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 꿈의 숲'에 해당하는 글 1건





지난 월요일에 3살박이 조카 녀석과 북서울 꿈의 숲에 놀러갔는데, 사슴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보기로 했다.

유모차를 끌고 갔는 바람에 후문에서부터 정문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만 했다. ( 중간에 계단으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몇 개 있다. )

원래부터 사슴들이 있었다는데, 구제역으로 인해 오래 가둬뒀더니 마리수가 대폭 늘어났다는 소문이 있었다. 가보니 정말 예상보다 많은 건강한(?) 사슴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의 동네에서 사슴을 볼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행운이다.

뿔 달린 사슴, 뿔 안 달린 사슴, 뿔이 하나만(?) 달린 사슴.. 이런 사슴을 보면 언제나 누군가 이런 농담을 한다. 누가 하나 짤라가서 녹용해먹었다고..

얇은 철조망으로 사람의 침입을 막아두긴 했지만, 거의 형식적으로 보여지는 수준이었다. 다 큰 사슴들은 물가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어린 사슴들은 아이들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몰려 있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서 가봤더니 몇몇 할머니들은 비닐봉지에서 길다란 풀줄기들을 사슴들에게 주고 있었고, 아이들은 자기들 손보다 조금 큰 풀들을 뜯어와 먹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쓰다듬어도 별다른 어색함을 보이지 않는 어린 사슴들이 꽤나 귀여워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모습을 본 조카 녀석은 자기도 하겠다고 아주 기를 쓰고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버렸다. ㅡㅡ;;

사슴을 쓰다듬는 것 까지는 됐는데, 자기만 풀이 없자 나보고 풀을 뜯자며 돌아 나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초등생 쯤 되보이는 아이들이 주변의 풀들을 그냥 잡아 뜯고 있었다. 저걸 먹나보다. +.+

저게 소화가 될까 하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별 탈이 없으니 먹겠지하는 자기위안적인 추측으로 풀을 몇 개 뜯어줬다. 조카녀석도 신나게 먹이고 다시 돌아왔다. 또 뜯어달란다. ㅡㅡ;; 눈빛을 보니 아예 이 산을 뒤집어 엎을 기세였다.

겨우 몇 번을 반복한 후 집으로 데려오는 데, 어찌나 울어대던지 도루 올라가서 두 세번 더 풀을 뜯어줄 수 밖에 없었다.

돈을 모아 개를 사주고 싶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고민을 좀 심각하게 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