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에서 영화화됐고, 스웨덴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 끌려 읽게 됐는데, 아주 재밌고 추천할 만한 스릴러 소설이었다. A5 크기의 400 여쪽 두 권 분량인데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주인공이 성공(?)한 바람둥이 인텔리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 스티그 라르손 " 이라는 작가는 평생 일상의 폭력에 대해 투쟁해 온 강직한 언론인이었다는데, 아쉽게도 밀레니엄 3부까지만 쓰고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은 1부이고, 원래는 10부작으로 구상되었다고 한다. 2부는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 , 3부는 " 벌집을 발로 찬 소녀 " 다. ) 

여자를증오한남자들.1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스티그 라르손 (뿔,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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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건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사연이 나와있다는 점이다. 반파시스트로 활동하면서 반대파의 암살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렸기에 " 에바 가브리엘손 " 이라는 여성과 32 년간 사실혼 관계만 유지한 채 살아오다가 40 대 후반 노후 보장 차원에서 장편 추리소설을 쓰게 됐다고 한다. 이 여성은 저자의 사후 스페인 사법총평회의에서 수여하는 ' 성폭력반대상 ' 을 대신 받기도 했다. 

지은이의 약력에서도 보듯이 소설은 다분히 여성옹호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전체 스토리는 남자 주인공인 미카엘이 이끌고 있지만, 실제적인 해결사 역할은 여자 주인공인 리스베트가 맡고 있다. 2부와 3부에서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판매부수와 저자의 수입으로 추측해 보면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도 꽤 많은 인기를 얻은 것이 분명한데, 아마 뚜렷한 주제의식과 고민, 그리고 통쾌하고 행복한 결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 전개도 흡입력있고, 스웨덴의 사회의식과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재밌다.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스웨덴 역시 엽기적인 사회문제들이나 일상의 폭력, 성폭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은 아니었다. 그런 문제들에 꿋꿋이 대처해 가는 이들이 있기에 성숙한 사회가 된 것 같다. 


( 1권 ) 프롤로그 - 11월 1일 금요일 
 

1. 인센티브 - 12월 20일부터 1월 3일까지 
스웨덴 여성의 18 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2. 결과의 분석 - 1월 3일부터 3월 17일까지 
스웨덴 여성 중 46 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잇다. 


( 2권 ) 

3. 합병 - 5월 16일부터 7월 11일까지 
스웨덴 여성 중 13 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4. 적대적 인수 - 7월 11일부터 11월 27일까지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 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에필로그 - 결산: 11월 27일 목요일부터 12월 30일 화요일까지 



크게 4 개의 단락과 그 아래 소단락으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기간을 제목으로 삼고 있다. ( 단락은 별도의 부제를 달고 있긴 하지만.. ) 1년남짓의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을 시간순으로 서술했는데, 왜 시간을 기준으로 단락을 정했는지는 의문이고, 궁금하지만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서스펜스와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재미와 더불어 스웨덴이라는 복지국가의 생활상, 문화를 어렴풋이 상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의 월수입, 집가격 등등을 실제로 연상해 보면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이 생소함을 느낄 수 있다. 왜 그 수입에 그 정도 벌금이 센건지, 기자의 수입으로 어떻게 집과 빌라를 유지할 수 있는지 완전히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스웨덴은 그런 식의 생활이 가능한 모양이다. 압권인 건 주인공 미카엘의 감옥생활이다. 이렇게 행복한 감옥생활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미국,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인듯.. 

낯선 스웨덴에 관한 간단한 설명들이 있길래 몇 개 기록해 둔다. 

세포 : 스웨덴 국가 안보 기관으로 대간첩 활동. 대테러 활동 등 특별 범죄를 담당하는 스웨덴의 특별 경찰이다. 



감라스탄 ( Gamla stan ) :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오래된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구시가지이다. 감라스탄의 중심은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인데, 광장 양쪽의 좁은 길에는 13 ~ 19 세기의 오랜 건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광장 북쪽에 1776년 세워진 증권거래소의 맨 위층에는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뽑는 스웨덴 아카데미 본부가 있다. 



여주인공 리스베트가 사용하는 인터넷 상의 닉네임인 ' 와스프 ( wasp ) ' 는 영어로 말벌이라는 뜻과 함께 미국에서는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라는 뜻도 있는데,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계층을 가리키기도 한다.


오리엔티어링 ( orienteering ) :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목표 지점을 최대한 빨리 찾아가는 스포츠다. 

( 이건 그냥 스포츠인데, 기회가 되서 기록해 둔다. ) 

스와스티카 ( swastika ) : 만 ( 卍 ) 자 모양을 뒤집어 기울여 놓은 모양으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다. 갈고리 십자가라는 의미에서 하켄크로이츠라고 불리기도 한다. 

