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시오노 나나미의 " 십자군 이야기 " 와 계속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시오노 나나미가 서방의 입장에서 십자군 전쟁을 바라봤다면 이 책은 다분히 동방 ( 오리엔탈 ) 의 입장을 많이 피력하고 있다. " 안나 콤네나 " 라는 비잔틴 제국의 공주가 남긴 역사서 " 알렉시아스 " 등과 그리스의 역사서들을 비슷한 무게로 다루고 있어 시오노 나나미의 시선과 사뭇 다른 면이 많다. 흠이라면 상대적으로 열세인 이슬람쪽 얘기들이고, 만담의 틀 속에 있는 역사이야기라 거시적인 면에서 좀 밀리는 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십자군 전쟁사 전체를 보면서 주요 사건들을 나열했다면 이 책은 어떤 사건들이든 민중이 겪으면서 느껴야 했던 것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정사보다는 야사처럼 느끼지기도 한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2권은 예루살렘이 십자군의 지배하에 놓이게 될 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군중십자군의 행동들을 사소한 문제로 다뤘지만, 이 책은 군중십자군의 만행과 혼돈을 관습적인 서양 중심 사고방식에 젖은 역사적 악행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마도 돌아온 악몽이라 함은 이런 군중십자군이 동방지역까지 와서 흐지부지 사라졌다가 서방의 기사, 귀족, 종교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시 난입하여 예루살렘까지 확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당시 시대상황이 어땠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역사적 악몽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대포장한 느낌이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하고, 참담했던 역사적 사건들은 굳이 십자군 얘기가 아니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권과 비슷한 양상, 시선으로 전개되서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만화가 박재동님의 " 추천의 글 " 에서 약간 실망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의 힘을 느낄만한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는데, 당시에 고등학생이었다고 하는 아들에게도 권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칭찬하고 있다. 

박재동님이 절대권력이나 억압적인 기득권층에 대해 반감이나 올바른 사회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이해는 하지만 아무래도 영향력있는 분들은 다소 객관적이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 굳이 예를 들자면, " 서양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감춰졌던 동양의 시선을 드러낸 십자군 전쟁에 관한 역사 만담이니 독자가 역사 속에서 뭔가 찾고자 한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 정도로.. 

저자인 김태권 씨는 우리 스스로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기 위해 이 책을 그렸고,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동방 ( 오리엔탈 ) 과 서방 ( 옥시덴탈 ) 의 책을 능력이 닿는대로 읽었다고 한다. 스스로도 " 중동 " 과 동로마의 시각이 우리에게 너무 낯설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거기에 과거 역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모습까지 빗대어 만화화하니 낯설어도 너무 낯설다. 개인적으로 공정한 시각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 기존 역사가들이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들춰내고 있기에 독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지금 보니 내가 읽은 책은 " 길찾기 " 에서 나온 것으로 절판되었고, " 비아북 " 에서 새롭게 해석이 첨부되어 재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권의십자군이야기.2:1차십자군과보에몽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김태권 (비아북,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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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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