌓았다.

이번 장에서는 카이사르가 지리학적인 오류를 많이 범했기에 일분 연구자들은 이 부분이 가필(?)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단다.




사비누스의 부대가 에부로네스족에게 대패하다. ( 기원전 54년 )

" 이런 일은 대개 전투가 벌어지고 나서야 생각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

아마 갈리아원정기에서 마지막 대전투 ( 알레시아 공방전 ) 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입은 어이없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티투리우스 사비누스가 갈리아 부족장의 속임수에 넘어가 참모진과 주요 백인대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지를 벗어났다가 대부분의 병사를 잃고 자기도 죽게 된다.

여러 모로 ' 역시 바보는 혼자 죽지 않는구나 '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데, 적들이 습격하는 와중에도 지휘관급들은 방어진을 구축하거나 기지로 돌아가는 등의 필요한 행동들을 하는데, 사비누스는 이때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다가 갈리아 부족장에게 협상을 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만나러 갔다가 불쌍한 죽음을 맞이한다. 베테랑 지휘관들은 행군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이미 깨우치고 있었으나, 가장 우두머리인 사비누스만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정보는 중요하지만, 적이 자진해서 알려주는 정보의 경우에는 몇 번의 검증을 거친 후에 믿고 활용해야 한다. 게다가 사비누스는 지휘관으로써 정말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르는데, 바로 어떤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려는 자세였다. 그 바람에 참모진과 백인대장들이 마지못해 따라나섰다가 이 꼴을 당한 것이다.




네르비이족이 키케로의 월동 진지를 공격하다. ( 기원전 54년 )

좋은 군대란 한 부대의 실수가 다른 부대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점도 그 특징 중 하나다. 사비누스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갈리아 측은 똑같은 속임수를 퀸투스 키케로 ( 아마 유명한 정치가였던 키케로의 동생이거나 자식이었던 ) 에게도 구사했으나, 그는 로마인다운 방식으로 거절했다. 그 방식이란 무장한 적과는 타협하지 않는다인데, 협상은 적을 무찌른 후에 진행한다는 것과 함께 전쟁터에서는 아주 현실적인 구호가 아닐까 싶다.

이 계략이 실패하자 갈리아측은 로마군의 공병술을 곁눈질해 배운 실력으로 공성탑을 쌓고 포위공격을 감행한다. 키케로의 부대는 최선을 다해 버텨내는데, 이때 재밌는 백인대장 둘이 등장한다. 티투스 풀로와 루키우스 보레누스인데, 서로 용맹을 뽑내고 우의를 다진다. 이들이 재밌는 이유는 HBO 미니시리즈 드라마인 " 로마 ( Rome ) " 의 주인공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로마의 내전기 이후부터 카이사르의 후계자인 아우구스투스가 집권하기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두 캐릭터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등장했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데, 제법 웃기기까지 한다. 이 미드는 이 시대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훨씬 재밌다. ^^;;

우여곡절 끝에 이 소식을 듣게 된 카이사르는 숫적 열세를 속도와 유인술로 극복해 적들을 물리치고 아군을 구해낸다.




갈리아의 북부와 중부 지방에서 반란이 잇따르다 ( 기원전 54 ~ 53년 )

퀸투스 키케로는 약한 체력에도 현명한 판단력과 의지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사비누스가 저지른 실수와 갈리아 부족 특유의 자유로운 오해(?)로 인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위기가 고조된다. 로마군에서 유일하게 카이사르와 동급의 전투력을 지닌 라비에누스는 지휘관다운 처신을 하는데, 적들의 위협에 차분히 대처하다가 약한 틈을 타 적군의 대장만 집중적으로 노려 죽여버린다. 그러자 대개의 갈리아 부족들이 그러하듯 남은 병사들은 흩어져 버린다.




5권 두번째 반란에서도 로마군의 장기가 돋보이는데,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과 유능한 지휘관들이 이 정보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카이사르는 직접 가야할 일과 맡겨도 될 일에 대한 판단이 분명하고, 판단이 섰으면 주저없이 움직였다. 그의 믿음직한 부하들은 언제나 카이사르를 믿고 신뢰했으면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대개 스스로 파멸을 자초했다. 5권은 주로 로마군들의 위기들이었지만, 극복해 내는 모습들을 보고 배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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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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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에는 " I.CAESAR COMMENTARII DE BELLO GALLICO " 로 써있고, 안쪽 첫 페이지에는 " COMMENTARII DE BELLO GALLICO " 로 써 있는 것으로 보아 후자가 원래 책제목이고 전자는 제목 앞에 율리우스 카이사르 자신의 이름 (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Gaius Iulius Caesar. 카이사르는 코끼리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을 붙인 것으로 보여진다.

지은이의 설명에 따르면 ' commentarius ' 라는 건 좀 특이한 이름이라고 하는데, 지은이가 추측하기로는 공식적인 보고서와 역사서 집필을 위한 초고의 중간형태로 자신의 기술이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읽는이는 저 단어의 뜻도 모르고, 로마시대의 공식적인 보고서는 어떤 형태의 단어가 쓰이는지 모르고, 자유로운 역사서 집필인 경우에 쓰이는 단어도 모르니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에 이 책에 관한 설명이 나오긴 하는데, 지금으로썬 딱히 떠오르는 부분이 없다.