( 스웨덴에도 의외로 파시스트나 인종주의자들이 많은 게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 

지은이를 닮은 남자 주인공 미카엘과 우리나라에서도 " 말괄량이 삐삐 " 로 유명한 캐릭터에서 따온 여자 주인공 리스베트의 로맨스는 뜸들인 것에 비하면 허무하게 정리됐는데, 아마 그 후의 얘기가 있을 것 같다. 

남자, 여자 그리고 성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을 법한 소설인데, 이눔의 바람둥이 주인공은 여자에 대해 실패를 모른다. ㅋ 게다가 40대에서 50대 후반의 여자와 육체적, 정신적 관계를 잘 유지하는 스타일로 나오는데, 여주인공 리스베트만 20 대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자유분방한 성개념을 가진 나라가 좋은 건지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받쳐 주려면 분명 그에 걸맞는 교육수준과 문화가 받쳐줘야 한다고 본다. 스웨덴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ㅎ 



WRITTEN BY
리컨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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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 " 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목이 낯설지 않았다. 찾아보니 원작소설이 있었고, 오래 전(?)에 시간나면 읽어야겠다는 생각해 두었던 책이란 걸 알았다. 그간 어려운 책(?)들을 너무 많이 읽어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머리나 식힐 겸 잡았는데, 틈나는대로 계속 읽게 되는 크라임 픽션이었다.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는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는 소설답게 재밌고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 꽤 재밌다는 평가가 조금 우세해 보인다. - 소설에서는 여러 암시와 복선들이 깔리고 뒷부분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좋았던 건 그런 복선이나 암시를 비교적 쉽게 눈여겨 보게 되고 드러나는 순간,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거다. 뭔가 있겠구나 싶었던 건 거의 다 뒷부분에서 드러난다.

미국 법체계에 대해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 이런 내용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진실과 상관없이 게임의 법칙에 따라 판결이 내려지고, 그 속에서 권력과 과시욕을 한껏 드러난다. 주인공의 과시욕은 언뜻 이런 분위기의 일면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아버지에 대한 열등의식일 것으로 추측한다. ( 미국 영화에서 흔히 있는 설정 아닌가? ) 주인공이 링컨 컨티넨탈이라는 고급 차종을 여러 대 가지면서 과시하는 모습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훌륭한 변호사였던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과 돈벌이에 급급한 자신의 모습 속에서 느끼는 자괴감은 쉽게 엿볼 수 있다.


소설의 가장 메인 테마는 " 변호사가 두려워 하는 건 진짜 무고한 의뢰인을 만나는 것 " 이라는 설정이다. 참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변호사라는 건 법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변호사가 무고한 사람을 의뢰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두렵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미 닳고 달은 주인공은 그렇다치더라도 소신껏 성실하게 살았던 그의 아버지까지도 그런 두려움을 가졌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이 테마는 미국 법체계에 대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왜냐하면 진짜 무고한 사람을 만났음에도 그들은 미국 법체계 내에서는 이들도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할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너무 알고 있기에 잠재적인 보호의식이 작용한 한마디다.

결국, 주인공은 돈벌이때문에 대박을 물었다가 진실을 알게 되고, 다가오는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힘껏 맞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의리나 변호사로써의 소명의식 같은 것들을 깨닫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낸다. 이 소설은 스릴러적인 요소와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으로 재밌게 풀어냈다.

마이클 코넬리라는 원작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이 소설로 보아 몇 개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꽤 웰메이드한 작가로 보인다.
번역을 맡으신 조영학님은 여러 소설에서 봤는데, 주로 미국 인기 소설들에서 본 듯 하다. 이제는 이분의 번역이라면 신뢰하고 본다.

링컨차를타는변호사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마이클 코넬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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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감독 브래드 퍼만 (2011 / 미국)
출연 매튜 매커너히,라이언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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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기 : 소설 속에서 서로 다른 사건을 맡은 형사들 간에 정보가 공유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복선으로 주인공은 자학적이고 뼈있는 농담을 남긴다. 설명하자면 한 형사에게 변호사를 놀리는 재미있는 농담을 자조적으로 들려주고 다른 형사를 통해 그 농담을 다시 듣게 되어 두 형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과연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이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들어가 있다면 어떻게 들어가있고 관객들은 눈치챌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던 장치였다.

덧붙이기 : 미국의 영화정보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캐스팅이 꽤 잘 된 것 같았다. 주인공 역의 매튜 매커너히는 법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라이언 필립은 착한 외모를 가진 건 악당 의뢰인과 맞는데, 180 센티의 큰 키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각자의 역할에 어울려 보인다. 주인공의 첫번째 전처는 소설 속에서도 매력적인데, 마리사 토메이가 어울려 보인다. 외모와 상관없이 매력적이다.

덧붙이기 : 주인공은 중간에 자신의 수사관이 죽었을 때, 갑자기 그가 기르던 개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소설 앞부분에 " 브루노 " 라고 한번 언급됐지만, 주인공은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그가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억해 내려는 부분에서 주인공이 수사관을 꽤 소중하게 여겼다고 추측했다. 뒷부분에서는 그의 복수가 가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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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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