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SICAF ( 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 ) 에서 기획한 " SICAF COLLECTION " 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출판한 것이 " 한국 대표만화가 10인 작품집 " 입니다. 


이두호 / 꼬꼬댁

이 작품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컨텐츠입니다. 이두호님 작품 중에서는 " 바람소리 ", " 머털도사님 ", " 객주 ", " 임꺽정 " 을 아주 재밌게 즐겼는데, 오래간만에 " 꼬꼬댁 " 그 내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황토색 계열의 칼라 만화인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모든 대사들이 주옥같습니다. 소풍을 앞둔 초등학교 여학생의 시선으로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 있습니다. 제 어릴 적이라면 흔한 시골의 생활상 ( 아버지의 도벽은 제외 ) 을 정말 그대로 따뜻하게 종이에 옮겨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끝 에피소드인 " 뜨거운 돌 " 과 함께 이 두 작품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읽을만 하다고 보여집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만화판 " 소나기 " 를 보는 듯 한 기분입니다. ( 물론 소년, 소년 사이의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ㅎ ) 


강경옥 / Dreaming

여성풍(? 순정만화 ) 스타일의 그림체는 거의 보질 않아서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스토리 역시 이제는 흔하게 느껴지는 반전이었습니다. 그나마 구성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허영만 / 해탈이

허영만 님의 작품치고는(!) 좀 실망이었습니다.
 

양영순 / 동방에서 온 사람들

양영순님 작품은 어째 갈수록 뜬금없어지고 있고, 메시지가 뭘 말하는지 잘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그림체가 묵직해지는 것과 컷들이 진중해지는 것이 여전히 기대를 갖게 합니다. 


박재동 / 샤위나

시사만화가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이런 작품도 내시는군요. 이 에피소드의 반전도 이미 익숙한 패턴이라 복선이나 암시 단계에서 눈치를 채버렸지만, 만화의 표현에서 신선한 느낌을 주셨습니다. " 바시르와 왈츠를 " 이라는 만화책에서 만화의 크라이막스 부분에서 실제 사진들을 배치해 극적 효과를 더해 충격적이었는데, 이미 박재동님은 이때부터 그런 효과를 잘 활용하고 계셨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

이 작품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이빈 / I ♥ School

외국인 혼혈아 문제를 가볍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림체가 어린이 만화 스타일이어 효과가 제법 있습니다.


윤태호 / I'm

가끔 윤태호 작가와 양영순 작가의 스타일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뭔가 짜임새 있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김수정 / 개와 인간의 진실

둘리 이후 작품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간만에 정겨운 그림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게 답니다. ㅡㅡ;;


박희정 / Ember ( 엠버 )

노력하신 흔적은 보이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한편과 너무 비슷한 전개와 구성은 좀 부잡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백성민 / 뜨거운 돌

만화를 뚫고 나올 듯한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두호 님의 바람소리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훨씬 박력이 느껴집니다. 스토리가 박력적인 게 아니라 무게있으면서도 소걸음처럼 성큼성큼 진행되다 무지막지하게 마무리짓는데, 그림만으로도 여운을 남기실 수 있는 분으로 보입니다. 어디선가 낯익은 작가 이름인데, 당최 기억이 나질 않네요. ^^;; 

한국대표만화가10인작품집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만화/애니메이션
지은이 강경옥 외 (서울문화사, 2001년)
상세보기

선정위원 중 낯익은 이름이 한 두개 발견됐습니다. 박인하 ( 만화평론가 ) 님과 박성식 ( 만화 관련 자유기고가 ) 님이신데, 자주 보게 될 것 같아 기록해 둡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



로마시대의 명장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에 대한 전기(?)가 있길래 찾아봤는데, 전체적으로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한니발을 이기고 젊은 로마를 세계의 제국으로 키워낸 남자 " 라는 요점없고 장황한 부제를 간과한 게 실수다.

부제 자체가 잘못된 건 없다. 본명이 "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 인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는 고대의 명장인 카르타고의 " 한니발 " 과 맞서 싸워 이겨 전쟁을 종식시켰으며, 이 전쟁의 결과를 전략적, 외교적으로 훌륭하게 활용함으로써 로마가 제국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다.

문제는 시오노 나나미의 15권 중 3 권의 한니발 부분에 나오는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의 분량에도 못 미치는 내용이다. 원서가 1926에 나왔으면 당시로써는 상당히 혁신적인 내용이었을 수 있겠지만, - 사실 한니발에 비해 이상하게도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지금에 와서는 그 혁신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본다.

원저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부여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군사전문가였던 터라 역사 속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책에 비해 군사적인 시각에서 비교적 풍부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군사경제학, 병참학 등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으리 만무하기에 별로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삽화들이 로마시대를 표현하는 데 문제가 있다. 당시의 로마시대 사람들은 면도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제국 후기에는 다민족, 다인종 문화의 영향으로 수염을 기른 성인들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제국으로 나가기 전에는 그리스 쪽이 주로 수염을 기르고, 갈리아는 장발로, 로마는 면도를 자주 하는 것이 서로를 구분하는 특징 중에 하나였다. 게다가 책 내용은 젊은 시절의 젊고 명민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서술하면서도 표지에 등장하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병고에 힘들고 지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니발은 로마로 넘어온 이후 한쪽 눈을 잃었음에도 노년에 독약을 먹는 장면을 그린 삽화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꼭 등장해야 할 역사적인 상황, 로마민족의 특징, 그리고 한니발과 카토 - 역사적으로 대(大)카토라고 불린다. - 에 대한 자료들이 부족하다. 시오노 나나미의 " 로마인 이야기 ",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 사생활의 역사 " 등을 읽어봐야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로마의 원로원과 카토는 단순히 "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 에 대한 질투만으로 그를 배신한 것이 아니다. 배경을 알아도 짜증나는 원로원과 카토지만, 그 배경에는 당시 로마에 내려오는 왕권에 대한 거부반응 ( 특출한 인물에 종속되지 않는 공화정의 강화 ), 실질강건을 중요하게 여겼던 로마의 풍습에 반해 밀려들기 시작하는 그리스 문명들에 대한 경계, 그리고 가부장으로 대표되는 로마의 계급체계를 흔드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인류애로 인해 원로원과 카토는 그를 적대시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그가 구국의 영웅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생각에서는 로마가 지속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저자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대해 얼마나 매력을 느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고, 심정적으로도 많이 공감하지만,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 너무 치우친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의 평가대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를 평가해도 크게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주변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객관성을 잃었다고 보여진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정말 엄친아였다. 뛰어난 재능, 불굴의 의지, 인간에 대한 존중, 여성에 대한 애정 등등 인간으로써 가져야 할 좋은 미덕을 다 갖추고 있었고, 그의 업적으로 인해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말년에는 로마의 배신으로 인해 씁쓸했다.

스키피오가 한 말이다.

" 한니발, 당신은 어떻게 승리하는지는 정말 잘 압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이용하는지는 모릅니다. "

스키피오는 자신의 승리를 인간애를 위해 이용했지만, 자신을 위해 이용할 줄은 몰랐다. 그가 카이사르나 술라처럼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현실적이었다면 로마의 배신을 맛보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 로마가 나의 뼈 한조각까지도 가지지 못하게 하라 " 라는 처절한 외침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덧붙이기 : 역사상 다시 없을 명장들의 멋진 대결인 " 자마 전투 " 를 정리해 보고 싶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