" 갈리아 원정기 " 는 천병희님의 책 외에 범우사에서 나온 " 갈리아 전기 " ( 박광순 옮김 ) 라는 번역본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를 읽은 직후여서 화려한 시오노 나나미의 글솜씨에 비해 너무 담백한 문체라 지루한 느낌이 있었으나, 이제 지리, 문화, 전투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천병희님의 번역본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혀지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 삼국지 ", " 초한지 ", " 수호지 " 등의 동양 고전들을 주로 읽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서양고전에 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막연한 호기로움에서 현실적인 역동성을 즐기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철딱서니 없는 정신상태는 여전하다. 이기는 편! 우리 편!! ㅋㅋㅋ

갈리아원정기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숲,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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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리아 원정기 " 는 로마가 낳은 유일한 천재라고도 불리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당시의 갈리아 지역 ( 오늘날의 프랑스 일부, 스페인, 포르투칼 등등의 지역 ) 과 브리타니아 ( 영국 ), 게르마니아 ( 독일 )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한 기록이다. 전 8 권 중 7권까지는 카이사르 본인이 썼으면 8권은 카이사르의 막료 (? 해방노예? ) 인 히르티우스가 작성했다고 한다.

기원전 58년 카이사르가 전직 집정관 ( 로마 공화정의 최고관리 ) 자격으로 갈리아 지역에 총독이 됨으로써 갈리아 원정이 시작됐으며, 9년동안 갈리아 지역을 완전정복하는데, 읽다보면 " 삼국지 " 에서 제갈량이 맹획을 7번 잡았다 7번 놓아주는 사건에 비교될 수 있을 것 같다. 적을 때는 2만여명, 많을 때는 4만여명의 중무장 보병들과 대개 몇 천 단위였던 기병 ( 기사계급 ) 들을 데리고, 끊임없는 전쟁을 치뤄내 갈리아 지역과 게르마니아에 로마식 평화를 정착한다.

카이사르는 정치가로써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장으로써도 이전의 명장들에 못지 않은 전략가였다. 카이사르 이전에 알려진 유능한 무장으로는 병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피로스,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인도까지 진출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로마의 악몽이었던 한니발과 그를 무찌른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등이 있었는데, 이들이 존경받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우고 따라할 만한 전형적인 전술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피로스를 보고 그 후대의 무장들은 전쟁터에서 병참기지를 세우기 시작했고, 알렉산드로스를 기억하면서는 기동력과 병력의 배치를 넓게 가져가면서 전투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알게 됐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이들보다 비슷한 시대이면서도 가장 늦게 등장한 인물인터라 앞사람들이 보여준 전술과 참고사례를 활용해 로마에 많은 승리를 안겨줬다.

이렇듯 로마의 희대의 명장이자 희대의 정치가였던 카이사르는 로마나 이탈리아의 입장에서는 존경할 만한 인물이지만, 오늘날의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는 그 시선이 다르다. 그렇지만, " 갈리아 원정기 " 를 통해 보자면 적어도 배울 점이 많은 인물인 건 분명하다. 자신의 전쟁기록이자 갈리아 지역에 대한 관찰기지만 실수도 분명히 드러내고, 상황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서술하려던 점이나 불필요하게 과장하지 않았던 점등은 동시대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 훨씬 고결해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로는 바람둥이였지만서도.. ^^;;

독일의 황제를 일컫던 카이저 ( Kaiser ) 나 러시아 황제를 가리키는 차르 ( tsar ) 의 호칭은 카이사르에게서 기원한다고 한다. ( 영화 " 유주얼 서스펙트 " 에 등장하는 악당의 이름이 " 카이저 소제 " 이기도 했다. ^^;; ) 이렇듯 강력한 군주나 힘을 가진 호칭을 카이사르에게서 유래하게 된데는 바로 갈리아 원정기에서 보여준 카이사르의 전쟁수행 능력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다시 말하지만, 카이사르는 되도록이면 사실을 중심으로 담담하게 기록하려 했기에 전쟁상황은 삼국지같지만, 그 자세한 내막은 삼국지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전쟁터에서 보여준 리더십이나 위기극복, 전략적 사고가 음미해 보면 아주 재밌다. 물론 머리에 뿔이 하나 달린 말같은 짐승을 봤다는 황당한 얘기도 있지만.. ^^;; ( 이걸 후대 사람들이 유니콘을 묘사한 게 아닐까 하고 떠들어 대기도 했다. ^^;; )

덧붙이기 : HBO 에서 방영했던 " 로마 " 라는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에서도 " 카이사르 " 가 등장하는데, 갈리아 전쟁을 끝내고, 로마의 내전도 다 마무리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후,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아우구스투스가 전제군주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진행되는데, 이 드라마를 이끄는 두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 갈리아 원정기 " 에서 따온 것이다.

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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